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금작가 May 14. 2024

바람과 닭이 사라졌다!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복잡한 일을 한꺼번에 한다면 나의 뇌는 과부하가 일어날 것이다. 이 일을 하다가도 다른 일이 생각나서  집중 못 하고,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쓰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닭장 속에 닭이 없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닭장이 없고 닭만 있다. 아버지께서는 닭을 먼저 여러 마리를 사 오셨는데, 닭장은 좀 더 있다 만드시려고 하신 듯하다.


아버지는 큰소리로 " 울보,  샘쟁아!  너희들 어디 가지 말고 집에서 개가 오나 안 오나 닭 잘 보고 있어라" 말씀하시고 어디론가 가셨다.


꼬끼오~  꼬끼오~~  꾹~꾹 거리면서 닭은 자기 세상인 듯 여기저기 푸드닥 거리면서 돌아당겼다. 세상에 나오니 이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지 않겠는가.  태어나서 닭장 속에 살아야 한 운명이었지만 여기는 다른 세상이다.


닭을 보는 건 재미가 없었고  흥미를 잃은 우리는 동네 언니,  오빠들이 놀자고 해서 집 아래로 내려가 놀았다.  우리는 숨바꼭질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온  동네에 숨을 만한 곳을 찾아서 숨었다.  술래가 되면 넓은 동네를 헤매며  찾아다니러 갔다. 샅샅이 골목과 길을 누비며 뛰어가는 꼬마들이 떠올려져 미소 짓게 만든다.



해는 자기 집을 향해 갈려고 하는지  붉은빛과 노란빛도 섞여서 뽐내고 있다. 노을이  지고 있다는 건 귀가를 재촉한다.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서로 헤어질 시간이라 인사를 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아뿔싸!!   닭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달리기와 땀이 등에 주룩주룩 흐르기 시작했다.  까마귀 고기를 먹은 것인가?  닭들이 보이지가 않는다. 바람과 함께 닭은 사라졌다.  바닥의 닭털이 나뒹굴고 있었다. 시끄럽던 너희들 어디 갔니? 순간 두려움과 불안감이 나를 감쌌다.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께서 호통을 치실지 알았는데 오히려 아무 말을 안 하셨다.  무지 속상하셨을 텐데 말이지!!  호랑이 같았던 아버지가 천사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우리 닭은  도대체 어디로 갔던가?


나중에 엄마가 조용히 이야기해 주신다.

"개들이 닭을 죽였어."

"누가 개를 풀어놓았는지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짧은 말씀으로 하던 일을 계속하신다.


아버지는 닭의 털을 뽑으시고 배를 가르고 엄마는 백숙을 해주셨다. 그날은 닭의 제사날이었다.   우리 집에 하루도 못 살고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하루살이보다  못한 닭이다. 다음날도 계속 닭 요리가 올라왔다.  난 사실 닭 요리를 좋아해서 먹을 때 좋았다.  닭한테는 잠시 미안했지만  입은 즐거운 건 사실이다. 여러 번 먹으면 질린다지만 그때는 형편이 어려워서 몸보신하는 날이다.


닭 잃고 닭장을 만들 것인가?  닭장을 만들고 닭을 사 왔으면 우리 닭은 그렇게 죽지 않았다. 좀 더 우리와 함께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지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랑 작은언니가 닭을 지켰어야 한다. 개가 무서워서 닭을 지켰을지 의문이다.  


어차피  물은 엎질러졌다. 그리고 그 물은 여기저기 흘러가서  담을 수가 없다.  앞으로 일이나 과제가 주어진다면 성실하게 의무를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닭을 잘 보호했어야 하는데 지키지 못해서  부모님께 죄송스러웠다. 닭보다 중요한 건 자식이었을 것이다.


아버지한테 묻고 싶다. 닭을 돌보지 않았는데 왜 우리 혼내지 않으셨나요? 여쭈어보고 싶다.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닭

#아버지

#닭장

#부모님

#숨바꼭질

#책과강연

#백일백장

#끈기








작가의 이전글 나를 찾는 여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