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렇게
지금은 이렇게.
어제 새벽 일어나며 난 나에게 명령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이렇게 3가지.
잘 자고 잘 먹고 잘 쓰고.
체력이 무너지니 정신도 감정도 자꾸만 궤도에서 이탈하려 해서
난 나를 잘 재우려, 잘 먹이려, 그렇게 잘 쓰게 만들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
자다깨다가 반복되고
대충 아무렇게나 먹던가 안 먹던가
그리고 매일 하루 10시간을 책상앞에만 앉아 있으니
몸이 균형이 깨지는 것은 당연하다.
기존에 날 돌봐주던 루틴을 조금씩 바꿔왔는데도 어디선가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유는 모르지만 이대로 패턴으로 굳어진 것 같아 살짝 겁도 났고.
오늘 새벽에도 1시, 2시, 3시, 4시...
그래도 눈 꼭 감고 누워있었다.
평소같았으면 1시에 그냥 일어나 버렸을텐데 내게 새로운 안하던 짓을 시도해본다.
몸은 침대에 있지만 정신은 계속 글을 쓴다.
그래서 몸은 놔둔 채 정신하고 난 놀았다.
이 글도 썼다가 저 글도 썼다가 ...
그러면서 한 켠에는
이럴 바엔 일어나서 공부하자. 그게 낫잖아. 했다가
아니야, 그냥 누워있어도 괜찮아. 이럴 때도 있지. 했다가.
이렇게 잠도 안자면서 누워 있는 건 시간낭비야. 네가 그럴 때가 아니잖아 했다가
이렇게 잠을 안자도 누워 있는 게 쉼이야. 이럴 때가 있어야 해 했다가.
나는 왜 나를 닥달할까?
나는 왜 지켜야만 할까?
나는 왜 어긋나면 안되고
나는 왜 착해야만 할까?
무엇이 두려운 것이며
무엇을 잃기 싫은 것이며
무엇을 놓칠까 겁내는 것인가?
그때는 그렇게
지금은 이렇게.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웃지 않고 울어도 되고
열정 없이 넋놔도 되고
걷지 않고 기어도 되고
잡지 않고 놓아도 되고
열지 않고 느껴도 되고
정면 말고 사선도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버거울 때 도와달라 말해도 되고
두려울 때 안아달라 말해도 되고
억울할 때 하소연과 욕해도 되고
힘없을 때 어깨를 빌려달라...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오비디우스를 읽기 시작했다.
미루고 미루던 책, 읽어야 하는데 버거웠던 책.
루크레티우스처럼 거대한 시선이 날 일깨워주길 바래서다.
당분간 오비디우스에게 날 맡긴다면
비틀거리고 흔들거리고 절름거리고 파닥거리는 내 신체와 영혼이...
다시 온전한 자세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겠지.
지금껏 그래왔듯이...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이래도돼
오늘은 괜찮아...
이렇게 돌출되고 모가 난 하루하루..
괜찮다..
어딘가에 닿기 위해
지금은 이 길을 가야만 하나보지...
잘자고 잘먹고 잘쓰고
그래서
잘 쓰.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