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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May 23. 2024

우주까지 진화한 세상,
경험에 투약될 2가지는 뭘까?

'엄마의 유산' 못다한 이야기 1

많은 사랑을 주셨던 '엄마의 유산'이 30편을 끝으로 브런치북을 마감했는데 조금 더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주셔서 그저 못다한 이야기를 써봅니다.


잠깐 네 주변을 둘러볼래? 

온통 네모야! 

창, 책, 노트, TV, 핸드폰, 노트북, 티슈, 식탁, 봉투 등등. 


엄마는 네모가 참 좋다! 

빛을 전해주는 창, 정신을 살찌우는 책, 내 속내를 담은 노트, 상상을 불러오는 브라운관, 세상의 소식을 듣고 엄마의 소중한 글이 모두 담긴 노트북, 사랑하는 너를 보고 듣게 해주는 핸드폰, 모든 걸 깨끗하게 닦아주는 티슈, 맛있고 건강한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식탁, 뭐든 가득 담아내는 봉투...그러고 보니 주변이 거의 네모더라구. 방도, 책상도, 포스트잇도, 인덱스도 다 네모야.


당연하게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들. 

당연하게 내 눈에 들어온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어떤 순간에는 찬찬히... 

깊게 들여다보면서 너에게 해줄 말이 생각났어. 

네 시야에 포착된, 네 손에 닿은, 네 곁에 그저 그렇게 놓인 것들을 단순한 사물이라 여기지 말고 하나하나가 너와 만나는 순간, 어떤 의미를 갖게 된다면 네 인생이 훨씬 재미나고 풍성해질 것 같아서 말야. 


그래서 오늘은 많은 사물들 가운데 너에게 무한의 경험을 줄 수 있는 2가지를 얘기해볼까 해. 물론, 엄마의 머리속, 생활속의 경험들을 꺼내놓는 것인데 바로 노트북이나 핸드폰, 그리고 책이야. 여기서는 TV나 노트북, 핸드폰을 그냥 핸드폰이라 얘기할께.


엄마는 주로 노트북을 사용하지만 너희들은 아이패드나 핸드폰을 사용하겠지. 아무튼 이것들에 종속된 시대에 사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들 속에서 하루를 보내지. 지금 시대엔 이렇게 살는 것이지. 굳이 그 재미난 용도의 것을 사용하지 않을, 줄일 필요까지는 없을 듯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신년이 되면 핸드폰 사용을 줄이겠다. 하는데... 글쎄... 얼마나 지켜질까?     


엄마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어. 

핸드폰이 내 인생에 일단 들어와 영향을 미친다면 굳이 줄이는 방향 말고 

제대로 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보면 어떨까?


드라마와 영화를 자주 보렴

네가 살면서 겪은, 그리고 겪을 경험들은 어쩌면 너무나 단순하고 한정된 것들이란다. 물론, 그 경험을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경험이 부족한 부모의 울타리안에서, 한정된 사람들 안에서 작은 경험들로 만들어진 너의 범주에서 겪을 수 있는 것에는 무조건 한계가 있단다. 하지만, 네가 살아야 할 세상은 이미 international을 너머 global, 아니 우주까지 진화한 세상이야. 


이 세상을 온몸으로 경험하기에는 시간이나 공간, 비용면에서 너무나 제약이 많지. 그래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무한한 세상을 네가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드라마와 영화인 것 같아. 많은 엄마들이 '머리'속에 무언가를 넣는 것에는 집착을 너머 집요하면서도 가슴속에 무언가를 넣는 것에는 치부나 간과하는 경향이 있어. 


그런데 말야. 사람은 가슴이 뛰어야 머리가 다리에 명령한단다! 

가슴이 뛰지 않는 일을 어떻게 열심히, 자기 자신을 파괴시키고 극으로 몰고 한계를 극복하면서까지 하겠니? 가슴이 뛰어봐야 그 쾌감과 전율의 감각을 느껴봐야 또 맛보고 싶어하거든! 

그렇게 네 시야에 네 가슴을 뛰게 할 무언가를 자꾸만 등장시켜. 

그렇게 쾌감에 전율해보고 그것이 네 머리속의 질서들을 파괴하면서 

아! 이거였어? 이런 게 있어? 이렇게도 된다구? 

에피파니(주)를 느끼게 해야 해! 

그 느낌! 그 최고의 전율은 네게 통찰이나 직관, 그리고 초월된 지식을 선물할거야! 

수많은 경험들이 있겠지만 영화나 드라마가 가장 손쉽게 자극을 전해줄 수 있는 도구같아. 


물론 어떤 영화, 어떤 드라마를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선택이야 개인의 개성에 달려 있겠지. 성향과 감정에 따라 다양하게 그저 네가 원하는대로 보렴. 단, 하나에 중독되지 않는 정신으로 봤으면 해. 중독은 완벽한 치우침이야. 그렇게 되면 치우침에 감춰진 이면이 힘을 쓰지 못해서 삶 자체가 치우치게 돼. 그러니 너의 취향? 성향?은 말 그대로 취향이고 성향이어야지 중독으로 쑤셔박으면 안된단다. 


