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에 대하여
조율.
난 광적인 사람이 좋다.
음.. 그러니까... 이상한 미치광이말고
자신의 신념에 광적인 듯한, 그냥 나만이 느끼는 그런 광적인 미를 지닌 사람이 참 좋다.
그 중 한명이 바로 한영애다.
그녀가 '조율'(작사곡: 한돌)을 신명나게 부르는 것을 보노라면,
마치 그녀가 세상을 조율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같기도 하고
세상을 조율해달라고 모든 인간을 대표자로 신앞에서 갈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노랫말도 하나하나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내가 얼기설기로 끼워맞추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엄마의 유산'이라는 편지글을 지난 2년간 쓰고 또 쓰고 곧 출간을 앞둔 지금 이 조율을 들으면...
내 가슴에 이렇게 잘 들어맞을 수가 없다.
이 가사 역시 어린아이에게 편지를 쓰면서 노랫말을 적었다고 한다. 게다가 글에서 종종 아니 자주 '꽃은 꽃이 되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이라고 내가 표현한 것처럼 노래의 첫소절은 '알고 있지, 꽃들은. 따뜻한 오월이면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을'이다.
주구장창 나의 삶을 만들고 나의 길을 가는 고통과 환희에 대한 글이 많은 나인데 그녀는 '무엇이 문제냐면 가는 곳 모르고 그냥 달리고만 있었던거야'라고 노래하고 한방울의 물이 둘러가든 어디에서 침전물을 만나든 결국 바다로 모이는 것이니 자기 길을 가야 한다고 글로 말하는 나와 '정다웠던 시냇물이 검은 바다로' 간다고 노래하는 그녀...에게 나는 깊은 동질감을 느끼고 혼을 담아 노래하는 그녀의 광적인 제스츄어에 깊이 매료된다.
그리고 하루에도 열두번씩 나는 바란다.
'조화'를 만드는 것이 우주의 유일한 일이며 이쪽이 동(動)하면 저쪽이 정(定)한 것이 이치이며, 모든 것의 배후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기에 나는 신들에게 자주 바란다. 균형을.... 균형이 잡히려면 조율되어야 하는 것이니....그녀는 노래로, 나는 글로... 같은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만 같다.
오비디우스가 '마음의 원(願)에 쫒기어 만물의 변신(變身)이야기를 펼치려니 바라건데 (중략) 온전하게 힘을 빌려주소서'라고 간청하며 글을 시작했듯이 매일매일 쓰는 글에 나 역시 염원을 담아 쓴다. 이 노랫말을 쓴 이도, 노래를 부르는 그녀도 그러한 염원이 깊이 담긴 듯하다. 그러지 않고선 이같은 가사가 나올 수 없고 이리 절절하게 부를 수 없다. 아마 이 노래를 만든 이들도 오비디우스를 읽지 않았을까.
여하튼 그녀가 미친듯이 무대위에서 갈구하듯 나도 미친듯이 글로 갈구한다.
태초, 한가지 질료 안에 있으면서도 서로 반목하고 서로 방해만 하던 카오스의 세상을...
추위는 더위와, 습기는 건기와, 부드러움은 딱딱함과, 무거움은 가벼움과 싸우는 이 태초의 반목에 종지부를 찍은 '자연'이라는 신이 하늘로부터 땅을, 땅으로부터 물을, 무주룩한 대기로부터 맑은 하늘을 떼어놓았듯, 그렇게 서로 다른 자리를 주어 평화와 우애를 누리게했듯
이제는 '조율' 한번 해주길...
그렇게 나도 나를 해체시켜 다시 조율[이기론]했듯 각자가 스스로를 조율하고 또 그렇게 조율된 개인이 각자의 삶에서 자기 길을 걸어 온 우주가 다시 조율되길 나는 늘 바래왔는데 그녀도 그랬었나보다.
이제
우리가 수습하지 못하니 신들에게 당부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의무와 나태를 상기시키려는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그들의 분노가 더 이상 탱천(撑天)하기 전에 이렇게라도 빌어야 할 판인지
여하튼 나는 글로, 그녀는 노래로 갈구한다.
맑은 하늘마저 뿌옇게 변해버린 지금,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끝이 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며 그녀는
'하늘님이여, 제발 이제 그만 자고 깨어나라'고 노래한다.
어디선가 토론장에서 앞으로의 세대는 모를 단어 가운데 2가지가 지갑과 사랑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현금을 쓰지 않으니 이들은 '지갑이 뭐야?'라고 물을 것이고 혼자 디지털세상 또는 AI와 살아갈 아이들이라 '사랑이 뭐야?'라고 묻는단다. 물질도, 정신도 플리핑(flipping)되어가는, 아니 이미 되어버린 시대를 사는 우리네.
나도, 그녀도, 기원전 로마의 한 시인도 같은 목소리를 내며 서로에게 묻는다.
나도, 그녀도, 기원전 로마의 한 시인도 같은 목소리를 내며 간청한다.
인간이 저지른 카오스가 수습이 안되니 신들이여 이제 그만 깨어나달라고.....
그렇게 각자가 때가 되면 꽃을 피우듯 내 인생 내 것으로 나답게 걸어가게 해달라고.....
그래서 진실이, 사랑이, 진정이, 순수가.... 외면당하다 소실되지 않게 해달라고.....
나도, 그녀도, 기원전 로마의 한 시인도 같은 목소리를 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직...
우리는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지 않냐고....
멸종해가는 북극곰을 지켜내는 것만큼 우리 가슴과 정신에도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지 않냐고....
이렇게 외면하거나 방관하다가는 우리 자녀들에게 무엇을 남기겠냐고....
그렇게 내 생이 연명만 하다 가는 것에 괜찮겠냐고....미안하지 않겠냐고....
이런 얘기...
그녀와 소주한잔 거하게 걸치며 깊이있게 나누고 싶다.
물론 그녀는 날 모르겠지만.
- 한영애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알고 있지 꽃들은 따뜻한 오월이면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철새들은 가을하늘 때가 되면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가는 곳도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만 있었던거야
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미움이 사랑으로
분노는 용서로
고립은 위로로
충동이 인내로
모두 함께 손잡는다면
서성대는 외로운 그림자들
편안한 마음
서로 나눌 수 있을텐데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일어나요
일어나요
일어나요
일어나요
내가 믿고 있는 건 이 땅과 하늘과 어린 아이들
내일 그들이 열린 가슴으로 사랑의 의미를 실천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