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맺이에게
꽃이 져야만 열매 맺는다 하여도
그 꽃이 어서 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잠시 머무른 꽃자리
추스르지 못해 향기가 그윽하구나
생의 나사가 헐거운 것은
그대의 존재가 삶보다 크다는 것
작은 나정은 불행도 그대의 탓도 아님을
비어 있을수록 공명은 강하다
틈이 만든 울림을 나의 틈에 간직하겠다
속이 빈 대나무,
꽃을 피우곤 곧바로 시들지만
개화에 수십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했다
서둘러 핀 꽃아
넌 꽃봉오리마저 아름다웠다
늦맺이가
떠나간 이들을 기립니다. 아이, 청소년, 청년, 중년, 어르신. 부디 다음 생에선 천천히 피시길 바랍니다. 그대는 꽃봉오리마저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