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에 대한 소고
새벽에 날 깨우는 것은
내게서 세상으로 나오려 안달나 있는 글들이다.
같이 자던 글들이 마구마구 내 정신을 두드리는 통에
항상 알람보다 먼저 일어나는데.
이 놈의 자식들!
날 깨워버리고는
자기들은 내 손끝에 멈춰주지 않고
이내 세상밖으로 나가버린다.
내 것은 내 것으로,
내 것 아닌 것은 내 것 아닌걸로
그냥 냅두려 하지만
내 작은 속은
'내껀데..' 아쉬워
계속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지만
도통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괜찮다.
내 안에서 나왔지만 내 것이 아닌 것은
세상 밖의 누군가에게 씨앗이 되어 심기겠지.
그렇게 세상에 드러나겠지
내 손끝에서 훌쩍 달아나버린 글이라도
내가 사는 세상 속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니
아쉬워할 필요없겠지.
내 손끝에서 탄생한 글들 역시
세상 속 누군가로부터 탈출해
내게 심긴 것들이겠지.
아뿔싸.
내게서 떠나버린 글들을 기억하려 애쓰고 아쉬워할 게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내게로 와준 글들에 감사해야 하는 거구나.
오늘도 자신의 창조를 위해
내 안에서 기다리다
손끝으로 나와준,
이 세상 모든 창조된 글들에 감사의 키스를 보낸다..
창조된
세상 모든 것들은
내 것인데 내 것이 아니며
세상의 것인데 내 것이다.
모든 것이 모두의 것이면서
모든 것이 모두의 것이 아닌,
정작 내 것은 하나도 없는데
모든 것이 내 것인.
이렇게 나는 세상과 공.유.하는구나.
내가 해야할 몫은
나를 선택하여
내게 심겨졌다가
내 손끝에서 나오는 것들에
온정성을 다해 혼을 불어넣고
그것을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내는
단지 그것뿐임을...
내 것이 아닌데도
세상 모든 것들이 자유로이
내게 허락되어 있음에,
이 무한한 공유의 자비에
오늘도 나에게서 머물러준 그것들을 감사히 세상으로 돌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