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유산' 6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보면 이해하지도 못한 채 무조건 '위로'부터 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데 '위로'란 게 필요할 때가 많다지만 때에 따라 위장을 하기도 한단다. 가만 떠올려보면, '위로'부터 건네주는 대화에서 어쩌면 공감받지 못했던 기억이 있을거야.
'위로'는.
너의 심정을 이해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너의 심정을 무시하라는 의도도 심겨져 있거든.
아! 혹시 이 글에서 미리 발생할 지 모르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 말부터 먼저 해야겠다. 네게 위로를 건네는 그 모든 사람들이 너에게 어떤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야. 의도가 있다면 널 도우려는 의도만이 존재하겠지.
그러니 이 글을 읽으면서 '사람'이 아니라 '위로' 자체가 가진 본성을 중심으로 읽어내려가길 바래.
인간은 모두 자기 안에 다 가지고 있어.
상황을 이기는 힘,
자기스스로를 진단하고 그것을 치유하는 힘,
그리고 소멸되어 가는 감정까지도 다시 소생시킬 수 있는 힘.
'위로'는 어쩌면 네 스스로 꺼내쓸 수 있는 그 힘들을 꺼내쓸 기회마저 없애버리는,
어쩌면 그런 힘이 있었는지조차 망각시켜 되려 너를 약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
살면서 위로받고 위안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위로와 위안이 정말 필요한 때인지는 자기 스스로가 이미 알고 있거든. 알고 있지만 감정에 휩싸여 누군가에게서 계속 듣고 싶어하는 것이거든.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보렴.
정말 필요한 때가 아닌데 또는 스스로도 해갈시킬 수 있는데 '위로'부터 받게 되었을 때 결코 공감이 일어나지 않았을거야. 게다가 '위로'를 원한 게 아닌데 상대가 배려한답시고 '위로'했을 때 오히려 말문이 막히기도 했을거야. 물론 상대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위로'란 게 그래, 의도와는 무관하게 바라지 않는 상황에서 만난 '위로'는 오히려 무시받는 느낌이 들게도 한단다.
'위로가 필요했던 사태'를 파악하기 전에 '위로'에 의해 감정부터 진정이 되면 오히려 냉철해질 것 같겠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아. 우리의 이성은 감정에 따라 제대로 서기도 하지만 비스듬하게 선 채 본질을 보는 눈에서 멀어지기도 하고 심하면 본질을 외면하기도 해. 감정이 먼저 움직이면 항상 이성이 힘들어져. 제 기능을 못해내지.
그래서, '위로'는 안개같은거야. 뚜렷하게 볼 수 없도록 내 시야를 막아버리는...
그리고 또 이런 면도 있단다.
'위로'에 길들여진 사람에겐 늘 '위로'받을 일이 계속 생겨. 아니, '위로'받을 일을 계속 불러오게 되지. '위로'가 계속 필요하다는 것은 스스로 이겨낼 힘이 거의 바닥이 나고 있다는 증거겠지? 계속 '위로'를 구하고 받게 되면 '위로'받는 것도 습관이 되고 습관이란 녀석은 계속 자기의 힘을 키우려는 본성이 있어서 계속 그런 사태를 몰고 오도록 너를 유인해.
반면, 시야가 맑은 사람에게 '위로'는 어쩌면 불필요한 포장지같을 거야.
오히려 그런 사람은 자신안에 이미 지니고 있는 힘을 이용하기 위해,
다시 말해, 자기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키우기 위해 '위로'로부터 등을 돌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 보면 정말 '위로'가 간절할 때가 있어.
인간은 모두가 나약하니까.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점점 힘이 강해지는 것인데 힘이 강해지는 것은 그 순간 자신의 모든 힘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반복된 경험으로 형성되지. 그렇게 순간순간 끌어올렸던 경험들이 쌓이면서 점점 강해지는거야. 그리고. 그 경험은 바로 어떤 사태를 통해서만 일어나지.
좀 더 보태 말하자면, 어떤 사태를 만난다는 것은 생전 겪어보지 않은 것을 경험했다는 것이라 낯설 수밖에 없고 경험이 없으니까 방법도 모르고 그래서 다치기도 하거든. 심하게 다치면 병원에 가듯 감정이 심하게 다치면 '위로'가 필요한 때가 있지. 그래서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왔다는 것은 네가 낯선 경험을 했다는 것이며 낯선 경험은 곧 너를 강하게 하기 위해 온 것이라는 연관이 우선 네 정신에 자리잡히길 바래.
그래도 정말 '위로'가 필요하다면 그 '위로'를 제대로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가렴.
그리고 가서 말하렴. 지금은 아무 말도 말고 그냥 '위로'받고 싶다고.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상대를 나약한 길로 인도하는 것처럼 '위로'도 도움의 한 줄기거든.
