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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an 12. 2023

숱하게 저지르는 '잘못',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

'엄마의 유산' 5

 

살다보면 숱한 잘못을 저지르게 돼. 인간은 영원히 완전할 수 없거든.

그런데 이미 저지른 '잘못'에 대해 네가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 

또 하나는 되도록 '잘못'의 양을 줄여야 하는 문제. 

이 두 가지에 대해 말해주려 해.

'잘못'은 하지 한 것이지. 그렇다면 우선 잘하는 것을 알면 되겠지. '잘하는 것'이 뭐지? 옳은(선, 善) 것, 도움되는 것(이로운, 利)이겠지. 이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이견이 없을테니 더 거론하지 않을께. 잘하는 것을 제거하면 '잘못'한 것이 선명해지지. 또한, '잘못'은 그것의 경중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어. 작은 것들은 '실수'라 하기도 하고 규율이나 법에 어긋난 것은 '죄', 자연이 부여한 이름은 '악(惡)'이라 하지.


자, 이 모든 것들은 처음부터 의도된 것은 아니야. 이것은 분명하지. 가령, 네가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했을 경우, 이것이 무엇에서 의도되었는지 따져볼 때, 거짓을 통해 얻고자 하는 그것이 있었을거야. 결국, 얻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얻지 못할까봐, 즉, '잃기 싫은 마음' 또는 '얻고 싶은 마음'때문이겠지. 또 이럴 수도 있어. 상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오류일 수 있어. '그 사람은 이렇게 말해줘야 해'와 같은 잘못된 판단때문에 그를 상대하는 적합한 방법으로 '거짓'을 택한거야. 물론, 거짓을 잘했다고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의도'에 대해 얘기하는 중이니 '의도'자체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야. 다시 말해, '의도'가 너의 욕구였으니 너 자신을 '부정'한 사람으로 몰아갈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지. 거짓은 잘못이지만 네가 부정한 의도를 품은 부정한 사람이라는 자책으로 가져가서는 안된다는 것이야.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반드시 짚어야할 것이 있어. 의도는 선했으나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분명 의도와 방법사이에 놓인 '판단'에서 '오류'가 난 것이지. '판단'에 의해서 '선택'이 이뤄지니 '잘못된 선택'을 했던 것이며 잘못된 결과를 초래한 것이지. 

자, 잘못은 오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연역된 이해로써 알길 바래. 이 연역이 이해된다면 '잘못'으로 자책하는 감정보다 오류를 찾는 이성에 네 정신을 더 우선해서 사용해야 해.


그렇다면 '오류'가 뭔지 알면 잘못하는 일이 줄어들겠지? 

'오류'는 네가 부정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인식의 결핍' 또는 '결여'에서 비롯되는 것이야. 

배움이 부족해 지식의 양이 적거나 잘못 입력되어 지혜의 깊이가 얕고 힘이 약한 것이지.

결과적으로, 

'잘못'하는 일은 '배움'으로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고 결론내도 되겠지?  


더 보태 말하면, 계속 배우는 사람은 오류가 줄어들고, 즉, 인식의 결핍과 결여를 메울 수 있고 그 인식의 깊이와 정도만큼 판단은 방향성과 힘을 제대로 갖게 되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실수에서 악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경중의 잘못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야. 아니, 피해간다기보다 너 스스로 만들지 않게 되지.


네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이고 이는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증거야. 쓸모있다는 것은 세상에 이롭기 때문이야. 이롭다는 것은 네가 맑고 투명한 천사여서이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 누구는 천사인데 누구는 악마라는 말이 아니라 인간 개개인 안에 천사와 악마가 공존한다는 말이지. 다시 말하지만, 네가 악마라서 부정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너의 인식의 결여로 인해 악마가 힘을 쓴거야. 네 안의 악마는 항상 정신의 빈 공간에서 살고 있거든. 그래서 정신을 양식으로 채울수록 악마가 살 공간은 부족해져. 이 부분은 엄마가 미리 언급한 '배움'에 대한 글에서 충분히 언급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336


자, 너는 천사이지만 네 안에는 악마도 있어. 너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항상 둘은 같이 다녀. 사람은 누구나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림자를 품고 있는 것과 같지. 그래서 너 하기에 달려 있어. 네가 품은 그림자의 크기와 길이를 태양을 이용해서 변화시킬 수 있듯이 악마에게 먹이를 주려면 정신에 공간을 많이 만들면 되고 천사에게 먹이를 주려면 정신을 배움으로 계속 채워주면 돼. 채운다는 의미는 인식의 결여와 결핍이 메워진다는 의미지. 


