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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an 11. 2023

격, 결, 곁.

'벗'과 '우정'에 대한 소고

사실.. 나는

우정. 이라는 단어,

벗, 친구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혼자있길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사회에서 만난 이들 가운데에선 비슷한 사유의 결을 지닌 이가 드물었고

학창시절 친구들은 다들 뿔뿔이 흩어져 살고 

그리 살다보니 연락이 드문드문해졌고..

그나마 어릴 적 친구 두엇은 기차를 타야 만날 수 있는 다른 도시에 사니.. 이들과도 만남도 가끔뿐이다.


친구, 우정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내 인생의 가장자리 어디쯤에 자리잡혔고

지인이라 불리는 '아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일상이 되어 그저 그리 지내며

일시적이고 단절감있는 이들과 기쁘다 신나다 슬프다 억울하다 싫다 좋다 그저그런 표피적인 감정에 익숙해질 때쯤....

최근 몇년,

에머슨과 소로우처럼, 버지니아울프와 케인즈, 러셀처럼.

사유의 길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그 길의 결이 서로에게서 더 다듬어지고,

그래서 자신의 것을 모두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우정'을 나누는 '벗'을 

내 곁에 두고 싶은 간절함이 우러났다.


격이 있어 서로 격을 챙기거나 논하지 않아도 되는,

결이 같아 서로 불꽃 튈 염려가 없는,

곁에 있어 나보다 더 나를 알게 해주는, 


궁합맞춰 내 삶에 자리잡은 격, 결, 곁과 

자연스레 궁합맞는 누군가...

그래서, 

최소의 예민, 우려, 신경만으로도

짙고 깊고 오랜 정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관계...

나는 이런 관계에 '벗'이라, '우정'이라 이름하며

나는 이런 누군가를 원하게 되었다.


에머슨과 소로우가,

버지니아울프와 케인즈, 러셀이 

각자의 지적갈증을 해소하고자 만든 자조모임에서 짙은 우정을 쌓았듯

그렇게 서로를 독려하고 일깨워준 보상으로 각자 자신의 길에 진한 흔적을 남겨 지금의 그들로 남겨졌듯

사라진지 한참 지난 지금, 나같은 변방의 한 여성에게까지 그들이 나눈 영혼의 교류가 영향을 미치듯 

무언가를 지향하는 바가 같다면 늦은 나이에도 우정을 나누는 벗을

곁에 둘 수 있음을 알았다. 


나는 오늘 다시 느끼며 감사한다.

나 좋다고 한 공부가, 탐구가, 선택이

많은 영혼들이 함께 머물다 즐기다 남기고 갈 길이 될 지도 모르겠다 여겨져서

개별로써 각자로 살다가 함께 하며 더 큰 자신으로 짙은 흔적이 남겨지리라 여겨져서

이로써 나와 우리도 저어기 먼 훗날 누군가의 영혼에 잠시 소풍을 나갈 수도 있겠다 여겨져셔.


에피쿠로스가 '지복을 지향한 지혜'를 위해 전제한 그런 우정.

나에게로 선물처럼 오고 있다.

나도

그들에게 선물처럼 가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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