작정하고 위로부터 건네는 사람보다 진심으로 네 상황에 귀기울여주는, 그래서 진정한 위로를 네가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이를 찾아가야 해. 그래야만 네 상황과 감정이 존중받고 이해되고 그리고 나서 조언을 듣고 '위로'까지 얻게 돼.
그러지 않고 무턱대고 해주는 '위로'에 길들여 진다면 너는 너의 힘을 오히려 잃게 된단다.
또한, 네게 '위로'를 구하는 이들이 널 찾아오기도 할거야.
또는 '위로'가 필요한 이를 만나게 되는 경우도 생기지.
그럴 때도 너는 지금까지 말한 바대로 정신의 기준을 지키며 상대를 대하길 바래.
'위로'를 원하면 묻지 말고 '위로'부터 해주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상대의 속내까지 진심으로 파악한 후 '위로'가 필요하다면 위로를, 그게 아니면 위로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그 사태와 사태로 인한 심정을 함께 공감해주는 것이 더 상대를 위하는 거야. 오히려 같이 울고, 같이 화내고, 같이 싸워주는 것이 '괜찮아 괜찮아', '잊어버려', '좋은 생각만 해', '너는 충분히 멋진 사람이야' 라는 몇 마디 말보다 훨씬 낫지.
이 말들은 '위로'가 아니라 '위장'이야. 괜찮지 않은데 괜찮아야 한다는 명령이고 잊혀지지 않는데 잊으라는 강요이고 지금 좋고 멋지지 않은데 그 감정을 외면하라는 회피야. '다 잊어버리고 우리 즐기자!' 같은 말들은 특히 위험할 정도로 위장된 말이지. 이성을 버리고 감정만으로 시간을 보내면 나중에 뿔난 이성이 널 더 다그쳐서 더 힘든 시간이 네게로 닥치게 될거야. 더한 것도 있어.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래? 나는~~~' 이라며 과거의 자신에게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말은 믿지 마. 어떻게 위장되어 말하더라도 그 말에는 '네 감정은 별 게 아니야, 네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거니까.' 라는 조롱이 담겨 있어. 물론, 이와 같은 말들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앞서 말한대로 진정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로 가서 위로받으라는 것이지. 그들은 결코 널 조롱하거나 비하시키지 않고 네 감정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과거 경험을 진솔하게 들려줄 것이고 네게 이 말들은 '위로'를 너머 조언과 충고로 긴 시간 담겨 있을거야.
네가 정신에 기준을 세우고 산다면 '위로'와 '위장'은 충분히 가려낼 수 있고
너는 진정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따라서, 네게도 진정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기는거지.
내 곁에 좋은 사람이 많길 바란다면 우선 네가 좋은 사람이 되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아마 이렇게 상대와 소통한다면 너는 네가 만나는 그들과 더욱 충분한 신뢰로 연결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거야. 뿐만 아니라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하나씩 가슴에 묻고 살 수밖에 없는 그런 일조차도 서로 '위로'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게 될거야.
'위로'가 필요했던 사태를 통해 '신뢰'를 만들게 되는,
결국, 네게 신뢰있는 사람과 삶에서 꼭 필요한 지혜를 얻게 하기 위해 세상이 네게 사태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겠지. 세상은 큰 가르침을 얻을만한 사람에게는 큰 대가를 치르게 한단다. 그리고 '위로가 필요한 사태'를 통해 네가 큰 가르침을 얻을만한 사람인지를 테스트하는 거야. 그 때 '위로'라는 감정에 네가 편하게 안착한다면 큰 가르침을 얻을 기회를 잃게 되지. 세상은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없이 '위로가 필요한 사태'를 던져. 네가 외부로부터의 '위로'에 길들여질지 아니면 위로받고 싶은 감정을 꼭 필요할 때만 꺼내쓰고 너의 내면을 더 강하게 할지 이성을 활용해 현명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외부로부터의 위로'는 달콤하고 따뜻할거야. 그만큼 안기고 싶고 자주 느끼고 싶지,
하지만, 꼭 기억해.
'외부로부터의 위로'에 길들여지면 너의 내면은 점점 스스로를 '위로'할,
그리고 스스로가 강해질 기회를 잃게 된다는 것을.
'꼭 강해져야 해?'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단다.
약한 너를 발견하며 위로받는 그 안도감보다 강한 너를 발견하며 스스로를 대견해하는 쾌락이 훨씬 크기 때문이란다.
강한 것이 네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니 꺼내쓰거나 키워내지 않는 것은 힘의 낭비란다.
네가 강해진다면 너는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존재가 되니 자신을 항상 옳은 방향으로 이끌렴
그러니.. 가슴에 담아주길 바란다.
네가 누군가에게 정말 필요한 시점에 꼭 필요한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
내면이 강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인거야.
불필요한 '위로'를 차단하고 내면의 힘을 더 키워내는 선택은 그래서 너를 점점 더 소중하고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 준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