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달만에 도시생활을 접고 양평으로 이주한 저의 리얼일상을 이사준비부터 듬성듬성 적어내려 가는 연재브런치북입니다. 헌집과 헌나를 변신시키는 과정을 담아냅니다.
군복무중인 아들이 4일 휴가를 나왔다가 10월 말일 복귀했다. 4일간 나도 아들도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아들은 집에 온 게 아니라 펜션에 놀러온 것 같다고...
이사한 집에 처음 온 아들이니 그럴만도. 이 시간은 아들이 어렸을 때 들로 산으로 도룡뇽 보호하러, 또 벌레 잡으러 다녔던 그 시간으로 우리를 회귀시킨 듯 우리는 너무 즐겁고 신나게 자연을 즐겼다.
4일이 4시간보다 빨리 흐른 듯...
저~ 아래 길가에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아들을 보자마자 난 채근했다.
"엄마가 소고기전골을 얼마나 맛있게 했는지 알아? 얼른 먹자!!"
옷 갈아입기가 무섭게 입에 고기부터 쑥쑥 넣어주며
"엄마가 갈비찜거리, 토종닭 다 사놨어. 곰국도 끓여놓구. 여기서는 어디 먹으러 나갈 데도 없고 그냥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거 든든하고 맛있게 먹자!" 했다. 뭐든 먹이려는 엄마의 맘을 알았는지 주는대로 정말 잘 먹는 아들. 매일 3끼를 든든하게 챙기는 게 20년차 주부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새끼입에 밥들어가는 것만한 행복이 없다더니... 4일간 난 맘껏 누리고 즐겼고 그래서 너무 행복했다.
일단 먹었으니 놀기로!
먹자마자 "얼른 나가서 마당에서 놀자"고 조르는 엄마에게 아들은 "마당이 완전 달라졌네!"한다. 부동산계약하는 날 마침 휴가나왔던 아들이 함께 왔었으니 이 집의 비포와 애프터를 여실히 아는 증인이다. 밀림이었던 곳이 변한 걸 보고는 엄마가 그간 얼마나 애썼는지 알겠다며 내 맘까지 알아주니 너무 든든했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다는 것,
결과로부터 과정을 유추해 칭찬받는다는 것은 얘나 어른이나 뿌듯하고 기분좋은 일이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아들과 놀기!
마당 수돗가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전에 살던 사람이) 기와로 둘레를 둘러놨는데 내가 그것들을 치우면서 그 속에 살던 도룡뇽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도룡뇽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내가 다 치워버리면 그 재미를 모를 것 같기에 한쪽은 냅뒀다. 그것부터 치우자는 제안은 그 속에 사는(살길 바라는) 도룡뇽을 얼른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앗싸!!
첫번째 기와를 들자마자 도룡뇽이 나타났다!!!
이런 경험을 언제 하겠나 싶어서 몇그루는 아들의 손에 잘리게 남겨 두었다.
내 집을 손수 만들고 나무로 가려진 시야를 확보해서 더 넓게 보는 것, 게다가 잘린 나무를 다시 키작고 아담하고 탐스럽게 키워나가는 과정의 시작을 아이와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당의 오른쪽 나무가운데 굵은 나무는 전기톱(지금까지는 그냥 톱으로 잘랐지만 아들이 오기전 전기톱을 샀다. 두꺼운 나무들을 베어야 해서)으로, 다소 손으로 베기 쉬운 나무는 그냥 톱으로 베었다. 이렇게 베어낸 곳은 해먹을 하나 더 달아볼 예정이다. 해먹에 누워 바라보이는 뷰가 너무 좋고.. 한번에 하늘과 먼산을 시야에 담을 수 있어서.
난생 처음 나무를 베어보는 경이로운(?)경험을 한 아들은 해먹에 누워 잠시 여유를 갖고 해지기 전에 우리는 바베큐파티를 시작!!^^ 고기를 먹으며 아들이 이렇게 말한다.
"지난 번 왔을 때랑 너무 달라졌다. 엄마 진짜 엄청 일했겠네. 너무 좋다. 남들은 돈주고 캠핑한다는데 우리는 집이 그냥 캠핑장이네!"
싸구려 드론이지만 얼마나 재밌게 요녀석이 날아다니는지... 따뜻하고 한가한 가을 오후 드론이랑 개리새나(우리집고양이)와 한가로이 노는 아들은 한마디 내뱉는다.
"아~ 평화롭다"
평화....
아들은 평온함을 느끼고 있나보다.
군대에서 각잡힌, 경직된 생활에서 잠깐이지만 벗어나 이렇게 자연과 더불어, 엄마와 한가로이 보내는 오후가 평온한가보다. 아들이 그러면 나도 그렇다. 몇가지 머리 속을 어지럽히는 일들이 있지만 아들이 평화롭다. 라고 말하는 순간, 이 모든 것이 사라진다. 내 안이 평화로움으로 채워져 나로 인해 누군가도 평화롭길 바란다. 아들이 내게 그리 전해준 것처럼....
드론으로 찍은 사진은 화질이 완전 별로이지만 그래도. 신기^^(난 드론이 처음이라)
집현관은 있지만 울타리도 마당끝의 대문도 없는 이 집에 '입구'의 상징처럼 계단을 만들고 싶어서 지난 번 혼자서 작은 돌들을 올려봤지만 실패. 연못의 흙들을 퍼서 계단만들 위치에 옮겨놓고는 아들이 오길 마냥 기다렸던 나다. 큰돌로 계단다운 계단을 만들고 싶어서다. 콘크리트계단은 싫었고 나무로 만들자니 썪는다 하고 돌로 만드는 수밖에 없는데 돌을 사다가 인부를 불러서 하자니 직접 하고 싶은 맘이 컸고.
