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란 녀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는 내 허락도 없이 계속 내게 침입중이다. 그런데 내 정신은 계속해서 침입하는 '생각'에게 항복해 버렸는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이렇게 제재당하지 않은 채 밀려드는 생각의 무리에는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한다.
제대로 갈 길을 열어주고
너는 이쪽, 너는 저쪽.
일단 우루루 밀려들 때 갈 길, 서 있어야 할 위치를 정해주기로 한다.
브런치에 2년째 매일 새벽 5시 발행하는 나.
언제까지 할 것인지, 어떤 글을 더 쓸 것인지, 이렇게 쓴 글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
약 1주일전 네프콘(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를 오픈했다.
이건 또 어떤 끌림이었지? 지식창업? 정신의 물질화? 글로 먹고 살기 시작? 어떻게? 또 브런치처럼 2년동안 매일 꾸준히? 이건 브런치랑은 완전히 다른 컨셉인데? 내가 그럴 능력이 있나?
퍼스널브랜딩. 내가 브랜딩되어가나? 내 글은 남들 다 하는 인문학분야이고 남들 재미없어 하는 형이상학적인 글인데다 남들이 진지충이라 부르는 깊이를 추구하는 글인데? 브랜딩이 될까?
건율원.
이렇게 나처럼 사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만든 공간. 글과 책과 코칭과 사유가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길 바라는데 이건 또 어떻게 마케팅을 하지?
브런치, 네프콘, 퍼스널브랜딩도, 건율원 죄다
온라인마케팅,
마케팅이 구멍이네!
이 산을 나는 또 어떻게 넘지?
'글'을 중심으로 한 생각이 쓰나미처럼 밀려들면서 '글'의 뿌리와 기둥이 아닌 잔가지들이 마구마구 미친듯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물론, 뿌리와 기둥없이 잔가지는 자랄 수 없다. 뿌리와 기둥이 어느 정도 세워졌다는 의미인가? 그렇다면 지금은 잔가지를 정리하고 쳐내야 할 때인가보다.
4줄로 세웠다.
다 같은 얘기같고 그렇다고 같은 얘기는 아니고.
먼저,
브런치.
내 글의 연마장. 그리고 3천명이 넘는 소중한 독자들이 있는 공간. 이들이 모두 내 글을 읽는 것도, 모두 공감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껏 단 하나의 글이라도 덧글이 없는 날이 없었고 1주일이 멀다 하고 독자들이 '늘 읽는' 독자라 말씀주시는 분, 오래된 글에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커피 한잔 드세요'라며 응원금을 척척 내주시는 분들덕에 글의 소중함을 알려준 곳이라 힘이 닿는 한 나는 계속 매일 새벽 5시 발행을 지키려 한다. 이는 신념이 되었다. 단 1명의 독자가 있더라도 내 글이, 나의 창조가 어떤 힘을 지니고 있음이 증명되는 셈이라 여기니까.
네프콘.
진짜 갈등갈등갈등을 엄청나게 했다. 내 글이 돈이 될까? 글로 먹고 살고 싶다는 소박한데 위대까지 한 생각의 끝에는 분명 글로 가치와 현실 모든 부분에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없다고는 하지 않겠다. 브런치에서 연마해서 책으로 출간한다는 똥고집만 있었는데
네프콘이라는 공간을 전혀 몰랐다가 (브런치도 그렇게 어디서 훅! 들어온 것처럼) 알게 되니 외면이 어려웠고 네이버에서 하는 것이라 나도 해야지! 바로 맘먹었고 그렇게 브런치처럼 1일 1개 먼저 올리고는 2일동안 이런저런 생각에 끙끙대며 암것도 못했다. 이 끙끙은 브런치에 투덜대는 너스레로 옮겨지고 마치 엄청나게 고민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자신없는 나만 발견한 채 일단 스타트! 외치고서는 기존의 글들을 다시 가공해서
시작한지 딱 10일, 30개 글을 탑재,
하지만 구독자는 여전히 0명이고
조회수는 계속 0이었다가 겨우 어제 1~2가 되었다.
0이 1이 되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0은 무, 1은 유. 상수다.
무에서 유로, 빵에서 상수로 옮겨간 것은
양의 축적이 가져온 질적 변화다!
차이가 아니라 차원을 달리한 것이다!.....(라고 위로도 하고.)
채널을 꾸미고서 오픈했어야 했는데 역시 성급했다. 꾸미지도 않고 글 하나 쓰고는 오픈부터 해버렸다.ㅠ.ㅠ
서둘러 글로 도배를 하고 매일매일 카테고리 하나씩 추가하고 카테고리별로 5개씩의 글이 있어야 주제별노출이 되니까 뭣부터 채우지? 망설일 시간도 없이 내가 좋아하는 글로 채워놓고 그렇게 일단 기본구성은 딱 기본적인 선에서만 완료.
매일 오프라인 가게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했다.
브런치는 그저 나의 사유를 글로 풀면서 결이 같은 독자와 소통하면 되는, 정말 잘 맞는 공간인 데 반해
네프콘은 글가게를 차리는 것이다.
구독도 유료로 돈을 낸 사람만 구독자수에 포함된다. 여기서 '내 글을 돈주고 볼까?'라는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멀리 느껴지는' 생각들이 밀려 마구 밀려 들었지만 '그럼, 책을 왜 내? 내 책을 누가 돈주고 볼까?라는 생각 안해? 같은 거 아닌가? 시대가 달라졌으니 상품구성도 달라지는 거 아닌가?'로 정리하고는 글 하나에 가격을 매겨보는 경험을 시도했다.
