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과목, 불장난

나뭇잎 더 가져와

by 이녹스
불장난은 언제나 재밌어


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참 궁금한 게 많다. 학생들의 질문을 듣고 나면,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런 멋진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가 질문이 있어야 할 곳에서 질문이 안 나오면, 내가 먼저 질문을 한다. "여기서, 질문이 나와야 하는데. 질문?" 하면서 말이다.


질문 유도할 때도 있지만, 야외에서 실험을 할 때도 있다. 렌즈의 초점길이를 알아내는 실험인데, 밖에서 실험해 보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한다. 렌즈로 태양빛을 모으는 실험인데, 이게 정말 반응이 뜨겁다. 반도의 흔한 고등학생들도 좋아한다. 아니, 무척 좋아한다. 대체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빛의 집광 원리를 이해해서? 아니면 나뭇잎에 불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어쩌면 그냥 수업 시간에 밖에 나가는게 좋아서? 모르겠다. 어쨌든 이 실험만 하면 아이들 눈이 반짝이고 시끌벅적해 진다.


하지만, 나름의 기대가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던질 줄 알았다.

"왜 빛이 한 점으로 모이지 않고 동그랗게 보여요?"


아니었다. 학생들의 관심은 온통 다른데 있었다.

"왜 불이 안 나지? 잘 맞춰봐!"

"나뭇잎 좀 더 가져와!"


결국 아이들의 관심은 하나였다. 불을 내는 것. 사실 렌즈 실험은 나도 좋다. 햇빛으로 불을 피우는 것은 일종의 로망이니까. 아이들에게도 작은 낭만의 시간이길 바란다. 낭만 과목.

돋보기로 불피고 싶은 건, 나도 하고 싶다


* 이야기는 남기고 싶은데, 그림 그릴 줄 몰라서 재미있게 보았던 신의철 작가의 '스쿨홀릭' 책에서 캐릭터를 따와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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