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에 대한 소고
[의도]
인간에 내재된 심정이나 감각들 가운데
불필요한 것이 있겠냐마는
굳이 딴지를 걸어본다면
이성에 비굴하게 숨어 있는 '의도'라 하겠다.
신이 인간을 빚으며 '의도'를 부여한 이유는
유일하게
'자연의 길에서 벗어나려는 무지와 계산착오를
방지'하기 위한 기능일 뿐.
인간의 그 어떠한 이성과 행위에서도
의도는 불필요하다.
누군가의 심정
누군가의 행위
누군가의 이성
누군가의 그 무엇이 내 인생에 개입하여
'무슨 의도로 내 삶의 질서를 어지럽힐까?'에 의문이 들 때
세상의 메세지를 읽지 못하는 나의 계산착오를 점검해야 한다.
아니, 더 엄밀히는 그 '누군가'에게 의도의 화살을 보낼 것이 아니라
'세상'에게로 화살을 보내어 그 의도를 읽어냈어야 하는데
내 시선의 방향성이 잘못된 것이다.
의도의 대상은 '누군가'나 '상황, 현상'이 아니라 '세상'이어야 한다.
현상은 인간과 자연과의 사이를 벌리려는 의도로 세상에 등장하지 않는다.
자연의 수리(數理)는 원리에 충실할 뿐,
인간개인을 함수(函數)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지력이 현상의 이해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나의 이성이 현상의 이면을 감지하지 못하거나
나의 무지가 나를 맹인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현상은 오히려 온세상, 즉, 자연으로부터 나를 벗어나지 않게 할 의도만으로
내 인생에 등장하니
나의 초월된 이성은 의도의 비굴함에 민감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