내 글을, 다 사랑하는 내 창조물들을 이건 무료, 저건 유료, 이건 싸게, 저건 비싸게...
내 맘대로 분류하면서 '내가 뭐하는거지?' 다 내 자식인데 얘네들을 이렇게 취급해도 되나?
그러니까
자기들 사랑하는 사람만나서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넌 부잣집에, 넌 가난한 집에 가라고 내가 마구 정해버리는. 뭐 이런 느낌?
그리고
브런치에 이렇게 2년동안 매일 새벽 5시 발행을 지독하게 지키면서 정말 내 속의 것들을 정성을 다해 드러냈는데 네프콘을 한다니 마치 바람피는 듯한, 뭐 그런 느낌?
게다가
내 글을 키워준 독자들에 대한 죄의식같은 이상한, 말도 안되는 감정들이 마구 난동을 부리는, 뭐 그런 느낌?
좀 괴로웠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래도 글에 대한 정성만큼은 맨 앞줄에 서있어도 부끄럽지 않은 나인지라 플랫폼이 어쩌고 방식이 어쩌고를 다 떠나서 내 글이 여기저기에서 읽히면 좋겠다. 라는 근원적인 욕구에 충실하기로 하고 이 생각을 가장 정신의 중앙에 배치시키고 나머지는 잔가지로 정리하기로 한다.
이렇게 생각들을 질서로 배치시키니.. 조금은 정리된 듯하다.
네프콘같은 경우는 말 그대로 글가게를 차리는 듯하다.
과일가게를 차렸는데 가게에 사과밖에 없으면 안되니까 참외도, 수박도, 딸기도 구비해놓고
색별로 세팅하는 것까지 일단 구색부터 맞춰 놓았다.
멋모르고 오픈부터 해놨으니 일단 비쥬얼로나 질적인 상태로나 아주 좋은 놈들부터 좌판에 깔고
남들 하는 방식 기웃대면서 가게 앞줄엔 시식코너도 만들어두고
각 섹션마다 이쁜 팻말도 하나씩 달아주고...
뭐 일단 기본세팅만 해놓은 상태다.
브런치랑 네프콘의 차이를 이제 조금 알게 된 것이다. 10일간 매일 잘하든 못하든 내 글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휑한 빈공간을 보여줄 수 없어서, 다음에 발길 한번 더 줄 수 있도록 온라인 글가게를 일단 만들었다. 가게를 오픈했는데 며칠만에 문닫는 사람은 없듯이 온라인상의 나의 글가게도 마찬가지여야겠다. 버티고 버티고 버티고. 입소문날 때까지 버티면 된다.
다행인 것은
글은 과일처럼 상하지 않는다는 것!
나는 매일 글쓰기를 그만두지 않는다는 것!
이 두가지면 일단 가보는 거지 뭐.
정리하면
브런치는 나의 글연마장, 원석이 있는 곳이다. 가공되지 않은 순수하고 싱싱한 과일농장이다.
네프콘은 원석의 글이 맺은 열매나 가공한 다양한 상품, 과일을 구색맞춰 보기좋게 파는 곳이며
건율원은 이 싱싱한 원재료를 믿고 그것들에 관심있는 이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파는 오리지널식당이며
이 전체가 나의 퍼스널브랜딩이다.
그러고 보니
난 직원한명없이 농장부터 재료판매, 식당까지 원스톱시스템을 마련한 셈이다.
내 글의 진짜 장점이면서 진짜 단점은 '길고 유머가 1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카피도 못뽑고
요즘 말로 '후킹'이라는 것도 못하고
sns에도 취약한데
네이버프리미엄은 이 것들을 조금씩은 가미해야 한다.
이 취약한 부분은 어찌 메꿀지 모르겠다.
또 내 성격과 성향대로... 그냥 묵묵히.. 글을 믿고.. 글에 정성을 다하고... 뭐, 그렇게 하겠지.
뇌(惱)가 괴로웠다(苦).
고뇌(苦惱)로 꽉 찼었다.
고통스런 번뇌였다.
진짜 골통의 설사제(몽테뉴)가 필요했고
정리될 때까지 일단 가던 길로 몇걸음 더 가보자 했는데
싹 정리가 되었다.
글에 대한 진정성과 깊이를 추구하는 내 정념은 매일매일 더 간절해지니
이를 뿌리삼아 굵은 기둥에 양분을 올리고
여기저기서 마구 자라는 잔가지 가운데 필요한 것은 남기고 불필요한 것들은 쳐냈다.
정리했으니 이제 남은 잔가지들, 또 새롭게 자랄 잔가지들이 제 아무리 날 괴롭히더라도 외면해야겠다.
그러고보니,
정신이란 놈.
감정을 억제하고 통제하고 조절해야 할 녀석이
감정을 만들고 불러오고 부풀리고 있었구나! 쯧쯧쯧
감정이 자라게 한 잔가지들 정리됐으니
이제 진짜 다시 근원만 들여다 보자.
비옥한 토양, 더 깊이 내릴 뿌리, 더 높이 솟구칠 기둥에 나는 더 집중해야겠다.
그렇게 정신에 '글'의 깊고 길고 단단하고 강인한 양분을 보태보자.
그렇게 가보자.
[건율원 ]
삶의 가치실현을 위한 어른의 학교, 앎을 삶으로 연결짓는 학교, 나로써, 나답게, 내가 되는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