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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un 05. 2023

뭔생각, 딴생각, 아무생각, 그저생각.

'영(靈)'에 대한 소고

갈라진 틈에서 한권의 두루마리같은 것이 나타나 그의 발 아래에 놓여지자, 

그 두루마리 같은 것은 미끄러지듯 저절로 펼쳐지는 것이었다.(중략) 

이 두루마리에는 무엇이 기록되어 있었는가 하면, 

그것은 영이 인간이었을 때의 일생의 기록과, 

이제까지 영계에서 보낸 생활기록, 

그리고 이제부터 그가 영계에서 보낼 영원한 삶의 미래에 기록까지가 이미 적혀 있었다. 

- 스웨덴보그, 나는 영계를 보고 왔다.


'연금술사'의 산티아고에게는 표지를 알려준 노파가 있었고

'위대한 상인의 비밀'의 에라스무스에게는 10개의 두루마리를 알려준 하피드가 있었으며

지금 읽는 스웨덴보그의 책에도 두루마리가 등장한다.


산티아고와 에라스무스와 같이 지상에서의 이야기를 담은 두루마리는 현재 어떻게 살 것이며 무엇을 쫒으라는 것인데 반해 스웨덴보그의 두루마리(스웨덴보그에 등장하는 영을 그냥 영이라 호칭한다)내가 살아왔던 모든 과거와 앞으로 영의 세계에서 영으로 살아가게 될 미래가 세세하게 적혀 있다.


산티아고와 에라스무스, 영이 한 사람이라고 가정하면 

영은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알고 사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모르지만 영은 미래까지 알고 삶을 산다. 

굉장하다.

단지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놓은 영원한 삶을 안다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그 삶을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 또한 굉장하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인데 가끔 이 '당연'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진동할 때가 있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따라서 영의 세계에서 본 나의 인생은 절대 바꿀 수가 없다. 


과거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지금 나의 두루마리에는 무엇이 적혀 있는지,

과연 부여받은 두루마리에 적힌대로 삶을 제대로 살아왔는지

지금까지의 나는 안다.

하지만,

앞으로의 나에 대해 나는 모른다.

특히, 영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른다.

하지만 진짜 제대로 살고 싶고 두루마리를 원인으로 펼쳐질 영의 무한의 세계에서도 나는 제대로 잘 살아내고 싶다.


지금의 삶은 내가 변화시킬 수 있고 유한하지만

영적인 삶은 불변하고 무한히 영속적이다.


몇년전 읽은 스웨덴보그는 아직도 낯설고 가물거리고 긴가민가 잘 모르겠지만

현실의 내가 18세기 천재의 경험과 서술을 어찌 이해한단 말인가.

나의 신념 5번째. '배움엔 무조건 무릎을 꿇는다.' 에 따라

일단 최고의 저술가인 스웨덴보그를 믿어보는 것이지.

판단의 근거가 미약하거나 없을 때엔 그저 성현들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것이다. 


일을 하는 사이사이에 

책을 펼쳐들고 성현에게 물으라.

'지칠 줄 모르는 욕망과

득이 없는 것에 연결되는 소망과

공포심 등에 쫓겨

괴로움을 겪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 호라티우스(쇼펜하우어 인생론에서 발췌)


스웨덴보그가 영에 대해

에머슨이 전령과 정령에 대해

톨스토이가 영혼에 대해

소로우와 호라티우스는 하느님에 대해

올더스헉슬리가 영혼에 대해

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가 우주의 힘에 대해

그리고 데카르트를 비롯한 철학자와 성현들이 '신'에 대해 거론한 것에 대해 

나는 이유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믿고 따라보자는 입장이다.


새벽독서모임에서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난 또 다른 꿈이 생겼어요. 분명한 사실은 나는 죽는다는 것이고

죽음 뒤의 세상에 대해 난 모르니 일단 있다고 보고 그 세상에서 나는 하고 싶은 게 있어요.

첫째, 우리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을 때 건강하게 잘 살면서 자신의 자손들도 다 훌륭하게 키워낸 삶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싶고

둘째, 내가 읽은 책들의 작가들의 대화에 동참하고 싶습니다.'라고.


그리고 이런 글도 썼다.(아래 링크 참조)

2023.4.7. 나의 브런치 글 (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433 )


나의 꿈은 이제 영의 세계로까지 진입했다.

늘 느끼지만 꿈은 새로운 꿈을 견인한다.

모르겠다.

그저 언젠가부터 지금 쌓아가고 있는 모든 유한한 일각(一刻)들이

무한의 세계에 진입하는 순간, 난 평가받을 것이고 일각의 누적이 원인이 되어 만들어진

결과로서의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오늘은 내일의 원인이고 이 생은 다른 생의 기틀이니

하루도 허투로 낭비하고 싶지 않다. 

미루고 외면하고 나태하게 사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과 인생의 낭비이며 

낭비는 활용이 아닌 소모이기에 

소모된 것만큼 나는 다른 삶에서 치러야 할 것을 축적시키는 어리석은 내가 되는 것이다.


뭔 생각을 하는 것인지

현실이나 살 것이지 왠 딴 생각인지

이런저런 생각을 내 저변에 심어두고

그저 아무 생각이나 툭툭 나오는대로 정리하고 개념잡고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보는 이 새벽....

이런저런 아무 생각이나 그저 차곡차곡 담아둔채...


여기까지 하고

태양마중 다녀오겠습니다!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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