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에서 카톡까지
공중전화에서 호출된 번호로 전화를 걸곤 했다. 모두들 조용히 수업 듣던 실험실 스톨에서 한 친구가 화들짝 놀라 넘어진 적이 있다. 신문명인 삐삐를 처음 몸에 지닌 친구는 알람 대신 진동으로 삐삐를 설정해 놓았고, 그 진동에 놀란 거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1004'라고 부르며 '8282' 답해달라고 안부를 묻고 보고 싶어 하고 그랬다.
공중전화에서 국제전화 하려면 동전이 폭포처럼 떨어지던 때다. 너무나 기다리던 전화였는데, 폭포수처럼 떨어지던 동전 소리에 긴장해서 길게 통화를 못했다. "안녕~ 잘 있어?"라는 전화에 긴 대화는 어려웠지만 안부를 묻는 짧은 순간이 며칠간 기쁨으로 남았다. 지구 건너편에서도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안도감을 주었다.
이젠 삐삐도, 국제전화도 필요 없다, "카톡 카톡"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 스마트폰 하나로 연락을 하는 세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연락은 더디게 느껴진다. 지금 생각하면 불편한 장치로 간단한 것들만 나눌 수 있던 때와 달리, 항상 가능한 연락 속에 "오늘 저녁 뭐 먹었어?"처럼 더 가까이 들어와 있어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관계의 깊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람은 변하지 않았지만, 기기와 문명은 파동처럼 흘러 지나간다. 바다의 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파도가 치며 꿀렁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파도가 바다를 바라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장면이지만, 결국 파도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바다의 물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파도가 일지 궁금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물과 같은 본질일 것이다. 연결의 모습은 계속 변하겠지만, 결국 우리를 이어주는 건 변치 않는 인연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