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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Apr 17. 2024

그대가 준비되면 신은 자신을 그대 안에 쏟아부을 것이다

책, 글, 지성커뮤니티

에피쿠로스의 정원....


방금 전 미사를 드리던 중에, 왜 이 정원이 갑자기 떠올랐을까? 요즘 내 머리속을 꽉 채우고 있는 그림은 시골에 사는 나다. 그런데 내 삶전체와 내가 추구하는 사유의 길이 잘 연결되지 않았었는데... 그러니까.. 나는 시골에서 뭐? 어떻게? 왜? 가 꼬리를 물고 있었는데....


미사중에 갑자기 에피쿠로스의 유언(주1)도 떠오르고...(신부님 강론말씀하시는 중에 난 에피쿠로스에 빠져 있었다는.ㅠ.ㅠ)


나는 불과 며칠 전 지담특강이라는 것을 브런치공간에 오픈했다. 이유는 지성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키워내고 그렇게 키운 자신으로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끝없는 사유의 세계를 파고들며 탐구하는 이들과 죽을 때까지 정신을 나누며 살고 싶은 커다란 바람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내가 재벌도 아닌데 어떻게 하지? 나는 아무 것도 아닌데 어디서부터 누구랑 하지? 라는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대안이 없이 나는 희미한 안개 속을, 방향키만을 부여잡고 뒤뚱거리며 비틀거리며 흐느적거리며 걷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는 2018년부터 혼자서 묵묵히 읽은 책을 매일 기록해온 '지담북살롱(아래 링크 참조)'이라는 온라인카페가 있다. 그 카페의 왼쪽하단에 있는 저자리스트는 내가 지난 5년간 책을 읽으며 매일매일 하나하나 기록해놓은 나의 소중한 지적자산이며 이 글들은 글쓰는 작가들이 자신의 글에 인용이 필요할 때 들러 퍼가기도 한다. 


그리고 얼마전 나는 건.율.원이라는 것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역시 10여년전 막연했던 '교육'에 대한 그림을 3개의 글자로 나만의 끄적노트에 적어놓은 것이었는데 어찌어찌해서 느닷없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결국, 책, 글, 사유,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코칭, 지담북살롱, 건율원, 그리고 시골에서의 삶....

나와 나외의 모든 것.

일과 삶.

이상과 현실.


괴리도 연결도 모두 존재하는,

비슷한 듯하지만 제대로 단단하게 연결되지 않은 모호함 속에서 나는 매일 책읽고 글쓰고 코칭하고 강의하고 그렇게 나를 키우는 것에 초집중해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내가 닮고 싶은 삶을 살아낸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정원이 떠올랐다! 

바로 이거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었던게다! 


에피쿠로스처럼

배우고자 하는 누구나 정원에 드나들고 함께 공부하고 배우고 서로를 가르치고, 그렇게 거둬들인 모든 물질들은 수학하는 모든 이들(심지어 노예까지도)의 자녀에게까지 전수, 분배, 계승되고 또 결이 같은 이들의 끊임없는 토론과 사유 속에서 그들의 학문은 점점 더 깊이를 더하고 그렇게 새로운 철학이 탄생되고.....


그리고 나는 몽테뉴처럼, 아.. 정말 내가 사랑하는 몽테뉴처럼 먹고 사는 걱정없이 자신만의 옥탑방에서 이때는 이책, 저때는 저책.... 그렇게 자신만의 사유와 집필에 매진하며 죽음으로 가는 길에 영원히 고독한, 그러나 너무나 행복한 동반자를 얻고 싶다. 


백과사전처럼 두꺼운 그의 책(주2)을 통해 나는 '삶'을 배웠다. 어디서도 배우지 못한 삶의 진리와 방법, 나라는 사람의 가치...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할만한 거의 모든 것을 나는 몽테뉴에게서 배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가 라보에티(주3)와 나눈 우정, 특히 라보에티가 죽고 나서 보여줬던 그의 처절했던 고독,

자기자신을 위해 인간을 탐구했다는 본질적 진솔함,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자기자신을 탐구하겠다며 고립을 선언한 그의 부유(富裕)와 결단,

습자지처럼 얇은 책을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마치 그가 내 옆에서 말하는 듯한 필력,

은둔생활에서 뿜어낸 회의주의,


둥근 옥탑방 서재, 정리되지 않은 책들 속에 자신을 고립시키고

이 때는 이 책, 저 때는 저 책...

병마와 싸우면서도 하루하루 신나게 책과 즐겼을 그의 모습,

그리고 라보에티라는 동반자...까지...

몽테뉴는 너무나 부럽다...    