누군가가 세상에 등장한다는 것은 세상에 이롭기 때문이야. 누구나 이로운 사람으로 태어나지. 왜? 세상도, 자연도, 우주도 다들 자기 할 일을 하거든. 모든 천지를 조화롭게 유지시키는 게 그 일이야. 그들이 너라는 존재가 필요하니 너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거야. 그런데 네 속에 악마를 심어둔 것은 너의 잘못으로 인해 네가 천사가 있음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야. 그러지 않으면 인간은 겸손하지 못하고 늘 자기가 잘난 줄 알고 자연에게 덤비거든. 오히려 해가 되는 사람이 되지. 그래서 '오류'를 겪게 하고 이로써 네 안의 천사를 호출하는거야.


너에게는 좋은 것만 들어가지 않아. 세상엔 분명 악한 것들이 존재하고 그것은 네가 살아있는 한 어떤 경로로든 네게 침투할 수밖에 없어. 좋은 게 들어가면 좋은 것이 나오듯 나쁜 것도 네게 들어가 나쁜 것을 내보낸단다. 네가 아무리 깨끗하게 샤워를 해도 가래나 농, 콧물이 안에서 기다리다가 밖으로 나오지. 이미 네 몸속에 있거나 만들어질 것들이잖아. 정신도 마찬가지야. 나쁜 것들은 나쁘게 나오게 되어 있어. 그러니 너도 모르게 네 안으로 들어간 나쁜 정신들이 '잘못'으로 나오는거야. 나올 게 나온거지. 그러니,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 늘 조심하기보다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그 잘못을 해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네 이성이 움직이게 해야 해. 지금의 잘못을 제대로 해석하면 잘못이 몸집을 더 이상 키울 수 없을뿐만 아니라 같은 모습으로는 등장하지 않아.  


정리해볼까? 

우리 인간은, 너는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어.

네 속에 사는 악마에게 먹이를 줬기 때문이야.

악마의 먹이는 무지(無知)와 무식(無識)이야.

무지와 무식은 정신에 배움의 양식을 주지 않은 너의 자세 때문이지.

하지만, 잘못은 판단의 '오류'때문이지 너 자체가 부정한 사람, 악마라서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오류는 곧 천사를 불러오게 되고 천사는 널 배움으로 이끈다는 사실.

그렇게 오류가 줄어들면 잘못할 확률도 줄어들고 너는 더 선하고 이로운 사람이 되어가지.

선하고 이로운 것은 세상이, 자연이, 우주가 바라는 쓸모를 갖는다는 의미이니

너는 세상에 더 필요한 사람으로 되어가는거야.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자연은 크게 필요하다 판단한 사람에게 많은 것들을 지원하지

세속적인 물질부터 영적인 선물까지.

영적인 선물, 말하자면, '행운'같은 것이야.


처음에 언급했던 '잘못'에 대해 네가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 되도록 '잘못'의 양을 줄여야 한다는 문제.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제 알겠지?


그런데 혹 누군가는 '왜 세상에는 이리 악한 사람들이 많지? 신은 인간을 선하게 창조하지 않고 왜 저리 만들었을까? 도대체 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라며 툴툴거리기도 해. 그런데 이런 발상은 결코 도움되지 않아. 없는 답을 찾아 헤매는 인식의 낭비지. 신의 존재여부를 떠나서 신은 왜 악한 인간을 만들었을까? 신이 만든 것은 신이 알지 인간은 알 수 없어. 네가 무언가 필요해서 만들었다 가정하면 그 필요목적은 그것을 만든 사람인 너밖에 모르거나 네가 제일 잘 알지. 남이 들쑤신다고 그것의 목적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겠니? 겨우, '이유가 있겠지' 정도로 마무리될걸! 마찬가지야. 신의 목적은 신이 알지, 인간은 몰라, 간혹 이를 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도 신이 아닌 이상 완벽히 안다고는 할 수 없겠지. 데카르트가 이렇게 말했어 '신의 목적을 알아내려는 것은 주제넘는 짓'이라고. 참 명쾌하지?


그러니, 네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잘못은 그것을 기인시킨 원인, 즉, 어떤 인식이 결핍되서 이 사태가 일어났는지에 국한해서 사고하는 버릇을 가지렴. 잘못은 뒤로 하고 세상탓, 신탓, 운명탓하는 것은 결국, 네 이성을 활동하지 못하게 하고서 다시 널 데리고 놀고 싶어하는 악마의 소행이야. 지금의 잘못을 연역적으로 이해하려는 사고를 해나가며 정신의 양식을 채울 때 악마는 자기랑 놀아주지 않는 널 싫어하게 되고 천사는 너를 더 큰 정신, 즉, 전체에서 바라보는 힘을 선물할거야. 큰 시야가 없으면 수많은 경우의 수에 단 하나의 퍼즐을 맞추는 격밖에 안되거든. 부분적으로 보면 '잘못'일 수 있는 사태가 네 인생 전체를 볼 때 '필요'에 의해 갖춰진 사태인 경우가 아주 많아. 그러니 커다란 시야로 지금의 잘못을 연역하여 사고한다면 앞으로 네가 살아갈 수많은 경우의 수에서 더 많은 퍼즐들을 맞춰갈 수 있을거야.


