지란지교 무화과 탁주
밥도 디저트도 그리고 술도..!
처음에 보고는 흥국 쌀로 빚은 막걸리겠거니 했다.
알고 보니 무화과 스페셜이라고.
무화과요..? 내가 좋아하는 그 무화과..?
먹어 볼 기회가 생겨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마셔보았다.
맑고 진한 붉은빛의 막걸리를 위아래로 흔들고 나니
선홍빛의 막걸리는 딸기우유 같은 빛깔로 변했고,
잔에 따라보니 시큼한 무화과 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어딘가 생과일의 무화과보다는 건조한 무화과의 맛이 먼저 느껴졌고, 쌀의 진하고 꾸덕함 또한 느껴졌다.
일반 막걸리보다는 살짝 도수가 있는 점이나 어딘가 말린 과일의 풍미가 느껴지는 점이, 포트와인의 건과일 풍미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매~우 내 취향이었던 막걸리.
전에 만들었던 건무화과가 잔뜩 들어간 비스코티와도 잘 어울릴 것 같고, 타닌감 없는 와인 같은 풍미가, 버터를 발라 구워 낸 흰 살 생선 스테이트와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맛.
이 막걸리를 만드신 임숙주 대표님은 20여 년간 공직자 생활을 하신 후, 아내 분이신 김수산나 님과 함께 순창으로 귀향하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곳에서 무화과 농사를 지으셨다고.
그리고 이 무화과로 어머니가 하셨듯 식초를 빚으실 계획이었다는데, 식초를 빚기 위한 공부를 하던 중 누룩으로 빚는 그 과정이 같은 술로 방향을 바꾸셨다고 한다.
그 후로 순창 전통 백일주를 계승하기 위해 노력, ’ 설주’라는 이름의 백일주를 만들었는데 이
술이 대한민국 명주 대상에서 대상을 받게 되었고,
두 부부가 다정하게 지내며 빚는 모습을 보고,
술의 이름으로 ‘지란지교’를 추천받은 것이
지금의 브랜드명이 되었다고 한다.
순창에서 나는 멥쌀 죽과 찹쌀 고두밥으로 두 번 빚는데,
천연 암반수와 직접 만든 전통 누룩을 사용해
100일간의 발효, 90일간의 숙성을 거쳐 최종 완성한다.
여기에 적절한 비율의 직접 기른 무화과와 자연스러운 색을 내줄 비트를 더해 무화과 탁주인 지란지교 무화과가 탄생했다고.
공부하면 할수록 와인과 막걸리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발효로 완성하는 것도 그렇고, 각자 양조장이나 포도원만의 스토리가 있는 점도 그렇고.
그래서 다른 종류의 술보다도 더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만큼 직접 양조장에 방문해 술을 빚는 과정을 느껴보고 술맛을 음미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어딘가 더 살아있는 느낌이다.
‘친구들의 술’이라는 부제목을 단 지란지교 양조장에 방문하면 막걸리를 빚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고 하니까 순창에 간다면 들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도 가서 무화과 스페셜 잔뜩 사 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