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겐 나이테가 있듯
인간에게는 주름이 있다
나이테 속에는
나무가 보낸 일 년이
녹아 내린다
그러나 인간의 주름은
한 해가 지날 때마다
하나씩 늘지는 않는다
인간의 일 년은
나무와 다른가 보다
새벽녘의 어스름을 뚫고
태양을 향해 피어나는 빛의 새싹
잔혹하게 퍼져나가는 여명은
내 안에 스며들어 있다
눈물이 많았고
언젠가부터
눈물을 삼켰다
머금은 나의 눈물은
여명을 피워내고
여명을 쏘아본다
휘이
화살촉은 태양을 향해 날아간다
태양을 좇던 여명의 날개는
녹아 내리고
발악하는 그 자는
처절히 바다로 추락한다
여명의 날개,
빛처럼 흩뿌려져
인간이 그토록 감동한 윤슬이 된다
아름다운 윤슬을 위해
누군가의 날개가 불살라져야 했고
윤슬과 윤슬 사이의 여백이
차마 주름임을 말할 수 없었다
인간의 주름은
해가 떠나고 나면
철썩철썩 울부짖기만 한 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는
밤바다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