그래서 잘못은 그 자체로도 배움이고 더 나은 배움으로 너를 안내하고 그것은 너를 점점 더 세상에 쓸모있는 사람이 되게 하여 네 인생을 가치있게, 부유하게 만들지. 

아주아주 많은 면에서...아주아주 다양한 시점에서...아주아주 적절한 무언가로서...


그리고 혹 네 주변에는 크고 작은 실수나 잘못으로 너를 힘들게 또는 피곤하게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거야. 이러한 사람을 대할 때도 지금껏 언급한 인식의 눈으로 바라봐야 할거야. 무시나 비난, 심지어 경멸이라는 감정을 앞세운다면 너에게도 신경질, 짜증과 같은 감정이 올라오게 되거든. 그저 모르는구나. 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된다. 대부분이 성격탓으로 이를 무마시키려 하는데 성격이나 성향 역시 습관이 만든 것이며 습관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성격탓이라고 무마시키지 않길 바란다. 그러한 상대가 너와 밀접한 연관이 있거나 네가 가까이 하고자 하는 누군가라면 네가 몸소 보여줌으로써 알려주길 바래. 지시하거나 가르치려 하기보다 그저 보여주면 된단다.


때로는 잘못을 저지른 이가 네게 도움을 청할 지 몰라. 이 때에는 2가지만 명심하렴. 우선, 그 잘못된 사태가 그 사람 혼자의 힘으로 해결될 일이라 판단된다면 돕지 마라. 이는 그가 스스로 길러내야 하는 것을 지켜주기 위함이야. 만약, 혼자힘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도와라. 단, 네가 할 수 있다면 네가 돕고 네 역량이나 여러 요소에서 부족하다면 더 도움되는 사람을 찾아 네가 도움을 청하면 된다. 둘째, 만약 네가 도왔을 경우 그 어떤 것도 바라지 마라. 오로지 너의 선택이었고 네가 쓰여야 할 곳에 쓰인 것이니 이에 대한 보상도 너의 삶 어떤 시점에 네게 올 것이니 도움받은 상대에게 뭔가를 요구하거나 기대하지 않길 바란다. 물질적인 것은 물론이고 인정, 칭찬과 같은 감정적인 모든 것까지도. 


그러니 너는 배움으로 전체적인 시야를 가져야 해. 물론, 그 시야가 '이건가?' 영원히 알 수 없을지 모르지만 '전체로서의 너'를 볼 수 있도록 계속 너를 탐구해야 해. 그러한 탐구는 지금의 잘못이 전체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했음을 깨닫게 해줄거야. 우주의 시선으로 지구를 봐봐. 많은 오류들이 있지만 그 오류들도 다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런 모습으로 드러난 것이거든. 우주가 완전을 향해 가는 길에 오류도, 오류가 아닌 것도 존재할 수 있어. 이렇게 너를 하나의 우주로서 바라보는 시야를 갖는다면 지금의 잘못은 결코 쓸모없는 오류가 아니라 쓸모있는 오류가 되는 것이지.


'나같은 사람이 잘못할 리가 없잖아!' 라며 살면서 잘못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 그런 부류는 잘못을 모르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잘못할 일이 벌어질까봐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자신을 감옥에 가두고 사는 사람이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든. 하지만 잘못을 모르는 것도 잘못, 시도하지 않고 자신의 몫을 삭감시킨 것도 잘못일 수 있어. 세상 살면서 내가 알고 저지르는 잘못이 1이라면 모르고 저지르는 잘못이 100이 넘는대. 그러니, 네가 알고 저지르는 잘못만이라도 줄여가려면 항상 엄마가 얘기해준 것을 명심하고 살아주길 바란다.


사랑이 넘쳐서 모든 것을 주고 싶은 맘이 가득하지만

먼저 산 한사람으로서 줄 수 있는 것은 

네 정신이 제대로 된 방향을 향하고 힘을 갖도록 권유할 수 있는 것밖에 없구나.

그리고 이게 전부구나

엄마는 엄마의 전부를 너에게 주고 있단다...


*  데카르트, 성찰, 2004, 이현복 역, 문예출판사,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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