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by 지담

나는 내 아이들에게 배운다.


이제 갓 대학에 간 두녀석


첫째는 새벽 5시에 나가서 밤 12시에 들어온다.

하루종일 연습실에서 연습하다

요즘 살 뺀다고 샐러드만 먹고

런타임인가 뭔가 한다고 연습실에서 연습하다 한강뛰고

갑자기 대구에 뭘 먹으러 간대나? 거기로 간다 하고

또 갑자기 목포 어디에 뭘 보러 간대나? 거길 또 간다 하고

또 갑자기 글램핑인가 뭔가 간다고 주말에 훌쩍 나가버리고

여하튼 무지무지 바쁘다.


둘째는 미국에 있는데 성격대로 산다.

꼼꼼하고 세심하고 성실하게

옆에서 폭탄이 터져도 아랑곳하지 않을 녀석처럼

그냥 그렇게 묵묵히 자기 할일을 충실히 해내는 아이다.

성실이라면 국보급이다.


엄마가 세상에서 젤 좋다는 아들.

나중에 여자친구생기면 실망할 게 두려워

나는 딴맘먹기로 했다.

그 말을 믿지 않기로.ㅋㅋㅋ


아이들에게 배운다.

나는?

20대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놀고 공부하고 고민하고 치열하게 사는 게 너무너무 맞다는 생각이다.

나는?

아이가 늦게 들어온다고 아이를 방해해야 하나?

아이가 안 먹는다고 먹여야 하나?

전화 안한다고 계속 감시해야 하나?

누구랑 연애하는지 몰래 알아봐야 하나?

왜 엄마한테 그런 투로 말하는지 따져봐야 하나?

왜 엄마한테 신경안쓰는지 억울해해야 하나?


나는 그냥 50대에 해야 할

지.천.명.

하늘이 내려준 나의 업이 무엇인지만 생각하면 된다.

내 20대도 그렇게 신나고 즐겁고 재미나고 벅차고 억울하고 가볍고 때론 무겁고

약한 책임감에 무거운 현실을 버거워했었다.


예의범절 알지만 부모보다 내 생활이 우선이었다.

나도 그랬다.

그러니

내 아이한테 할 말이 없다.


아이들은 그 나이에 맞게 커가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


나는?

나도 내 나이에 맞게 하루하루 꾹꾹 눌러서 살아야 한다.

지.천.명으로.


- 청하 한잔 마시고 주저리주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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