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물음표,
질문도 의문도 아닌 기도
새벽독서, 1800일을 향하며
나는 꿈얘기를 많이 한다. 나의 꿈도, 그리고 누군가의 꿈에 대한 얘기도. 분명 이상과 현실 사이는 여기서 달만큼 멀겠지만,
그런데
나 안가봤잖아. 달까지.
나 안가봤잖아. 나의 꿈까지.
가보지 않은 길인데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궤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을까?
이 궤도에 굴곡이 많다고 딱 부러뜨려 거기까지만 갈 필요있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
1월, 2월, 3월, 4월.
1시, 2시, 3시, 4시.
10대, 20대, 30대, 40대.
각잡힌 군무처럼 어김없는 질서에 딱딱 나를 맞춰가는 시간 속
나의 삶까지 이렇게 남들과 나란히 딱딱 맞춰서 정해진 궤도로 가야 할까?
그렇게
굳이 미래의 이상을 단념할 필요가 있을까?
분명히 나는 사회에서 살지만 사회에서 벗어나 있다.
약간 비껴난 그 곳에서 나는 나만의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인간의 본능적인 질서와 사회성은 내 안에 분명 있겠지만 나는 아직도 사회적이지 않은 혼돈된 질서속, 나만의 단순함에 나를 길들이고 있다. 이것이 내 인생이다! 외치지만 여전히 두렵고, 이래도 될까? 저래야 하는 것은 아닐까? 갈대보다 더 흔들린다. 뭔가 대단한 것을 이루려는 것도 아니면서 50의 나는 엄마손 놓친 아이처럼 여기저기가 낯설다. 집앞에서 노닐던 아이가 저어기 혼자 어딘가에 방치된 느낌으로 온종일을 보내지만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분명 나의 계절은 자연의 계절보다 더디고
나의 나이는 세상이 매겨놓은 그것보다 정신적으로 어리고
나의 사회성이란 이 나이먹도록 겨우 요정도 수준인데
나의 이상이 어린아이의 상상보다 더 커진 것을 두고
비정상이라고, 궤도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보편적으로 만들어진 '정상'이라 불리는 궤도로만 움직여야 할까?
나의 정신이 늘 나로 인해 바쁘고 나에게 집중하는 삶이 나를 더 초조함으로 이끌지만
이 느낌이
내게 창조주가 개입한 것이라,
신이 날 간택한 것이라 여겨도 되지 않을까?
매일 나만의 황홀함에 들떠 이래저래 끄적거리고 있지만 나는 아무에게도 피해주지 않으며
그 '아무'라 불리는 어느 누구도 나를 곤란하다거나 소란스럽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 너무나 고요하고 단순한 삶으로 나를 옮겨버렸으니까.
현실에 나를 구겨넣으며 미래의 이상에 훼방놓을 필요 없지 않을까?
더 큰 나를 위해 지금 작고 미숙한 나를 인정해도 되지 않을까?
나이에 상관없이 그저 다시 갓난아기 울음 터뜨리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
두려우면 울고 기쁘면 웃고 속상하면 하늘에 원망도 하며 그리 나를 드러내도 되지 않을까?
소로우는 34살에 자기 삶이 전혀 꽃피울 기색이 없다 했는데 '50이나 된 나도 그렇다' 동감해도 되지 않을까?
지금의 내가 아직 정신적 유아기를 걷는다 한들 지금껏 만들어놓은 내 삶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나의 영혼이 세간의 시간과 다르게 간다한들 앞으로의 시간들을 믿어봐도 되지 않을까?
내가 만들고자 하는 나의 세상이 옆사람을 피로하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내 길을 걸어도 되지 않을까?
내 미래의 예감이 모호하고 흐릿해도 어떤 초월된 힘에 이끌리는 신성한 무의식을 따라도 되지 않을까?
물음표투성이인 하루지만
이는 질문도 의문도 아니다.
뭔가로 '향하는 느낌'이 주는 '확고'같으니 마주선 길위의 머뭇거림정도로 치부해도 되지 않을까?
삶이 내게 기다리라 명령한 듯 하니 삶을 믿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괜찮지 않을까?
아직 영글지 못해 애쓸 수밖에 없다면 현실에서 살짝 발을 떼고 사선으로 걸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요즘 나의 새벽은 인정과 수용, 그리고 전율, 에피파니의 연속이다.
불안해서, 긴장해서, 길을 모르는 물음표가 가득해서이기도
나도 모르는 어떤 이끌림에 감사해서이기도
갈팡질팡, 삐뚤삐뚤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선(線)을 지켜 선(善)에 이르려는 애잔함이기도
무아경(無我境)에 빠진 나를 만나는지도.
아무런 힘도 없는 나를 무언가가 포근하게 감싸주는 안락함에 젖어서이기도
무의식의 소리에 제대로 순종하는 내가 기특해서이기도
어리석은 나에게 당신의 메세지를 자꾸만 전하시는 창조주에게 보내는 나만의 신성한 신호이기도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뭔가 커지고 상승하고 넓어지고 깊어지는 황홀경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요즘 나의 새벽은 일률적인 일상에서 벗어난 나만의 세상에서 나만의 댄스에 나를 빠뜨린다.
나의 새벽이
이리 나를 울려대니
나는 알 수밖에 없다.
나의 피가 더 빠르게 요동치며 나의 모든 세포들이 단단해지고 강건해지는 것을 알겠다.
자극받은 세포들이 모든 장기들을 진동시키며 나의 피부를 뚫고 내 밖으로 액체를 내보내는 것임을 알겠다.
내게서 나온 액체는 내가 내뿜는 감탄과 한숨섞은 수증기가 되어 저어기 먼 곳 누군가에게 전해짐을 알겠다.
누군가와의 공유(共有)가 전체를 울리는 공명(共鳴)으로, 또 다시 나만의 공감(共感)으로 이어짐을 알겠다.
이는 정신을 세상으로 분출시키기 위한 화산으로,
모든 것이 모든 것과 연결된 바로 그 자리에서,
결국 나를 전체 안에 하나의 작은 조각으로 완성시키고자 하는
거대한 의도와 의지에 의한 이끌림이라는 것도 알겠다.
그래서
나의 새벽의 물음은 질문도 의문도 아니다.
그저 믿음이고 기도이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결코 외면하지 마소서.
내게서 보내진 수증기가 결코 엉뚱한 곳에서 증발케하지 마소서.
나의 요동이 결코 아무에게서나 진동케하지 마소서.
나의 댄스가 결코 나만을 위한 댄스가 아님을 증명케 하소서.
나의 황홀경이 결코 이상만을 좇는 허상이 되게 하지 마소서.
이리하여,
궤도에서 이탈된 듯한 이 시간들이
멀고 먼 길, 지독하게 나만의 궤도를 걸어갔던 치열함이었음을 내가 입증하게 하소서.
그렇게 그 길로 나를 이끌어 주소서.
삶, 사유, 사람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공간, 지담북살롱에서 지담이 읽은, 읽는 책들,
소소한 일상, 그리고 함께 하는 이들의 결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