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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Aug 06. 2024

SNS세상말고
내가 나의 시대를 만들면 안되나?

새벽독서는 이미 습관이 된 줄 알았는데

오늘은 새벽 내내 이 생각 저 생각,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조금 혼잡한 생각들에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SNS 천국이다.

이제 인스타 조금 하려 했는데

쓰레든(Threads)지 뭔지 또 나오고 

일단 인스타 계정이 있으니 쓰레드를 시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전부 반말이다.

아. 여기선 반말을 해야 하나?


facebook은 활동을 안한지가 몇년이 됐는데도 팔로워수가 계속 늘어 5.3천명이 되어 있으나

어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2018년부터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읽은 책의 글귀를 올리는 내 카페(지담북살롱)는 나의 글기록장이고

블로그는 하다말다 하다말다 그냥 안하는 것이나 진배없고


문제는 SNS에 온통

이거 하나 바꿨더니 매출이 900% 올랐다는 둥

아직도 이렇게 하고 있냐는 둥

여태 이러고 있으면 어리석은 바보라는 둥

자기는 이렇게 멋진 집에 사는 이유가 이 비결 하나 알았기 때문이라는 둥.

메롱메롱거리며 넌 왜 그리 바보같이 사니? 날 놀리는 것 같다.


내 눈이 돌아가버렸다.

이런 조롱이 참이라면 

내가 여태 한글자 한글자 혼을 넣어 쓴 글들과

치열하게 읽은 책들과

조금이라도 어긋나지 않게 살려던 조심들은

어리석은 길로 가는 바보짓만 하는 것으로 전락해 버린다.


SNS를 잠깐 봤는데도 이런 좌절감에,

이렇게 계속 하는 게 맞나? 싶은 불안감에,

세상은 저리로 가는데 난 여기 머무는 듯한 정체감에,

아무도 날 모욕하지 않았는데 내 안에 모욕감이 인다.


지금 토요일아침 7시 14분.

새벽부터 주방에선 곰국이 우려지고 있고

난 또 끙끙대며 글 하나를 썼고

책을 읽으려 책상앞에 다소곳이 앉았지만

쓰레드인지 뭔지를 시작으로 SNS 세계 잠깐 탐험(일탈?)했을 뿐인데 

쓰나미같은 감정에 휩싸여서 마치 시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다 쓰고 버려진지도 모른 채

쓰레기가 된 그런 느낌.


아... 진짜...

그래, 여기서 마구마구 질러대는대로

좋아요수 늘이는 방법도 모르고 후킹인가 뭔가 카피도 못 뽑고 인풀루언서는 소원하고 알고리즘은 완벽히 무지하고 조회수를 늘이는 노하우는 커녕 관심도 두지 않았는데... 여하튼 난 그런 인간이 결코 될 수 없는 좌절감만 든다. 이런 거 잘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으면 좋겠다. 가 더 솔직한 심정이리라. 




그런데 가만..

이런 의미에서 브런치는 참 기특하다.


처음 맨 바닥부터 순전히 글. 

그렇다, 글 하나로..

2년만에 독자 3600명이 꾸준히... 정말 꾸준히...

2년간 매일 새벽 5시 발행을 지켜온 그 하나로... 

어떤 트릭이나 방법없이 그저 길고 지루하고 진지하기만한 내 글만으로 모은 독자들이라... 

이게 맞는 것 같은데...


또 누군가의 글에서 브런치는 '글이 고인 곳'이란 소리를 들으니 '내 글도 여기서 이렇게 고인 채 부패되어 가나?'싶은 생각에 또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아날로그인 나는

그냥 아날로그로 살고 싶다.

그냥 나만의 시대를 만들어가고 싶다.

그냥 천천히 오래 끓여대는 곰국처럼 

그냥 내가 나의 시대를 만들며 살면 되지 않을까? 

이런 삶이

화려하진 않지만 진지하게 삶을 사는 것이라 여기는데 

이 또한 편견인 것인가.


어렵다.

그런데 SNS 하고 싶지 않다. 

아니, 해낼 능력도 재간도 없다.

이 '단순한 하나'만 따라하면 된다는 그 단순함이 내겐 넘사벽인데.

그냥 묵묵히 이렇게 글로 나를 드러내는 것으로 가면 안되나 싶은데...




시대에 점점 뒤떨어지는 것을 느끼지만

시대를 통찰하며 보편에서 멀어지는 것이 묘수라 믿으려

나는

습관처럼 팍팍 눌러서 양치질 한 번 더 하고

찬물로 내 얼굴을 때리듯 세게 세수 한번 더 하고

얼음 동동 띄운 아이스커피 한잔 더 타서

책상앞에 다시 앉는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나다움을 믿는 것이라 여기련다.

시대의 속도를 감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결코 변치 않는 영속된 변화의 흐름에 따르는 것이라 여기련다.

시대의 보편에 어렵고 낯선 것이 아니라 보편을 밀어낸 독특의 한 귀퉁이에 서 있는 것이라 여기련다.

시대의 영악함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로움에 부합하는 것이라 여기련다.

시대가 요구하는 바에 적응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도 감히 거스를 수 없는 사명으로 걷는 것이라 여기련다.

시대의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방법의 근원이 있는 자리, 진리의 심연속에 날 담근 것이라 여기련다.

시대의 시간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내게 허락한 바로 그 시점을 향해 기다리는 것이라 여기련다.....


22년 9월 18일부터 단 하루도 글을 쓰지 않은 적이 없다. 대충 쓴 날도 없다. 

난 곰국같은 사람이고... 맹목적으로 꾸준히 걷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면 방법인데.

그래서 비결도 비법도 요령도 노하우도 없는 나인데.

이런 내가 SNS상의 보편적 판단으로는 

'SNS는 그렇게 하면 안되는' 인간의 대표적인 유형인 것이다.

미련한 바보, 진지충, 헛수고의 대명사가 딱 나같은 인간인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내가 못하는, 취약한 부분이 있고

그래서 더디고 당하고 소실되는 부분이 있다.

안타깝고 속상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겠지?

내가 바라는 색으로 내 시대를 만들 수 있겠지?

이런 삶의 방식이 내게 

잘 맞는 옷같고

잘 차려진 영양밥상같고

잘 닦인 길같고

잘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들어선 것이니...

계속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런 상념들이

현실을 외면하는 회피면 안되는데

부족한 능력에 태만을 보태는 태도면 안되는데

알고 행해야 할 의무라는 의심마저 거두면 안되는데

이도저도 모른다고 이래저래 타당하게 끼워 맞추는 정당성이면 안되는데....


SNS 좀 외면하고 모른 채 살면 안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먹고 살고 싶은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SNS와 상관없이 사는 삶으로 얼른 건너가야만 한다.

좋아하는 글이나 쓰면서 살 수 있는 삶으로 넘어가야만 한다......

그래서 

넘어가려면 SNS를 해야 하는건가?

안하고 넘어갈 방법은 없나?


혼돈의 새벽이었다.


[건율원 ]

삶의 가치실현을 위한 어른의 학교, 앎을 삶으로 연결짓는 학교, 나로써, 나답게, 내가 되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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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북살롱]

책, 글, 코칭으로 함께 하는 놀이터,

https://cafe.naver.com/joowo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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