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ore '엄마의 유산' - 4번째 편지
곧 출간을 앞두고 있는 '엄마의 유산'은 2023년 15편의 초고에 이어 2024년 30편의 편지로 다시 쓰여졌습니다.
브런치 독자들에 의해 다시 재탄생한 'Encore 엄마의 유산'은 감사의 의미로 매주
또한, 엄마의 유산 북디자인은 호주에 거주하는 인기 브런치작가이자 아티스트 근아작가님의 작품입니다. 표지에 담긴 깊은 의미와 글 사이사이 삽입되는 일러스트도 앞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근아작가의 '엄마의 유산'은 매주 일요일 발행됩니다!
소신이 필요한 어떤 순간에는 네 손에 쥔 것을 잃을 것 같은 상당한 타격에 겁도 나겠지만
결과적으로 더 위대한 시선이 네 인생을 들여다보고 있음을 잊지 마라.
당장의 '손해'처럼 느껴지겠지만 그 위대한 시선이 절대적으로 널 보호해 줄거야.
더 큰 '이로움'을 위해 지금 잠깐 '겁나는 상황'이 필요할 뿐이야.
그저 '겁'이라 포장된 길을 지나고 있을 뿐이야.
늘 말하지만,
너는 귀하고 소중한 존재란다.
귀하고 소중한 존재는 귀하고 소중하게 쓰여야 해.
그렇게 귀하고 소중한 증명을 해내는 너는 귀하고 소중하게 보호될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 좋을 때, 능력이 뭔가 결과로 보여질 것 같을 때, 사람들은 소신을 들먹이지만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손해를 끼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소신은, 아직 멀쩡한데 작아진 신발처럼 버리지도 신지도 못하면서 한켠에 쳐박아두게 돼. 개통시키지 않은 핸드폰같이 중요한데 소용없는 취급을 받게 되지.
그런 사람들이 항상 네 주변에 있을거야.
천사의 찢어진 자루에서 떨어진, 그런 어리석은 사람들 말야.
이들은 너에게 소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며 혀를 부지런히 움직일거야.
그렇게 항상 네 옆에서 네게 조언할거야.
'내가 다 경험해봐서 안다. 네가 세상을 몰라서 그렇다, 이번 한번인데 문제될 것 없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 라고. 이런 사람들은 천사가 자루에 담아 데려가려다가 떨어뜨린 당사자가 자신이라는 것도 모를걸!
또 살짝 헷갈리게 하는 사람도 있어.
마치 자신이 엄청나게 소신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작은 책임도 지지 못하는 사람들.
가령, 지금 이 격변의 시대에 자기 인생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면서 정치걱정, 경제걱정, 남걱정으로 바쁜 사람들. 지금 해내야 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자기 생존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면서 자기가 마치 커다란 책임을 떠안고 산다는 착각에 빠진 사람 말야.
바빌로니아의 노예해방에 들떠 마구 소리치며 기뻐하던 한 사람에게 위대한 철학자 랄프왈도에머슨은 이렇게 말했대.
'가서 당신의 아이나 사랑하시오. (중략)
먼 곳에 있어 이룰 수 없는 그 사랑이 집에서는 원망이 될 것이오[1]'라고.
또 전쟁터에 나가는 키루스에게 그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지.
'자기 자신이 진정 선하고 고상한 사람임을 증명하는 데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 자신의 가정에 좋은 삶을 제공해주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훌륭하며 가치있는 임무란다[2]'라고.
신은 인간을 창조하면서 개개인이 자신의 가치관으로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지켜내야 할 것을 먼저 지키고 보여줌으로써 증명하게, 증명함으로써 이로운 사람이 되길 가장 우선적으로 바라고 있어.
진심으로 바라건데 네 인생부터 먼저 구름위로 올려 놓아라.
제 아무리 비바람이 거세고 천둥번개가 너를 위협해도 구름위는 고요하단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관계적으로, 신체적으로 너의 인생, 너의 가족, 너의 소중한 이들부터 그리 만들렴.
그리 한다면 너는 아마도 더 큰 곳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야. 이러한 자세가 살면서 지켜야 할 소신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란다.
물론, 신이 어떤 시기마다 등장시키는 천재(天才)들. 탁월한 사명감으로, 특출난 능력으로, 남과 다른 배포로, 자기 인생과 자신의 가족을 희생하고 대의를 위해 선출된 인간들도 있어. 만약에 너에게 그런 기회가 온다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기회에 선택되지 못한 평범한 우리네 인생에서는 자기 자신부터, 자기 가족부터 챙겨야 해.
이 말을 오해없이 듣길 간절히 바란다.
이기적으로만 살라는 말이 아니라
진정한 이타를 위해 기본이 되는 자리(自利)[3]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해.
개인이 있어야 조직이 있고 조직이 있어야만 사회가 존속되지.
