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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으로 들어가는 문- 8일차

단상쓰기

by 행복한금작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는 내 물음에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연극학교에 진학해 배우게 되겠다고 대답했다. 나도 독문학을 공부해 평론가가 되겠다는 문명하고 단호한 대답을 들려줄 수 있었다.

우리의 계획이 현실과 거리가 먼 터무니없는 공상이라는 것은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던 곳은 '제3제국'이었다. 유대인은 대학에 갈 수도 없고 성공할 수도 없는 체제였다. 그러나 우리는 꿈에 젖어 얼마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소녀는 자신이 맡고 싶은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는 평론을 쓰고 싶은 시인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훗날 바르샤바에서 지낼 때 나는 그녀에게 쓰면서 하이네의 시구를 인용했다. "얘야, 그때 우리는 어렸단다......" 곧 전쟁이 터지면서 앙겔리카 후르비치와의 연락은 끊어졌다.(p.132~133)


유대인이어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꿈을 간직한 두 젊음이다. 삶이 힘들고 고달파도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건 꿈과 목표가 있어서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그녀가 무대에 서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의 역할은 궁녀였다. 오랜만에 재회라 진심 어린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두려움 마음이 생겨서 만나지 않고 그녀를 찾지 않았다. 스스로 비겁하다고 생각하는 작가였다. 작가는 왜 그랬을까? 하는 질문을 해본다.


1952년 12월, 헬레네 바이결과 앙겔리카 후르비치는 주연으로 나온 <억척어멈>도 있었다. (중략)

외교관이 정중하게 말했다. "소개하겠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후 며칠에 걸쳐 더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중략) 앙게리카는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가스실에서는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얘기해 주었다. (중략) 끊임없이 새로운 역할을 공부해야 했으며, 그와 동시에 프롬프터로 일하고, 무대장치를 밀어 옮기고, 막을 걷고, 매표소에 앉아 있는 등, 당장 시급한 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한다.(p.134)


그녀의 삶은 밑바닥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꾸준한 공부로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유대인으로서 느끼는 힘든 점을 극복하고 멋진 여주인공으로.. 이 부분이 참 울컥했다. 어떤 일이든 공부하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내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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