나만의 삶을 이뤄내기 위해 남은 반백년을 어떻게 살고 싶다고 규정하고, 그것을 증명해내는 삶. 내가 그렇게 나의 삶을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나의 아이들도, 또 누군가도 자신만의 삶을 위해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그렇게 정원을 드나들며 자유롭게 사유하고 결을 다듬으며 삶을 창조해낼 것이다. 


현실적으로 구체화하는 것은 아직 잘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나는 다소 형이상학에 빠져 지내며 현실에서 주어지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어서 이런 모양새로 내게 왔다고 여기는 사람이라 현실, 구체화, 객관화, 보편화와 같은 단어에는 상당히 취약한 사람인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수많은 전략과 계획과 방법이 난무하지만 진정 자신의 삶을 제대로 행복하게 살아내는 사람은 무지 드문 것을 보면....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형이상학이 아닌가 싶다. 

미래의 설계도, 그러니까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지면 방법은 알아서 찾아올 것을 믿는다. 왜냐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우주의 창조물들에는 보이는 면과 보이지 않는 이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정신의 산출물이 현실이다. 즉, 현실은 정신에서 탄생한 결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을, 결과를 어떻게든 바꿔보려 하면서 내면세계를 바꾸려는 시도는 금새 포기해버린다. 같은 정신으로는 같은 현실밖에 추출하지 못한다. 인식은 마음의 공정(주4)이다. 내면세계의 변화와 진화를 통해 현실이 바뀌는 것이니 나는 내면세계의 형상인 형이상학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신하는 바이다.


나에게는 지담북살롱이라는 사유의 정원이 있다. 

지담의 정원... 

정원에는 수많은 꽃과 나무들이 개체별로 군집을 이루어 씨앗을 창조한다. 

나도 우주의 씨앗이다. 

우리 모두는 전체를 이루는 하나의 씨앗이다. 

자신과 결이 같은 이들과 군집을 이뤄 더불어 살아가는 씨앗. 


씨앗은 자연의 힘을 빌어 자신을 키우고 화려한 꽃이 되는 목표를 향해

해충도, 비바람도, 얼어붙을 정도의 혹한 날씨도 모두 이겨내며

결국 꽃잎을 떨구며 씨앗을 창조하고 딱 자신의 크기만큼 토양으로 흡수되어

그렇게 대지의 비옥함을 돕는 것으로 영속성을 지니며 우주의 조화에 일익을 담당하는 일생을 살아낸다.


인간도 자연이다. 

이렇게 자신으로 살아가는, 이기가 진정한 이타가 되는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진정한 교육이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education=ex+duce)것이니까. 


이렇게 자신의 씨앗의 존재를 확인하고 꽃을 피우고자 하는 누구나가 드나들 수 있는 지담북살롱에서는 늘 책과 글, 코칭이 이뤄지며 누구는 누군가에게 강의도 하고... 그렇게 자유로운 사유의 에너지가 흐른다.


내 머리속에 있는 그림을 AI에게 그려달랬더니 아래처럼 그려줬다. 그런데 나의 닉네임 지담(처마에 이르다)의 처마는 한옥이 아니라 오른쪽 그림(주5)과 같은 통창으로 된 그런 느낌이다. 여하튼 그림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넓은 정원에 누구나 드나들며 사유할 수 있고

그렇게 서로의 결이 맞는 동반자들이 함께 영원한 생명수를 지켜나가는... 그런 곳. 

지담의 사유정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사유하고 어떻게 사유하는지에 대한 

원천이다! 


인간을, 삶을, 존재와 자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사유.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원천인 것이다!

마르지 않는 천연의 샘물이 지속적으로 솟는... 그런.... 

정신의 형상화.를 위해 정신에 끊임없는 기준과 배움을 제공하는 샘물.

배움이 지속적이고 영속적이려면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그 맑음을 유지하며 자체정화가 이뤄지는 깊은 산속 옹달샘같은 원천수

그 옹달샘이 바로 

건율원이다. 


건율원(建律院)은 글자 그대로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자기 자신이 되는 학교'다. 온우주는 어떤 원리에 의해서 움직인다. 이를 가동시키는 동력이 에너지다. 어떤 경우에도 진공은 존재하지 않는, 결코 없어지지도 마르지도 않는 샘물같은 교육의 정수. 바로 이 정수가 공급되는 곳이 건율원인 것이다. 지담의 사유정원의 원천수, 지속적으로 마르지 않는 원리가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자연의 물, 정신의 샘물.... 그것이 건율원이어야 한다. 그래서 건율원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모두여야 한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성장을 위해 책과 글, 강의와 코칭으로 사유하고 토론하고 자신을 키우는 지담북살롱의 정원에서 일정기간 수학이 끝나면 더 맑고 순수하게 건율원이라는 샘물을 함께 가꾸고 퍼서 나르고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함께 관리하고 키워나가고 깊이 유지하고... 자녀에게도 계승시킬 수 있는 원천수...


