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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Mar 30. 2024

나를 해체한 후
인생의 맥(脈)을 찾다.

이기론(利己論) - Ch3.  해체, 그리고 脈!

[이기론]의 CH1. 나는 나를 해체하기 / CH2. 나를 해체해보니가 끝나고.

오늘은 CH3. '해체, 그리고 脈!' 1편입니다. 따라서, 지난 글들을 먼저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살짝 웃음부터 나지만 지금부터 거론할 15가지의 맥에 대해서는 감히 ‘주장’이나 ‘견해’라기보다 ‘확증된 명제’라고 말하려 한다. 이유를 들자면, 지금부터 거론할 명제들은 이렇게 확신으로 과감하게 공개적으로 쓰기까지에는 근거를 찾고 논리를 만들고 실천하고 검증하며 체계를 정리하는, 다소 길었던 수년의 행보와 이를 통해 서서히 정리된 사고의 체계, 심리적, 외면적 용기가 필요했다. 


사고의 체계를 위해서는,

더 이상 연역되지 않을 때까지 파내려 갔다면 그 지점에서는 멈춰서서 인정할 줄 아는 학자로서, 작가로서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물론 감각적으로 옳다고 믿는 신념이 근거를 만났을 때의 황홀경을 숱하게 경험하면서도 내 안에 잔재되어 있는 인지 속 미숙이 혹여나 오류를 만들지 않을까 두렵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 즉 세상은 사물(주1)과 에너지로만 존재한다는 근거 위에서 본연의 사물 그 자체, 그러니까 예를 들어 내 이름이 김주원인데 김주원이라 이름붙여지기 전 ‘나 자체’로까지 나를 안다면 더 이상 나에 대해 알려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설악초’에 대한 무지상태에서 설악초를 들여다보고 느끼는 그 감각, 그것이 진짜이며 ‘하늘’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하늘을 보고 느끼는 모든 감각이 가장 순수에 가까운 '참'인 것이다.   

‘형태, 색, 크기, 무게를 비롯해 물체의 속성을 이루는 모든 고유한 속성들, 즉 모든 물체 또는 보이는 물체 또는 감각을 통해 인지할 수 있는 물체들에 존재하는 모든 고유한 속성이 스스로 존재하는 것들이라거나(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중에 물체에서 분리되어 없어질 수 있다거나, 물체에 수반된 일종의 어떤 비물질적인 것이라거나, 물체의 일부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반대로 우리는 물체가 이 고유한 속성들 덕분에 지속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물체를 이루는 일차적 구성 단위 또는 더 작은 부분들이 결합해 더 큰 합성물을 이루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고유한 속성이 결합해 물체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물체는 그 물체가 지닌 모든 고유한 속성 덕분에 지속해서 존재한다고 말할 뿐이다. 


모든 고유한 속성은 각각 인지되고 구별되는 자신만의 방식을 갖고 있지만, 언제나 물체 안에 내재해 있고 물체와 분리되지 않은 채로 인지되고 구별된다. 우리는 한 물체의 모든 고유한 속성을 인식했을 때 그 물체에 이름을 붙여 부른다(주2).’     


어떠한 개념, 개념을 단축된 언어로 표현한 이름, 

그렇게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고유'하다는 속성을 내포한다. 


'고유'하다는 것은 

어떠한 인지와도 섞이지 않고 구별되어 있다는 의미다. 

어떤 프레임으로 그것을 들여다보는 것과 자체인 그대로를 들여다보는 것의 차이에는 

들여다보는 주체의 인지가 포함되었느냐 포함되지 않았느냐의 차이가 존재한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인지는 편향과 편견의 속성을 지니기에 오류를 포함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닌다. 따라서, 어떤 프레임도 없는 상태로 사물 그 자체를 들여다보고 내린 개념이라면 ‘부족’할지 몰라도 ‘오류’에서는 멀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성의 부족으로 다소 미흡한 명제일지라도 

오류를 품은 거짓이 아니라 

조금 부족한 참이 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자 한다.    

 

이와 같은 전제를 두고 지난 주까지 거론했던 '나를 해체하여 파악한' 내용에 이어

지금부터 CH3. '해체, 그리고 脈'에서 다룰 

명제로 제시하는 인생의 15가지 맥

에 대해서는 나의 견해나 주장이 아니라 반증할 수 없는 확신을 갖는다. 


1. 기준을 높이고 수준을 쌓는다.

2. 중심을 잡고 흐름대로 따른다.

3. 계산서부터 치르고 영수증을 받는다.

4. 해야할 것 먼저, 하고 싶은 것 나중에 한다.

5. 감각에 민감하며 이성적 판단을 유보한다.

6. 일은 일이 가는 길이 있으니 나는 그에 걸맞는 자격을 갖춘다.

7. 결과를 정하고 과정으로 입증한다.

8. 내 안의 광활한 세계를 믿고 끄집어내는 것만이 내 할일이다.

9. 정신의 물질화, 모든 근원물질은 형상화된다.

10. 바라지 않고 바라는 것의 형상을 믿는다.

11. 감각이 나의 주인이니 감각믿고 판단정지, 그리고 그냥 행동한다.

12. 어떤 감정이든 내게 할일을 하러 온 것이니 감정이 할일하도록 나는 무시한다.

13. 관심갖고 집중하는 곳이 커지니 내가 어디에 포커싱하는지 큰시각으로 본다.

14. 인식의 문을 잠그고 열쇠버리고 의식의 문을 연다.

15. 보이는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증상이다.


나 스스로도 반증하지 못하는 확증의 단계까지 오는 과정은 치열했고 지독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 긴 시간을 거치는 순간순간이 나에게는 

마치 곪았있던 종기를 터뜨린 느낌이랄까.... 

오물 속에서 그리도 찾던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젖은 운동화를 신고 질척거리다가 새신을 신은 후련한 느낌이랄까....   


지금 이 글을 하나씩 적어 내려가야 하는 난제를 스스로 떠안으면서도 

난해함과 함께 배꼽밑에서부터 차오르는 경이로운 순간들을 느끼고 

또 앞으로 쏟아지는 글들이 기다려지는 것은 

그만큼 나누고 싶은 심정이 커서일까...  

내가 발견한 원석같은 보석을 세상에 내놓는 뿌듯함 때문일까... 

드러난 명제들로 누군가가 인생의 미소를 다시 지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때문일까...


자, 그럼 지금부터 15가지의 명제를 하나씩 간결하지만 명쾌하게 제시해보겠다.


==> 다음 주 토요일부터는 이기론의 CH3. '해체, 그리고 脈!'에서 제시할 15가지 명제가 한편씩 발행될 예정입니다.


주1> ‘사물’이란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 근거하여 ‘생명이 있든 없든 이 세상 모든 것들’로 개념화한다.

주2> 에피쿠로스쾌락, 에피쿠로스, 박문재역, 2022,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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