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새벽 눈이 떠졌다. 한 4시 정도 되었을 것 같았지만 2시 반뿐이 되지 않아서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은 벌써 멀리 도망가 버렸다. 몸을 일으켜서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지 않았다. 어제는' 내일 비 오니까 뛰지 않아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 새벽은 좀 더 여유 있게 책을 읽으면 되겠어'하고 생각한 게 떠올랐다. 소강상태인 듯한데 이 시간에 달리기하기에는 어두워서 좀 무서웠다. 루틴을 끝내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와치와 핸드폰을 챙겼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비는 부슬비처럼 내렸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선선한 바람이 나의 피부에 와닿았다. 이렇게 선선한 날씨에는 제격이다. 그리고 보슬비까지 오니 더 시원함이 느껴졌다.
뛰는 동안 예전이면 비 온다는 핑계로 들어갔을 텐데.
' 감기에 걸릴지 몰라.'
' 바닥이 미끄러운데 다치면 큰일이 나.'
벌어지지도 않는 일들을 걱정한다. 사실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땀을 흘리고 운동하면서 뛰고 생각에 몰입하게 된다.
연꽃이 오늘따라 더 많이 피었고 하나하나씩 늘어나는 꽃을 볼 때 신기한다. 그리고 연꽃을 보기 위해서 더 달린다. 사진을 찍다 보면 페이스가 떨어지지만 사진을 찍고 좀 더 빠르게 뛴다. 연꽃이 나에게 에너지, 비타민을 충전해 주었다.
저 멀리 가방을 메고 뛰시는 분을 오랜만에 뵈었다. 출근하는 길인지 항상 가방을 메고 뛴다. '땀 흘리고 씻지 않고 일하기가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위에는 빨간색 티와 아래는 파란색 반바지를 입은 중년 여성은 다리는 무릎 쪽에 검은색 띠를 둘렀다.(이름을 몰라서 그렇게 표현) 1킬로 지점에서 만났는데 4킬로 지점에서 만났다. 서로 방향이 달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속으로" 파이팅'하면서 응원하고 좀 속도를 내고 뛰었다.
하늘은 회색으로 감쌌고 빗방울은 조금 굵어지기 시작했지만 달릴 만했다. 좀 지나니 두 여성분은 맨발로 땅을 걷고 있었다. 사람은 흙을 발고고 기운을 받아야 한다. 난 그 흙길을 뛰었다. 아스팔트보다 흙길이 난 뛰는 게 더 좋다.
어떤 일을 할 때 큰 장애물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바로 나이다. 나 스스로 벽을 세우고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나를 프레임에 가두어 놓고 시작도 하지 않는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를 스스로 깨고 나와야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나의 생각이 행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고 비슷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 했었는지 생각해 본다. 달리기를 하면서 나의 장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건 나의 한계를 단정 짓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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