손수 뭔가를 일궈가는 재미와 의미와 그것들이 주는 깊은 음미에 푹 빠져 있는 나는
어설퍼도, 보기에 좀 어색해도,
지금 할 수 있는 '적합한' 노동으로 '적합한' 결과를 뽑아내고 싶다.
그게 지금 이 집의 '적합'인 듯하여서.
마당에 엄청 많은 돌들 가운데 소소한 돌들로 2,3계단을 만들고 제일 위와 1계단은 어정쩡하게 마당 한켠에 박혀 있는 대리석을 뽑아서 옮겼고 4계단은 마당의 돌가운데 나름 젤 평평한 돌을 굴려서 옮겼다. 이런 평평한, 계단으로 삼기 적당한 돌들이 꽤 있었으나 이 돌 하나 굴려 옮기고는 체력 고갈.ㅎㅎㅎ 그래서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고 다음에 또 수정하기로.
흙을 쌓고 계단을 만드는 이 모든 과정이 난생 처음이라서, 또 우리집에 오는 누구든 첫발을 떼는 곳이라서 직접 해내는 손길에 정성을 가득 담았다.
누구든 오소서..
어서 오소서..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걸음으로
어여 오소서...
아~~ 이 작업이 진짜... 최고의 난이도에 최고로 간절했던 작업이다.
집정면의 주목나무가 방치된 채 마구마구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내가 저녁노을을 볼 수 있는 권리를 빼앗고 있었다. 물론 해를 받는 일조량도 함께.
지금까지의 나무는 그냥 베어버리면 그만이었지만 이 나무는 앞집의 지붕이 노출되고 또 전기선도 지나가서 절대 혼자나 둘이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아들이 와서 손을 보태주면 나무 위에 줄을 매달아 한사람이 밑에서 당겨주고(나무가 아랫집 비닐하우스 위로 넘어지면 재산피해를 주니까) 한사람은 사다리타고 올라가 앞집 지붕위 높이까지 나무를 자르고 한 사람은 사다리를 힘있게 잡아주고. 내 역할은 나무에 매단 줄을 있는 힘껏 온몸무게를 실어 잡아당기는 역할이다.
나무를 지나가는 전기선이 있어 일단 잔가지들부터 자른 후 드디어... 두구두구두구두구!!!
나무가 쓰러지는 방향까지 계산해서 드디어 나무 3그루의 윗둥을 잘라냈다. 글을 이렇게 짧게 쓰니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한낮을 모두 투자해 정말 조심조심, 다 난생 처음 도전하는 일이라 더욱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 물론 잘린 나무는 그 크기로 아담하고 풍성하게 이쁘게 키워줄 예정이다.
결국, 이렇게...
석양을 품었다.
내 눈이, 내 집이 석양을 얻었다.
이렇게 근사한 석양을 너무 쉽게 얻었나...
얻는다는 것은... 그만한 대가를 치른 자의 몫이라는데...
내가 석양을, 대낮의 태양을, 먼산까지 바라보이는 시야를 이렇게 쉽게 얻어도 되나...
난 내게 주어진 몫이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해봤다. 석양을 보며... 오늘 하루.. 내 몫은 다 했는지.. 앞으로 내게 주어질 어떤 몫이든 해낼 수 있는지, 아니, 해내지 못하더라도 하려는 의지와 각오는 있는지... 그렇게 석양은 날 더 깊게 키우려나보다...
아들이 복귀하는 날,
늘 그렇듯 새벽독서를 위해 일어나 거실로 나가는데 뭔가가 폴짝댄다.
청개구리다!ㅎㅎㅎ
얘가 왜 집안에까지 들어온거야!!!
자고 있는 아들을 깨웠다.
"개구리 들어왔어. 얼른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개리새나(우리집고양이)한테 잡혀서 죽어!!"
새벽에 깨우는데도 아들은 벌떡! 일어나서 개구리를 고이 잡아서 마당으로 돌려보낸다.
아들은 여기보다 훨씬 더 큰 대자연(콜로라도에 유학중)에 사는 아이인데...
이렇게 좋을까.. 싶다가도 아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팔불출마냥 덩달아 신난 엄마...
신난다.
아들이 좋아하는 놀이가
집에 가득가득해서!!!!!!!!!!!!!!!!!!!!!!
이 곳에 오길 참 잘했다!!!
낡은 집이 새로운 집으로 변화되는만큼
낡은 나도 새로운 나로 거듭나겠지.
처음 해보는 많은 '짓'들이 날 그렇게 새롭게 변화시키겠지...
오래전 읽은 몽테뉴의 글이 떠올랐다...
나도..
당신처럼...
지금 내가 가진 것을 보전하고 다 못해도 괜찮고 가장 안전한 곳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또한 운이 날 냉대하더라도 더 나를 살뜰하게 주지시키기 위해 그리 한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나보다...
그렇게...
가장 강력한 자는 스스로를 자기 권한속에 갖는 자여야 하며
나도 그런 자가 되기 위해
이 곳에서,
지금 적합한 것만큼 얻고 잃으며 성장하나보다...
지금 내가 가진 것만을 보전하고,
할 수가 없으면 다 못해도 좋다.
신이 허락하는 남은 여생이나마 나대로 살아가게 하라.
나는 내가 곤궁한 때 나를 맡길 가장 안전한 곳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운의 은혜에서 냉대받는 경우를 당한다면,
가장 간절하게 나를 자신의 은혜에 당부하고 내게 애착하며 나를 더 가까이서 주지해 봐야 할 것임을 알았다.(중략)
“가장 강력한 자는 스스로를 자기 권한 속에 갖는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