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가 뒤뚱거리면
정이란
품은 것은 사라지고
흘러간 것만 보이게 되어
마음이 아니라 시간임을 깨닫는 것
아득하던 미래
그리지 않았던 목적지에 도착해
정상에서 야호 하고 소리질러,
과거와 미래 사이의 메아리는 멈추지 않아
남의 불행을 행복으로 여기지 말며
남의 행복을 불행으로 여기지 말자
그리 말했어도 난 웃었고 또 울었다
단순하더라도 쉽지는 않았다
오사카의 한 시장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동자승처럼 머리 민 아이가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며 뛰어갔다
노을의 절경을 보기 위해선 해가 져야만 하듯
호통치는 그녀의 뒷모습은 저물어가고 있었다
아이야,
구름이 끼더라도
하늘은 하늘이다
그러니 구름에 연연하지 말아라
독서와 경험을 통해 사람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러한 깨달음으로 자신만의 기준과 사유 체계를 구성하여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깨달음이 끝은 아닙니다. 단 한 번의 깨달음으로 완벽해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저는 그것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분명히 알면서도 실수를 반복합니다(어쩌면 잘 모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수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라는 말을 학창 시절에 숱하게 들었습니다. 그때는 그 말씀에 동의할 수 없었지만, 사실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동의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가장 친한 친구와 오사카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단둘이서 멀리 가본 적은 처음이라 매우 설렜습니다. 어느 시장을 친구와 걷던 날이었습니다. 해가 저물어가는 오후였는지라 다리가 조금 아팠습니다. 평발기가 약간 있어 오랜 시간 걸으면 발과 무릎이 금방 붓는 까닭입니다. 몸이 힘드니 주변을 감상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어서 다음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삶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번 하는 생각이지만 흥미롭고 답이 없는 질문입니다.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며 머릿속에 뻗어나갔습니다. 생각은 한 방울이라도 머릿속에 떨어지면 쉴 새 없이 번져나가는 물방울입니다.
그때,한 아이가 제 앞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탓에 살짝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분이 일본어로 무슨 말씀을 하시며 종종걸음으로 아이에게 가셨습니다. 어딘가로 뛰어가는 아이, 그 아이를 쫓는 어머니. 그 모습에서 저와 어머님의 옛모습이 보였습니다. 장난기가 많았던 저는 어머님의 손을 뿌리치고 소리를 지르며 거리를 활보하곤 했습니다.
아이와 어머니, 한편으론 미래와 과거의 공존처럼 보였습니다. 미래가 노을지기 위해선 과거는 수평선 너머로 저물어야만 합니다. 그러한 역사 속에선 수많은 깨달음이 반복될 것입니다. 이미 알았던 것을 재차 깨닫는 삶의 역사입니다. 하지만 같은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매번 다른 모습으로 반복하겠죠. 이 세상엔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고, 동시에 반복되는 '진리'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역사를 이해하고자 글을 읽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길들인 맹수라고 해서 절대로 주인을 물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저는 역사에게 시선이라는 먹이를 주려고 합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