이렇게 OTT(주1)가 쏟아지는 시대에 뭘 봐야할까에 대한 대략적인 기준이 있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기', '재미', '광고', '요약된 영상'들을 보며 선택하곤 하는데 이 이면에는 엄청난 자본주의의 힘이 움직여. 많이 광고하면 많이 보게 되지. 많이 봐야 많이 버니까. 그래서 엄마는 주로 믿음직스런 감독과 배우가 선택한, 그러니까 그들의 작품선택을 믿고 그들의 것을 주로 보지. 

왜 알잖아. 

이런 배우가 선택한 작품이면 재미를 떠나 의미가 있을거야. 

이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라면 광고를 떠나 권고할 무언가가 담겨 있을거야. 싶은 기준말야. 


로맨틱한 멜로를 보면서 감정을 읽고 법정이나 수사, 의학쟝르를 보며 소신을 배우고 역사극에서는 책에서 부족한 서사들을, 그리고 공상, 상상이 펼쳐지는 판타지를 통해 곧 현실이 될 상상속에도 빠져봐. 극에 등장하는 '가정'을 보며 다시금 '정(情)'을 알게 되고 '조직'을 보며 '이해관계'를 염탐하며 '사회'를 보며 위계와 서열, 그리고 구조와 힘에 한탄하기도 하고 '국가'를 보며 뜨거운 가슴을 느끼기도 하지. '세상'을 만나면 가보지 못한 그 곳을 염원하기도 하고 '자연'을 만나면 신이 네게 준 모든 것에 감사함을 알게 되고 '우주'를 탐험하면서 미물같이 초라한 나와 직면하기도 하지만 중심이 너라는 사실도 받아들이게 되지. 


백설공주와 신데렐라, 수퍼맨과 같은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을 보면서 물론 이런 일이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지만 이러한 영화가 주는 무한상상과 아름다운 감성덕에 인간사회가 아직도 따스하고 순수함을 유지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구나.. 싶기도 하고 또 쉰들러 리스트, 아름다운 인생, 라이언일병구하기와 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보면서 당시 시대적 배경을 눈과 귀로 경험하고 한 사람의 소신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슴으로 느끼고 감동하길 바래. 

왼쪽부터> 레오까라, 스탠리큐브릭, 히치콕, 키에슬로프스키, 팀버튼


엄마는 20대에 스탠리큐브릭, 팀버튼, 히치콕, 키에슬로브스키, 레오까라와 같은 감독에 심취했었고, 왕가위의 등장에 박수를 보냈고, 스필버그에 놀라면서 영화에 빠져 들었었지. 영화광이었던 엄마는 영화한편을 꼭 4번씩 봤었단다. 처음엔 그냥 스토리를, 두번째엔 감독의 의도를, 세번째엔 영화음악을 느껴가며, 마지막엔 다시 복합적으로 전체를 감상하며. 그렇게 영화는 엄마에게 갈 수 없거나 가보지 못한 시대와 세상, 만날 수 없는 인물들, 결코 내 것이 아니었던 감성들을 경험하게 했어.    


두번째 네모는 눈치챘겠지만 책이야. 

책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지만 여기서는 네가 앞으로 접하길 원하는 책들을 그저 나열해볼께.



벤자민 프랭클린을 만나 삶을 위해 네게 장착해야 할 기본항목들을 체크하고

소로우를 만나면서 소신있는 자연주의적 삶을 체험하고

에머슨을 만나면서 자기만의 철학을 스스로 배워, 채워, 세워 나가보고

세네카를 만나 인생이란 무엇인지 제대로된 가르침을 받아보고

릴케를 만나 인간이 사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지 느껴보고

나폴레온힐을 만나 성공적인 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체감하고

귀곡자에게서 처세술에 대한 명강의도 들어보고

올더스헉슬리에게서 사람이 이렇게 방대한 지식으로 하나의 궤를 만들 수 있음도 배우고

루크레티우스를 만나 세상이 움직이는 기본 중의 기본도 터득하고

에피쿠로스를 만나 궁극의 쾌락에 동의와 동감을 보내고

알랭드보통을 만나 인간의 언어가 저렇게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수 있음도 느껴보고

