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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Nov 11. 2023

새벽 5시, 그 장엄한 거래

새벽독서, 1800일을 향하며 


태양은 오기 전.

별들은 가기 전.

달은 반쯤 자신을 드러낸 채 태양의 출두를 기다리고,

구름은 아직 등장할 채비를 끝내지 못한,     

거대한 자연의 교대가 시작되는 장엄한 시간.     


잠자던 내 신체는 깨우는 자연에게 기지개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둔해진 내 이성은 줌(zoom)을 켜는 것을 시작으로 모든 세포의 활동을 명하고

닫혔던 내 정신은 줌화면속 이들의 정신에 어울리게 자기자리로 정렬하고

형광등이 터치하는 내 손길에 서둘러 빛으로 화답하자

잠자는 내 곁에서 차분하게 날 기다려준 펜과 노트, 펼쳐진 책들이 나에게 숨을 달라 호흡하고 

그 호흡의 기운으로 저멀리 가려던 시간이 같이 가자! 내 손을 잡고 하루의 걸음을 시작하는 이 시간.     

거창한 세상의 교합이 내 정신과 감정과 모든 감각을 일깨우는 시간.     

거대한 자연의 교대에 나를 데려가라 진입시키는 새벽 5시.     


오늘 사용하도록 할당되어버린, 그리고 허락되어진 나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부여받는, 부여받아야 할, 부여받을 수밖에 없는 새벽 5시.    


정해진 궤도에 따라 어김없이 자전하는 자연의 교대행렬,

어설픈 나의 궤도지만 절대 날 데려가겠다 힘주는 세상의 교합행렬,

이 거대한 톱니바퀴가 또 다른 연합을 위해 가열차게 기운을 내뿜는 이 순간을 놓칠새라

어제의 나를 재빨리 버리고

새로운 하루, 새로운 나로 재창조되려

'오늘'로, '또 다른 하루'로 냉큼 발을 디미는 이 시간.

'나'라는 우주의 자전(自轉)을 위해

나'의 육체의 자정(自淨)이 시작되는 새벽 5시. 

    

'나'와 '하루'의 거래가

'나'와 '세상'의 거래가

'나의 현재'와 '나의 미래'의 거래가

속도를 끌어안으며 공진화를 이루자 약조하는 시간.

나의 약조를 지켜주려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허락한 자연의 품에서

나의 약조를 지켜내려면 기꺼이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세상의 명에 따르는,

그 어떤 잡음조차 용납되지 않는 가장 안전한 거래의 시간. 

    

자연에게 내가 아닌, 세상 속 유기체로서 존재하라 훈련받고,

죽은 성현들에게 나로써 살아가야 할 이유, 더불어 산자들과 어울리는 삶을 배우며

세상에게 자기랑 맞짱뜨려면 지금의 나로는 부족하다 자격을 검증받고

올테면 와라, 세상이 내 편이다. 으름장 놓을 베포덕에

질서잡힌 내 정신과 맑아진 나의 두 눈과

아직 잠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모든 세포들에게

이 가르침에 순종하라, 이 베포를 발현하라 명하는 새벽 5시.     


혼자에서 여럿으로

정지에서 운동으로

자유에서 구속으로

닫힘에서 열림으로     

오늘은 세상이 어디로 나를 번쩍 안고 데려다 놓을지 기대마저 가득찬 새벽 5시.


조금 더 나은 곳에 데려가주길 바라는 커다란 간절함만큼

이 장엄한 교대행렬에 결코 늦지 않으리라.

이 숨가쁜 교합행렬에 결코 빠지지 않으리라.     

한결같이 새벽 '5시'에 내 인생에 등장하는 '새벽 5시'와 시간다툼하는 나.     


나만 깨어 있으면 어김없이 새벽 5시는 자연의 장엄함으로 나의 합류를 허락한다.

나만 정신 차리면 어김없이 새벽 5시는 세상의 무한함으로 나의 걸음을 허용한다.   

  

결코 뺏길 수 없고

결코 잃을 수 없고

결코 쪼갤 수 없고

결코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에

결코 나에게 이로울 수밖에 없는

감사한 

새벽 5시의 거래.



* 혼자 고독과 마주했던 5시 새벽독서가 1800여일을 지나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하는 이들의 새벽 5시도 400여일을 지나고 있구요.

새벽과 독서의 결합은 단순히 크기를 키운 것이 아닌 깊이와 넓이와 부피와 밀도를 증가시켜 압축되고 폭발하고 있습니다. 새벽독서의 찬가를 멈출 수 없도록 매일 찾아오는 새벽에게 감사합니다.


지담북살롱 : 네이버 카페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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