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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사별

by 어린길잡이




꽃맺이에게




꽃이 져야만 열매 맺는다 하여도


그 꽃이 어서 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잠시 머무른 꽃자리


추스르지 못해 향기가 그윽하구나




생의 나사가 헐거운 것은


그대의 존재가 삶보다 크다는 것


작은 나정은 불행도 그대의 탓도 아님을




비어 있을수록 공명은 강하다


틈이 만든 울림을 나의 틈에 간직하겠다




속이 빈 대나무,


꽃을 피우곤 곧바로 시들지만


개화에 수십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했다




서둘러 핀 꽃아


넌 꽃봉오리마저 아름다웠다




늦맺이가






떠나간 이들을 기립니다. 아이, 청소년, 청년, 중년, 어르신. 부디 다음 생에선 천천히 피시길 바랍니다. 그대는 꽃봉오리마저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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