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에 대한 소고
내 눈은 열려 있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
참 이상하다.
내 혀는 자유롭지만
스스로를 구속한다.
참 이상하다.
내 귀는 뚫려 있지만
들리는 것만 들린다.
참 이상하다.
내 다리는 튼튼하지만
어떤 지점에선 꼼짝도 않는다.
참 이상하다.
내 머리는 충분히 비상하지만
담긴 관념과 판단을 자주 의심한다.
참 이상하다.
왜 안들리지?
왜 안보이지?
왜 말하지 못하고 왜 나아가지 못하지?
이 모든 위치에 '한계'라 이름붙인 주체가 나인데
그 벽앞에서 스스로 이상하다 갸웃거리니
그것이 더 이상할 뿐.
알았다!
알아버렸다!
이상하다는 감지는
비상(飛上, 飛翔)할 수 있다는 의지때문인 것을!
한계는 새로운 창조의 태동이 시작되는 순간,
한계는 지금껏 안다고 착각했던 나의 오만을 깨부술 적기,
한계는 봐왔던 것에서 앞으로 보게 될 것을 보려는 의지와 통찰,
한계만 건너뛰면 그 다음은 또 다른 시작이다.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의 진입이며
또 다시 펼쳐지는 무한의 영역이다.
'벽'이 아니라 '문'이었다.
그러니,
한계는 '도달'이 아닌 또 다른 '진입'인 셈.
결국,
한계는 경계일 뿐.
새로운 진입의 문이며
시간과 손잡고 다음 한계를 향해 또 묵묵히 가야 할 첫발.
내딛는 발에 걸린 한계를 경계로 인식하는 나의 관점이
이 문을 열게 하는 용기일 것이며
'여기까지가 내 한계인가?'의 갸웃거림은
곧 비상(飛上)하여 비상(飛翔)하라는 신호인 것이다!
한계를 직감한 것에 감사하라.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감이니.
안다.
알아버렸다.
그런데 괜찮다!
첫발을 내딛기 전에 한참을 서 있어도.
문고리를 잡고 한참을 서 있어도.
두 눈 질끈 감고 한참을 서 있어도.
두근대는 심장 진정시키느라 한참을 서 있어도.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 붙잡느라 한참을 서 있어도.
떨어지는 눈물 멈추지 않아 한참을 서 있어도.
가야 하는데 망설임에 짓눌려 한참을 서 있어도.
차라리 이 순간이 진짜 한계이길 바라는 억지 거짓에 한참을 서 있어도.
한계앞에서 한계가 아님을 알아차린 날 원망하느라 한참을 서 있어도.
그래서 이건 문이 아니라 열리지 않는 창이라 믿으려 한참을 서 있어도.
이렇게 비굴하고 비겁한 나를 들켜버려 옴짝달싹 못한 채 한참을 서 있어도.
알지만 멍청해지는 방향으로 계속 그리 한참을 서 있어도.
그래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 아는데 망설이는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