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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여명의 날개

by 어린길잡이

나무에겐 나이테가 있듯

인간에게는 주름이 있다


나이테 속에는

나무가 보낸 일 년이

녹아 내린다

그러나 인간의 주름은

한 해가 지날 때마다

하나씩 늘지는 않는다

인간의 일 년은

나무와 다른가 보다


새벽녘의 어스름을 뚫고

태양을 향해 피어나는 빛의 새싹

잔혹하게 퍼져나가는 여명은

내 안에 스며들어 있다


눈물이 많았고

언젠가부터

눈물을 삼켰다

머금은 나의 눈물은

여명을 피워내고

여명을 쏘아본다


휘이

화살촉은 태양을 향해 날아간다


태양을 좇던 여명의 날개는

녹아 내리고

발악하는 그 자는

처절히 바다로 추락한다

여명의 날개,

빛처럼 흩뿌려져

인간이 그토록 감동한 윤슬이 된다


아름다운 윤슬을 위해

누군가의 날개가 불살라져야 했고

윤슬과 윤슬 사이의 여백이

차마 주름임을 말할 수 없었다


인간의 주름은

해가 떠나고 나면

철썩철썩 울부짖기만 한 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는

밤바다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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