사회가 있어야 국가가 있고 국가가 건강해야 개인은 성숙한 세계의 시민이 될 수 있으며
이 세계가 더 큰 우주의 질서에 부합하는데 일조하는 것이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초유기체로서의 개인이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진단다.
기본부터 먼저 세우는 것이 소신의 시작이야.
소신은 책임지는 것이잖아.
자기인생,
자기가 선택한(된) 것들에 대한 책임.
아무리 전쟁과 질병이 인류가 탄생한 이후로 끊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금껏 역사는 소신을 지킨 소수로부터 혁명이 일어나고 재창조되면서 진화가 거듭되는 것을 증명했지.
이 모두가 소수가 행하는 '선'의 힘일 것이야. 무슨 나라를 구하라는 것도, 지구를 구하라는 것도 아니며 그저 네 인생부터 제대로 다져놓으란 말이야. 앞서 말했듯이 국수면발을 뽑더라도, 요리를 하더라도, 어떤 상품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더라도, 강아지 한마리를 치료하더라도, 그 어떤 일에서라도 그 일과 자신의 가치를 품은 소신을 기준으로 삼길 바란다. 그렇게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지.
자기 인생 제대로 구하라는 이 말이 얼마나 큰 뜻을 품고 있는지 아니?
한사람 한사람이 자리(自利)를 실천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가치를 위해 소신을 지킨다면 이 우주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할지 상상해 봐...
자, 이제 스스로를 점검해 봐.
나는 과연 멀쩡한가?
나는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나는 과연 나를 온전히 세우고 더 큰 일을 도모할만큼 나를 키우고 있는가?
나는 과연 나에게 그런 자격을 스스로 부여할 수 있는가?
말로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하면서 말로만 소신어쩌구하면서 핑계뒤에 소신을 숨기고 조직에 굴복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서 세상이 힘들어 해. 그저 네 가슴에 품은 꿈,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소신. 그것에는 부모와도 타협하면 안된다. 하긴 자식이 자신의 뜻을 지키겠다는 데 반대하거나 방해하는 부모는 부모자격이 없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여하튼, 네가 스스로 부여한 그 소신만큼은 그 어떤 것앞에서도 싸구려취급하지 마라. 그것이 네가 태어나서 유일하게 지켜내야 할 몫이고 유일하게 끝까지 지니고 걸어야 할 소중한 것이야. 이사람 저사람 인생에 끼어들어 이런말 저런말에 흔들리며 이러저러한 곳들을 전전하며 말같지도 않은 조언과 위로에 소신을 뒤로 숨긴 채 감정에 흘러가는 사람이 되서는 안된다.
항상 우리가 진부하다고 치부해버리는 진리안에는 커다랗고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단다.
소신이 있으면, 즉,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 알지?
네게서 '뜻'이 싹을 틔우면 '뜻'이 자체의 힘으로 길을 만들 것이야.
여러번 강조해서 네게 말했듯이 미래는 현재 너의 관념 속에 존재하는, 즉 현재까지의 경험으로 재단해서는 안돼. 지금까지의 경험이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은 양념에 불과해.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 탄생될 그것은 그것만의 새로운 길이 개척될터인데 과거의 경험으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래야 하고, 계획하며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단다.
경험이라는 손에 잡힌 것으로 미래를 잡을 수 있다고 속단하지 마라.
미래에 탄생할 것은 아직 네 손에 없단다.
네가 가고자 하는 길 위에서 소신을 지킨다면 반드시 너의 뜻은 너에게 길을 내어줄거야.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소로우가 전선주밑에 앉아서 들었다는 그 소리를 너와 엄마 둘 다 '아이'가 되어 함께 손잡고 들어보고 싶구나.
'아이야,
마음에 깊이 새겨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네가 걷고 있는 삶보다 더 높은 단계의 삶,
무한히 더 높은 단계의 삶이 있다.
그 길은 멀고 험하지만
네 인생을 모두 바쳐서라도 꼭 도달해야 할 소중한 길임을 결코 잊지 말아라[4].'
사랑한다...
너의 뜻을,
너의 길을,
그 길을 걷는 너를.....
[1] 자기신뢰철학, 랄프왈도에머슨, 2020, 동서문화사
[2] 키루스의 교육, 크세노폰, 2005, 한길사
[3] 자신을 이롭게 하는 자세
[4] 소로우의일기, 헨리데이빗소로우, 2003, 도솔
[지담연재]
월 5:00a.m. [이기론 - 어떻게 살아야 할까.]
화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수 5:00a.m. [지담단상-깊게 보니 보이고 오래 보니 알게 된 것]
목 5:00a.m. [Encore! '엄마의 유산']
금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토 5:00a.m. [지담과 제노아가 함께 쓰는 '성공']
일 5:00a.m. [Encore! '엄마의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