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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ul 10. 2024

꾀나는 하루,
시간뒤에 숨고 싶은 그런 날...

'글쓰기의 기준'에 대하여

신이 나는 들썩이는 하루가 있고

독이 올라 질주하는 하루도 있고

겁이 나서 부여잡는 하루가 있고

꾀가 나서 내려놓는 하루도 있다.

오늘은 꾀가 나는 하루다.


어찌어찌 시간이 빨리 나를 통과해 잘 시간이, 아니, 자도 괜찮은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에그머니나 어쩔 수 없었네!' 하며 발을 동동 구르더라도 되돌릴 수 없으니 체념하고 잠이 들어버리는 그런 시간. 그런데 새벽 3시에 일어나 오전 8시까지 책상앞에 있었던 내가 아무리 꾀를 쓰고 이것저것 집안일에 바빴지만 아직 12시밖에 안되었다. 


욕실청소를 끝내고서는 거울보며 피식 웃는다. '참 오늘따라 너 별스럽다.', 

'그래, 괜찮아. 이런 날도 있는 게지. 꾀부려도 그런 머리 없는 너니까 다시 책상에 앉겠지!' 


동네 무인카페. 역시 아무도 없다. (2024-7-9. 12:50)

그리고는 그 길로 곧장 매일 출퇴근하는 집근처 무인 카페에 도착, 평소 하던대로 글을 쓰기 시작, 이 글을 다 쓰면 집필중인 원고를 더 들여다보는, 해.야.할. 것을 또 그냥 하고 있다.


사람은 참 요상한 동물이다. 그리 다짐하고 그리 갈구하면서도 가끔은 내게 '어쩔 수 없어서' 해내지 못한, 그런 상황 뒤에 냉큼 숨고 싶어진다. 


이런 위선자같으니라고.....

그래서 민망하지만 또 다짐하는 의미로 오늘은 '나의 글'에 대한 기준에 대해 써보려 한다. 


훌륭한 문장은 어쩌다 우연히 쓰여지지 않는다.

글에는 어떠한 속임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쓴 최상의 작품은 그의 인격의 최상을 나타낸다.

모든 문장은 오랜 시련의 결과이다. 속표지에서 책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책속에는 저자의 인품이 속속들이 배어 있다. 이는 저자라도 교정볼 수 없다. 작가만의 특징이 담긴 육필을 읽기 위해서는 글을 읽을 때 장식적인 측면에 구애받아서는 안된다(주).

                                   

감히 나의 자세도 소로우와 같다. 글을, 말을, 책을 대하는 내 마음의 방향이 이를 향한다. 말 그대로 '글'과 '말'은 '나' 자체다. 내 몸뚱이야 어찌저찌 꼭꼭 감출 수 있다 해도 나를 통해 드러나는 글, 말들은 그대로 세상으로 노출된다. 중간에 필터링이 없다. 노출은 연결이고 연결은 연합이며 연합은 영향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의 말과 글에는 꾀도, 요령도, 잔재주도, 억지도 모두 불순물로 취급되어져야만 한다. 

책을 내고자 하는 몇 분을 가이드하고 있는데 내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글은 자기 자신이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자질, 인격이 그대로 노출된다." 이다.


글의 내용이 부실하거나 글쓰는 능력이 부족한 것은 언제든 오케이, 하지만 마치 립스틱자국 그대로 묻어있는 커피잔에 대충 믹스커피 타서 내놓은 것처럼 성의가 없는 글을 받아볼 때가 있다. 그러면 일단 보고 싶지가 않다. 솔직한 맘이 그렇다. 선생으로 대접받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나를 아는 이들은 아마 공감할 것이다. 그저 성의없는 글에 정성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본인도 정성들이지 않는 글에 내 정성은 과하다.는 생각때문이다. 왜냐면, 내가 글을 대할 때 정성의 즙까지 모두 짜내기 때문이다. 


능력은 있는데 의지가 없거나

의지는 있는데 잔꾀를 부리거나

비상한 머리가 요상한 재주에 쓰이거나

미숙한 재능에 요란한 포장을 씌웠거나

자신의 부족을 감춘 채 남의 능력으로 대체하려는 묘한 심보는

신기하게도 글이 그대로 보여준다.  


타인의 글들을 보면서 오히려 나는 배웠다. 글은 글자덩어리, 단어의 나열, 문장의 연결이 아니란 것을. 아무리 이쁘게 눈화장을 하고 서클렌즈로 눈동자마저 감춰도 자체 눈빛은 감출 수 없듯이 제 아무리 글이 화려하고 내용이 좋아도 작가의 인품은 그대로 드러나는구나..... 


