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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세이
출간을 원하는 작가를 초대합니다!

by 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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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생명을 보는 조건을 구비하기 위하여

끈기있게 내면적으로 오랫동안 응시하는 것을,

무겁게 닫혀 있는 사물의 압력에 견디고

경건하게 그 내부에 들어가는 것 (중략)

요설(饒舌)과는 정반대의 침묵 속에서 보는 방법(주1)...


릴케에게 배우고 매일 훈련했습니다.

끈기있게 내면으로 오랫동안 응시하는 것을,

사물의 압력을 견디고 그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통해 침묵으로 보는 방법을...


많은 잠을 설쳤지만 릴케는 내게

더 심연으로 들어가라, 더 오래 들여다 봐라, 더 이면에 다가가라.

이제는 피상적이고 표피적인 것들에 진동하는 안타까움을 멈추고

이제는 이면을 보는 시력의 날카로움을 믿고서

이제는 피상(皮相)이 아닌 진상(眞相)으로의 시선을 허락받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서는...

매일 글쓰기를 위협하던

'그만 쓸까.. '하던 마음의 위협을 접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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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배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놀라는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아무 뜻도 없는 짤막한 허위의 첫 문장을 쓰기까지 일생이 걸린다는 것을 처음에는 믿지 않으려 했다. 그는 주자가 시합에 나가 뛰듯 이 말을 습득하는 데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장애물들이 뛰는 속도를 지연시켰다. (중략) 그는 현자의 돌을 발견했으나, 빨리 만들어진 그 행복의 황금을 인내의 납덩이로 바꾸도록 끝도 없이 강요당했다. 스스로 공간에다 자신을 적응시킨 그는 출구도 방향도 없는 미로를 벌레처럼 기어나가야 했다(주1).


끊임없는 글의 정체기에 빠져 허우적대던 시간은

인내의 납덩이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시간으로 규정하고 그렇게 매일 써내려 갔습니다.

사실, 이런 성현들의 문장을 만날 때마다 나의 자만을 깨달았습니다.

릴케도 이렇게 숙명처럼 납덩이를 안고 써내려 갔는데 내가 뭐라고 겨우 3년을 쓰고선...

이 위험한 자만을 내게서 뿌리뽑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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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문장은 어쩌다 우연히 쓰여지지 않는다.

글에는 어떠한 속임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쓴 최상의 작품은 그의 인격의 최상을 나타낸다.

모든 문장은 오랜 시련의 결과이다.

속표지에서 책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책 속에는 저자의 인품이 속속들이 배어 있다(주2). - 소로우의 일기


그렇게

내 글의 단 한 문장도 소홀해선 안된다는 것을 자각한 후

내 인격이 내 글이며

내 글은 내 정신의 외현임을 조금씩 무겁게 짊어지고

치장도 분장도 변장도 없이 그저 진솔하게 매일 쓰는 힘을 기르는 중입니다.

오늘도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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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힘이 약하고 고생이 되더라도, 있는 힘을 다해 줄곧 앞으로 나아간다면, 비록 꾸물거리며 갈짓자 걸음으로 걸어 간다고 하더라도 돛대를 달고 노를 저어가는 다른 사람보다도 어느 결에 앞서가게 된다는 것을 종종 알게 된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과 나란히 서거나 다른 사람을 앞질러 갈 때 비로소 참다운 스스로의 감정이 생기는 법이다(주3).


글의 이유기를 지나는 나도 이렇게 매일 쓴다면

다른 사람과 나란히 설 수 있는, 비로소 참다운 스스로의 감정이 생기겠지를 믿으면서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해석하고 또 해석하며 조금 더 깊이깊이 느끼고 쓰려 애썼던 시간들이 지금까지 이어지며 귀신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한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주4)이라는 집필의 시간을 그저 똑같은 일상...

외면으로는 단순하기 그지 없는,

내면으로는 숱한 감정과 느낌의 뒤섞임으로 매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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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랍니다.

제 글이 온통 글쓰기에 대한 토로와 한탄이며 인간과 삶을 제대로 알고자 탐구한 나의 간절함 투성이지만 ‘인간의 내면에서 폭탄처럼 그것이 터지게 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안에 갇힌 영혼을 해방(주5)’시키기 위해 28개의 병사들을 데리고 매일을 전투하며 지내는 것이 이제는 제법 익숙하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년이 넘은 이 시간들을 저와 같은 아마츄어도 프로도 아닌, 작가님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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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하고 메마른 활자가

내 심정을 대신해줄 수 있을까요?

생기있는 문장으로 탄생될 수 있을까요?

과연 세상에 존재하는 똑같은 단어로서 나만의 느낌을 담아낸 글은 어떻게 탄생시키는 것일까요?

어떤 책으로, 어떻게 훈련하며, 어떻게 매일 써내려갔는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작가님들을 만나 배우고 싶고 나누고 싶습니다.


읽는다는 것은 느끼는 것이며

쓴다는 것은 느낌을 전하는 것입니다.


결국, 쓴다는 것은

'다같이 알고 있는', 거기서 거기를

'나만이 보고 느낀', 거기서 거기는 여기라고 드러내는 것이라 여깁니다.

내 기억과 감각이 읽는 책속 어휘들의 사실과 감정에 뒤섞이지 않고

내 속에서 제대로 용해되어 내 글 또한 독자의 기억과 감각에 뒤섞이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이 하나로 녹아든 글(주6)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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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보여주며 가슴을 내려앉게,

깊이 보여주며 가슴을 찌르게,

미묘하게 보여주며 가슴이 놀라게,

멀리 보여주며 가슴이 환하게,


글의 액체성(주6).

나의 감각과 인식과 이를 깨뜨리며 받아들인 새로운 모티브가

독자에게 단순한 기쁨의 기억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느낌...

뒤섞였지만 하나로 흘러가는 그런 글을 쓰기 위해

우리 물이 흐르듯...

한방울의 물이 여러 방울이 되어

하나의 물길, 글길을 만들게...

그리... 함께 하고 싶습니다...


# 지난 7년 매일 읽고 지난 3년 매일 읽고 써내려간 시간들을 작가님들과 나눕니다...

# 신청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1gNX7wQZ2kP1lv_ykYHGS9H6NH0FvNjmhnKZQBx7AIko/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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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말테의 수기, 릴케, 민음사

주2> 소로우의 일기, 헨리데이빗소로우, 도솔

주3>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 민음사

주4>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조지오웰, 한겨레

주5> 영혼의 자서전(하),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주6>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프루스트, 민음사


[지담연재]

월 5:00a.m. [짧은 깊이]

화 5:00a.m. [엄마의 유산]

수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목 5:00a.m. [짧은 깊이]

금 5:00a.m. [나는 시골에 삽니다.]

토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일 5:00a.m.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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