그런데 분명한 것은 

누구라도 드나들 수 있는 지담의 사유정원이기에 누구에게서라도 벽돌이 한장한장 쌓아질 것이고 또 벽을 세워줄 이도 나타날 것이고 그렇게 하나씩 건설되는 과정에서 어떤 이는 벽돌을 훔치기도, 어떤 이는 무너뜨리기도, 또 어떤 이는 샘물에 모래한사발을 퍼붓는 이도 생기겠지만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본연의 강력한 에너지는 결코 훼손시킬 수 없을 것을 믿는다. 왜? 본성에서 우러나는 원천수니까. 그렇게 결이 같고 정신의 방향이 한결같이 단단한 이들과 건율원의 샘물은 보존될 것이다. 


모두에게 자유로운, 자유로워야 하는, 자유로울 수밖에 없는 사유의 정원.

그 정원의 정수를 담당할 맑은 샘물.

결이 같은 모두에게 공급될 수 있는 영속적인 샘물.

나아가 자녀에게까지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영원한 샘물을

함께 만들어갈 맑고 깨끗한 건율(建律)하는 이들...


내가 

시골에 살고 싶다고 노래하고 

자연의 임대권도 없으면서 자연을 노래하고

우주의 입장권도 없으면서 우주의 점으로써 나를 노래하고

인간의 자격증도 없으면서 인간다움을 노래하고 


이렇게 나는 

정신을 노래하고

그림을 채색한다. 


아직 부족하다 보니 

신의 회초리에 따끔하게 종아리를 얻어맞기도

신의 계산에 불만을 터뜨리며 고통을 피하기도

신의 장터에서 이것저것 탐욕에 빠지기도

신의 일터에서 요리조리 꾀를 부리기도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조짐'이라는 사실을.

더 크게 나를 키우려는 신의 수작이자 작정이자 의도라는 사실을. 

그렇게 나는 현상을 '조짐'으로 해석하고 모든 것을 초.연.하게 받아들인다.

나의 부족함을, 미련함을, 미숙함을, 우매함을, 그리고 치우침을 채워줄, 글과 책과 진리를 사랑하는 귀인들은 지담북살롱이라는 정원으로 무수히 드나들 것이다. 정수(精髓)로서, 샘물로서의 건율원이 영원히 깨끗하게 맑은 이치를 담아 지켜내고 있다면 분명 어떤 흐름에 의해 나는 누군가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될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아직 준비가 덜 되어서 

준비 안에 아직도 나는 머물러 있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며 나의 준비에 밀도와 부피를 입혀본다.


"그대는 지금 장차 그렇게 될 모습처럼 성스럽다. 그대가 준비되자마자 신께서는 자신을 그대 안에 쏟아붓게 될 것이다(주6)." 


이 글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유 역시 

어떤 결과를 위한 조짐일테다.


* 지담의 브런치는 책, 글, 강의의 지성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모임에 참여하길 원하시는 브런치 작가, 그리고 저의 독자여러분 아래와 같이 신청해주시면 되십니다!

* 강의 및 토론 주제는 매달 변경되며 원하시는 강의에만 참여 가능합니다.


주1> 에피쿠로스의 유언장은 그리스철학자열전 -에피쿠로스편 p.664-666에. 그리스철학자열전, 디오게네스, 2016, 동서문화

주2> 나는 무엇을 아는가, 몽테뉴, 2005, 동서문화사

주3> 라보에티(1530~1563): 프랑스의 법률가·철학자, 몽테뉴(주2)에서 발췌

주4> 마음먹은대로 된다, 찰스해낼, 2016, 뜻이 있는 사람들 

주5> 북유럽의 집, 토마스슈티인벨트/온슈타인벨트 지음, 2013, 한스미디어 

주6> 영원의 철학, 올더스헉슬리, 2014, 김영사 


[지담북살롱]

책, 글, 코칭으로 함께 하는 놀이터,

삶과 사유, 사람의 찐한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https://cafe.naver.com/joowonw

[지담 연재]

월 5:00a.m. [지담단상-깊게 보니 보이고 오래 보니 알게 된 것]

화 5:00a.m. ['부'의 사유와 실천]

수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목 5:00a.m. ['부모정신'이 곧 '시대정신']

금 5:00a.m. [나는 나부터 키웁니다!]

토 5:00a.m. [이기론 -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일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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