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35번째 조각
어느 날 갑자기 집이 조용하다 싶어서 둘러봤더니,
단이가 책장 한 칸을 자기 자리처럼 차지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책 더미 위에 가지런히 모은 앞발,
무슨 내용을 읽고 있었던 건지 궁금해지는 눈빛,
그리고 “여긴 이제부터 내 자리야”라는 듯한 당당함까지.
아마도 단이는 책이 많은 곳이
사람 마음이 가장 따뜻한 곳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한가운데에 조용히 파고들어
자기만의 작은 서재를 만들어 버린 거겠죠.
그날 이후로 저는 책장을 열 때마다
단이가 남겨둔 그 작은 온기를 다시 한 번 느끼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