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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Damage Control

해결 방법이 없는건 아니었다.

by 다소니

내가 그의 오피스에 들어서자마자 나일즈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I heard all about yesterday. See? I told you you'd do great."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들었어. 내가 넌 잘할 거라고 했잖아.)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려보며 자리에 앉았다. 어젯밤, 그가 캐피털 그릴에서 테이크아웃한 음식으로 식탁을 차려놓고 꽃까지 장식한 사진을 보내며 "What do you think?" (어때?) 하고 내 의견을 물었을 때, 나는 여전히 분기탱천해 있어서 가볍게 씹어버렸다. 기분이 좋은 걸 보니, 그의 데이트는 꽤 성공적이었던 모양이다.


"Did you see the title of my presentation?"(내 프레젠테이션 제목 어떻게 돼 있는지 봤어?)

나는 날이 선 목소리로 물었다.

"Yeah."(응.)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쓰고 있었다.

"And you just left it like that???"(그런데도 그냥 냅뒀어???)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고, 그게 신호라도 된 듯 리로이와 룩이 킥킥대기 시작했다.

"This is all your fault."(너네가 원흉이야.)

나는 속으로 욕을 하며 두 사람을 째려보았고, 그들은 헛기침을 하며 리포트를 뒤적거렸다.

"Because of you guys, I ended up saying something ridiculous." (너네 때문에 내가 헛소리를 했잖아.)

나는 테이블에 올려진 리포트를 집으며 불평을 쏟아냈다.

"What ridiculous thing?"(무슨 헛소리?)

나일즈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건 아무도 아직 그에게 말하지 않은 듯했다.

"I kind of panicked and told the sales team that I’d personally support them with SalesForce." (내가 좀 당황하는 바람에 세일즈 팀한테 SalesForce 서포트를 내가 직접 하겠다고 했어.)

나는 한숨을 쉬며 실토했다.

"I mean, they already call me for every little Excel formula they don’t know… What the hell was I thinking?" (지금도 엑셀 포뮬러 하나만 몰라도 나한테 전화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내가 무슨 정신으로 그랬을까?)

나는 더 크게 한숨을 쉬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I didn’t know you knew how to use Salesforce?" (너 SalesForce 다룰 줄 아는지 몰랐는데?)

나일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I don’t. It just came out of my mouth in the heat of the moment."(다룰 줄 몰라. 당황해서 그냥 튀어나온 말이라니까.)

"... Excuse me??" (… 뭐??)

나일즈는 안경을 벗고 몸을 내 쪽으로 기울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의자 깊숙이 몸을 웅크렸다.

"This is on you. If you hadn’t left me hanging like that… So, you need to come up with a solution." (이건 네 잘못이야. 네가 그렇게 토끼지만 않았어도… 그러니까 네가 해결책을 좀 내봐.)


나일즈는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자기 부하 직원이 상의도 없이 없는 일을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적반하장으로 해결책까지 요구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그는 안경을 다시 썼다.

"Actually, this works out great." (잘됐네.)

"... What??" (… 뭐??)

"SalesForce is advising us for either hiring additional Salesforce consultants or bringing on a full-time admin. But if you do it, we can save that money. And by trying it yourself, we’ll know for sure whether we need to budget for it every year or not."(Salesforce에서 컨설턴트를 추가 고용하든지, 풀타임 어드민을 두라고 계속 제안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네가 하면 그 돈이 굳잖아. 네가 직접 해보면, 우리가 매년 그 예산을 세워야 하는지 아닌지도 확실하게 알게 될 거고.)

그는 몸을 돌려 책상 위에서 브로셔 하나를 집어 들었다.


Women Leaders in Modern Health Care.


"SalesForce is one of the sponsors for this conference. I’m sure they’ll have free workshops, so you can build a foundation there and learn more as you go. It’s a three-night, four-day event in Nashville next month. Not only will you learn SalesForce, but it’s also a great networking opportunity for women executives in the healthcare industry. It’ll be good for your career." (이 컨퍼런스 스폰서 중 하나가 SalesForce야. 아마 무료 워크숍도 있을 거고, 거기서 기초를 잡고 더 필요한 건 차차 배워 나가면 돼. 다음 달 내슈빌에서 3박 4일 동안 열려. 꼭 SalesForce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업계 전반에서 여성 임원들이 모이는 자리니까 네 커리어에도 좋은 기회가 될 거야.)


그런데 그 순간, 나일즈는 다시 안경을 벗더니 이번에는 손수건을 꺼내 닦기 시작했다.

뭔가 내 눈을 피하고 싶을 때 하는 짓이다.

"…But here’s the thing." (…근데 말이지.)

"What? What’s the catch?" (뭐? 근데 뭐?)

"You’ll be going with Pitbull… I mean, Debbie."
(핏불… 아니, 데비랑 같이 가야 하는데.)

"... What?? Debbie??" (… 뭐?? 데비??)

나는 반사적으로 소리를 높였고, 리로이와 룩은 다시 킥킥대기 시작했다.


"Accounting recommended her. Edward already approved it, and you’re just being added to the list."(어카운팅에서 데비를 추천했거든. 에드워드가 벌써 승인을 내줬고, 너는 그냥 추가되는 거야.)

나일즈가 컨퍼런스 참가 제안을 했을 때 풍선처럼 부풀어 있던 내 기대감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한순간에 터져버렸다.


왜 하필… 그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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