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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an 21. 2023

안다. 알아버렸다.
그런데... 괜찮다.

'한계'에 대한 소고

내 눈은 열려 있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

참 이상하다.


내 혀는 자유롭지만

스스로를 구속한다.

참 이상하다.


내 귀는 뚫려 있지만

들리는 것만 들린다.

참 이상하다.


내 다리는 튼튼하지만

어떤 지점에선 꼼짝도 않는다.

참 이상하다.


내 머리는 충분히 비상하지만

담긴 관념과 판단을 자주 의심한다.

참 이상하다.


왜 안들리지? 

왜 안보이지?

왜 말하지 못하고 왜 나아가지 못하지?


이 모든 위치에 '한계'라 이름붙인 주체가 나인데 

그 벽앞에서 스스로 이상하다 갸웃거리니

그것이 더 이상할 뿐.


알았다!

알아버렸다!

이상하다는 감지는

비상(飛上, 飛翔)할 수 있다는 의지때문인 것을!


한계는 새로운 창조의 태동이 시작되는 순간,

한계는 지금껏 안다고 착각했던 나의 오만을 깨부술 적기,

한계는 봐왔던 것에서 앞으로 보게 될 것을 보려는 의지와 통찰,


한계만 건너뛰면 그 다음은 또 다른 시작이다.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의 진입이며

또 다시 펼쳐지는 무한의 영역이다. 

'벽'이 아니라 '문'이었다.


그러니, 

한계는 '도달'이 아닌 또 다른 '진입'인 셈.

결국, 

한계는 경계일 뿐.

새로운 진입의 문이며

시간과 손잡고 다음 한계를 향해 또 묵묵히 가야 할 첫발.


내딛는 발에 걸린 한계를 경계로 인식하는 나의 관점이

이 문을 열게 하는 용기일 것이며

'여기까지가 내 한계인가?'의 갸웃거림은

곧 비상(飛上)하여 비상(飛翔)하라는 신호인 것이다!


한계를 직감한 것에 감사하라.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감이니.


안다.

알아버렸다.


그런데 괜찮다!

첫발을 내딛기 전에 한참을 서 있어도.

문고리를 잡고 한참을 서 있어도.

두 눈 질끈 감고 한참을 서 있어도.

두근대는 심장 진정시키느라 한참을 서 있어도.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 붙잡느라 한참을 서 있어도.

떨어지는 눈물 멈추지 않아 한참을 서 있어도.

가야 하는데 망설임에 짓눌려 한참을 서 있어도.

차라리 이 순간이 진짜 한계이길 바라는 억지 거짓에 한참을 서 있어도.

한계앞에서 한계가 아님을 알아차린 날 원망하느라 한참을 서 있어도.

그래서 이건 문이 아니라 열리지 않는 창이라 믿으려 한참을 서 있어도.

이렇게 비굴하고 비겁한 나를 들켜버려 옴짝달싹 못한 채 한참을 서 있어도.

알지만 멍청해지는 방향으로 계속 그리 한참을 서 있어도.


그래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 아는데 망설이는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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