내 글은 어떨까.....아마 이런 느낌이 오랜 시간 축적되어 어제의 내 글(오늘 새벽 5시 발행한)에  혹여 쓰다쓰다 글조차도 두려운 순간이 오면'이라는 표현을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을 잠깐 속일 수 있을지 모르나 다수를 오랜기간 속일 수는 없으며 

당장의 눈앞은 가릴 수 있을 지 모르나 가려진 장막으로 뿜어져 나오는 보이지 않는 기운은 어쩔 도리가 없으며 

오히려 이 작은 꼼수가 몸집을 키워 내 앞길 어느때 어디서 나를 향해 날아들지 두려운... 

정작 무서운 것은 

무서운 줄 모르는 처사이니까.     


세치혀가, 꼼수부리는 손끝이 세상에 나가 부피와 질량을 키워 내게로 올 때 잔꾀와 농락과 치장에 익숙해진 나라면 아마도 감당하지 못할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기에 애초부터 그런 씨앗은 심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었고 부족한 부분은 있겠지만 알고 저지르는 잘못은 없는 것 같긴 한데...


세상은 내게 결코 예고하지 않고, 결코 눈에 보이는 앞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옆과 뒤에서 날 가르치고 있으니...


진실과 진정이 꾹꾹 담겨져 있다면 지금 비록 비틀거리거나 어설픈 내 걸음이라 해도 언젠가 날 눈여겨보던 신이 '때가 됐다'며 시간의 뚜껑을 활짝 열어 내게 보여주며 이리 읊조릴 것이다. 

'너의 걸음걸음이 아름다웠노라고, 맑았노라고, 그래서 찬란히 세상으로 나가도 되겠다고...'

....

....


나는 내게 아직도 글쓰는 것에 프로의 자격을 부여하지 못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길에는 프로라고 불리는 전문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니 창작자일 뿐이다. 어설프지만 만들어내고 미진하지만 진정을 우선 담는. 그런 창작자....전문프로가 존재할 리 없는 이 땅위 이 길에 필요한 비료는 '진정한 나'외엔 없다. 만약, 거꾸로 부정한 나를 감춰 전문가인 폼내려 한다면 비옥한 땅에 농약을 왕창 뿌려 자기땅도 남의 땅까지 모두 해를 끼칠 것이니 만약 내가 그러하다면 나는 스스로 글쓰는 자격을 박탈해야만 옳다.


글은 아무리 비상한 재주로 나를 숨겨도 그림자로 드러낸다.

글은 아무리 짙은 어둠으로 장막을 쳐놔도 행간으로 읽혀진다.

글은 아무리 무지개빛으로 치장을 해놔도 깊이에서 들통낸다.


꾀부리고 싶었던 하루.

하지만 이렇게 날 노트북앞에 앉혀 놓으니 난 또 겸허한 다짐을 이리 쏟아내고 있다.

강직하면서도 유연한 글을 쓰자.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영리하면서도 순수하고,

먼 시선이지만 가까이를 포착하는,

많이 담지만 더 많이 버리는,

거짓과 과장을 입히겠지만 이는 참을 이야기하려는 양념일 뿐인

그런 글을 쓰는 창작자가 되고 싶다. 

     

그래야 나의 글에서

주장은 설득이 되고

오해는 이해가 되며

타협은 일체가 되고

독단은 용기가 되며

모순은 진리로 승화될 것이다.


아침에 조금 깊이 이런 생각에 빠졌었다.

'내가 글을 쓰는 명분이 없네!ㅜ.ㅜ' 

대단한 작가라서 계약이 밀려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전공에 맞는 이론서적을 쓰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위해 알려야만 할 위대한 사상가도 아니고

새롭고 특별한 나만의 경험의 소유자도 아니고

남들이 아무도 모르는 비법이나 정보를 아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바꿀 혁명가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지독하게 나의 사색과 사유를 글로 풀어내는 나를 가만... 히 들여다보니

혹시....

내 인생이... 

진주품은 조개

인 것은 아닐까 싶다.(이 생각이 딱.... 들어오는데 기분이... 아주 야릇했다...)

딱딱한 껍질로 이도 저도 아닌 미끌거리고 물컹이는 내실을 감추는 위선자가 아니라

그 속에서 진주를 탄생시키고 있는 그런 조개.........

당돌한 자만에 나를 빠뜨리고 이 글을 마무리한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글 앞에서 진짜였다.

혹여 잔꾀를 부릴 몹쓸 정신이 가격하더라도 이리 앞에서 진짜인 나로 서보겠다. 


주> 소로우의 일기, 헨리데이빗소로우, 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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