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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뇨 Mar 22. 2023

코시국 - 1

나도 모르는 시작점에서

 2020년 2월에 참여가 예정된 작품이 있었다. 예산 규모가 크진 않았으나 상업영화였고, 투자집행이 이뤄진 상황이었다. 그 작품 촬영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 19가 터졌다. 이후 한 달 정도 밀렸다. 그리고 더 밀렸다. 보통 프로덕션 전까지 일정이 밀리는 일이 다반사라 별생각 없었으나. 기다리던 와중에 세계를 아우르는 사태가 터져버린 거였다. 촬영 일정은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린 상태로 흘러갔다.

 그 누구도 확언할 수 없었다. 어떤 사람들도 일정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렇게 나도 수입에 따른 지출규모를 확정할 수 없었다. 난 가끔 있는 광고 알바를 하며 연명했다. 광고계 인맥이 좋지 못해서 일은 드문드문 있었으나 일당이 쏠쏠해서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작품에 온전히 참여할 때와 비교하면 소득이 많이 줄었다. 그 상태를 언제까지 끌고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광고 알바를 통해 거둔 수입은 고정지출을 메꾸고 조금 남는 정도였기에 서서히 비상금에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실업급여는 꿈도 못 꿨다. 전년도에 고용보험이 포함되지 않은 계약을 주로 했기에 고용보험 가입 산정기간이 모자랐다. 고용노동청에 간다는 것은 차원을 이동하는 것만큼 아득했다.

 겨울과 봄 사이. 아직 입김이 보이고 아주 가끔 타오를 만큼 목이 마른 날씨가 껴있는 시기. 일할 때 숨이 턱턱 차오를 때가 있었고, 안경에 서린 김 때문에 시야가 흐려지는 일이 많았다. 마스크 때문이었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만 쓰던 상황에서 바이러스 창궐을 막기위한 필수적인 마스크로 전환되었을 때, 적응하기 힘들었다. 마스크를 벗는 것도, 내가 완연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시점 만큼 흐렸다.

 어릴 적 사스, 메르스 상황이려니 하며 코로나 19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코스피 지수, 심지어 S&P 500 지수마저 곤두박질 쳤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암운의 한가운데로 돌진했다. 정부의 방역대책은 첨예해졌고, 상황은 내가 겪은 어떤 시기보다 급박하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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