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의 시작, 바다와 나비

밀러-유리 실험

by 이녹스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궁금한 것은 자신의 경험과 배경에서 생겨난다. 자신이 해본 일, 배운 지식 속에서 새로운 질문이 생기니까, 사람마다 궁금한 것이 다르다. 그런데, 수업 속의 아이들은 궁금한 게 비슷할 때가 있다. 같은 교육과정을 거친 아이들이 특정 주제에서 비슷한 호기심을 보일 때가 있다. 교육과정에서 간단히 언급되었지만 깊이 다루지 않은 주제에 학생들의 관심이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그중 하나가 초기 지구 대기에서 발생한 아미노산 합성을 재현한 밀러 유리 실험이다. 밀러-유리 실험은 초기 지구 환경에서 생명의 기원이 될 수 있는 유기물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 중요한 실험이다.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대부분 들어서 익숙한 실험이고, 지금도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실험은 우주생물학에서 아주 중요한 실험이지만, 실험과정에서 오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일반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기도 했다. 아이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찾아와 말했다.

"선생님, 밀러-유리 실험을 직접 해 보고 싶어요!"


나는 화학 실험 경험은 없었지만, 다행히 내가 있는 곳은 화학과 생물 전공자들이 가까이 있고, 서로 도움을 아끼지 않는 환경이다. 무엇보다 결과의 성공 여부보다 궁금한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큰 힘이 됐다.


그래서, 도전했다. 화학 박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실험실을 꾸리고 본격적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수년간 여러 학생들이 이 실험을 이어가며, 조금씩 발전시키고 있다. 앞으로도 흥미롭고 중요한 실험들을 해내야 한다. 그것이 순수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아이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니까.


이 모든 과정을 되돌아보면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가 떠오른다.

청무우밭인가 하여 날아간 곳의 바다.

바다가 뭐지? 두렵지 않았으나 공주처럼 지쳐 돌아온 나비.


아이들의 호기심은 흰 나비와 같았다. 바다 같은 새로운 실험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했으니까. 호기심으로 가득한 나비처럼 날아올랐던 아이들의 질문이, 실험과 도전 속에서 더 넓은 바다를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느날 나도 궁금한 실험을 시작해 보자고 학생이 찾아왔다. 공간과 흄후드만 있던 상태.
1세대, 2세대, 3세대를 거치면서 공장 같은 실험실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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