파올로코엘뇨를 만나 현실감있는 통찰도 경험하고

스웨덴보그를 만나 함께 영혼의 세계에 놀러도 가고

리차드파인만을 만나 진짜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게 어떤 것인지도 알아내고

오그만디노를 만나 두루마리의 비법을 전수받고 아카바와 같은 별친구도 만들고

톨스토이나 괴테를 만나 서사에 철학이 어찌 이길 수 있으랴... 네 인생경험의 소중함도 깨닫고

몽테뉴를 만나 신사의 철학이란 이런 것이구나 네 삶의 색도 정해보고

네빌고다드와 월레스와틀스에게서 천재는 이렇게 단순하게 부자가 되는구나도 배워보고

나심탈레브를 만나 학문이 이렇게만 진행되면 참 이로운 사회가 될텐데에 동조도 해보고

데카르트와 악수하면서 당신에게 내 정신을 잠깐 맡기겠다고 저당잡혀보고

제인로버츠를 만나 형제없이 사라진 이가 남긴 주장과 사상이 후세에 이리 큰 힘을 발휘하는구나도 느껴보고

발타자르그라시안에게 네가 아는 지식을 모두 내려놓고 지혜를 구해보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삶의 힘겨움앞에 약해지는 너에게 따끔하게 회초리 한대 부탁드려보고

크세노폰을 통해 키루스를 만나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리더십도 익혀보고

칼릴지브란, 예이츠, 세익스피어, 블레이크 등의 문학에서 너의 소멸되어 가는 감성을 다시 호출해보는.

책은...너의 영원한 친구이자 스승이란다. 친구란 오래된, 만나면 좋은, 가끔 사는 얘기나 나누는. 그런 존재라기 보다는 너와 삶의 결을 비비며 언제든 네게 필요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해. 책이 네게 친구이길 바란다. 


책을 친구로 삼으면 그 친구는 더 없이 소중한 또 여럿의 친구들을 네게 소개할거야. 자연과 우주와 세상과 신과 책속의 다양한 인물들이 모두 너의 삶 곳곳에서 절친이 되지. 그렇게 네 인생에 스며들어 살면서 결코 너를 외롭게 하거나 비탄에 빠지게 하거나 과거에 잠식당하게 하거나 현재에만 몰두시키거나 허상과 같이 미래를 그리게 내버려두지 않지. 정말 소중한 친구는 삶의 전진에 너를 잘 어울리도록 이끌어 준단다.


매일 해야할 것들을 벗어나 네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디지털 속에서, 그리고 디지털 밖에서 너는 영화나 드라마, 책을 통해 수많은 경험들을 모두 네 것으로 만들어가길 바란다. 


미래는 기억속에 있지 않고 앞으로 네 기억의 공간을 채워줄 것들이지. 

네 경험은 네 기억으로 남겠지. 그 곳에

극속의 간접경험들은 네 기억의 양을 풍성하게 해주고 

책은 풍성해진 기억들의 틈새를 찾아 네 미래에 필요한 부분들을 제대로 세팅해주지. 


행운과 기적은 미래에 있지 과거에는 없어. 

네 인생을 위해 수많은, 엄청난 크기의 행운과 기적들이 대기중이야. 

네가 원하는 미래가 너를 기다리며 두 팔벌리고 기다리고 있어.

세상은 네가 원하는 미래로 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여기저기에서 네게 신호를 보낸단다.

그 신호는 네가 경험하는 직,간접적인 현상, 사물들에 모두 담겨 있지.


그러니 네게 가까이 있는 것들, 당연하게 여기는 소소한 것들을 항상 귀하게 여기고 늘 접해야 한단다. 이들을 멀리하던 습관에서 가까이 하는 습관으로의 이동은 결국 행운과 기적같은 신비로움에 너를 데려가는 유일한 길이란 걸 잊지 않기를 바래.



* '엄마의 유산'은 8월 책으로 출간예정이며 현재 '프리미엄 컨텐츠'에서 유료로 판매되는 관계로 브런치에서는 5월 말 삭제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덧글은 모두 제 노트북안에 소장해 두었습니다. 주신 사랑만큼 못다한 많은 이야기 담아 곧 책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주1> OTT(Over-the-top media service):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주2> 에피파니(epiphany) : 초자연적인 것의 출현, 현시(顯示), 강림(降臨)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갑작스럽고 현저한 깨달음 혹은 자각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이 용어는 과학적으로 획기적인 성과 혹은 종교적이거나 철학적인 발견을 묘사할 때 사용된다. 그러나 이 용어는 어떤 문제나 현상을 더욱 새롭고 깊은 관점에서 이해했을 때의 계몽적인 깨달음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언제나 사용될 수 있다.(위키피아 발췌)


[건율원 ] 

삶의 가치실현을 위한 어른의 학교, 앎을 삶으로 연결짓는 학교, 나로써, 나답게, 내가 되는 학교

(*'가입'하신 분께는 2만원쿠폰 & 무료 강의에 우선적으로 초대해 드립니다.)

https://guhnyulwon.liveklass.com

[지담북살롱]

책, 글, 코칭으로 함께 하는 놀이터,

삶과 사유, 사람의 찐한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https://cafe.naver.com/joowonw

[지담 연재]

월 5:00a.m. [지담단상-깊게 보니 보이고 오래 보니 알게 된 것]

화/수/일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목 5:00a.m. ['부모정신'이 곧 '시대정신']

금 5:00a.m. [나는 나부터 키웁니다!]

토 5:00a.m. [이기론 -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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