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대전에는 솥처럼 생긴 산이 하나 있는데, 이름하여 식장산이다. 산의 모습이 솥을 엎어 놓은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날 점심시간엔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사님이 식장산의 전설 이야기를 해 주셨다. 옛날에 가난하고 착한 농부가 노부모를 모시고 두 아들과 살고 있었는데, 너무도 가난해서 근근이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먹을 것을 구하러 산속을 다니던 농부는 솥 하나를 발견해 집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그 솥에 밥을 지으면 두 배가 되었고, 떡을 하면 떡이 두 배로 불어나는 마법 같은 솥이었다. 그 솥으로 부모님도 봉양하고 아이도 다 키웠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해서, 그 솥을 다시 산에 묻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먹을 ‘식(食)’ 자를 쓰는 식장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없던 밥이 두 배가 되는 일은 우리 세계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쌀 한 주먹 넣으면 밥 한 공기가 나오고, 라면 하나를 끓인다고 두 개로 불어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1920년대에 에드윈 허블이 은하들이 서로 멀어지고 있는 것을 관측하여,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1990년대에는 초신성을 이용해 은하들의 거리를 측정했는데, 과학자들은 이상한 결론에 도달했다. 우주의 팽창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주는 우리의 상식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 원인을 몰라서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가장 단순한 설명은, 공간 자체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간이 늘어나면 그 에너지도 함께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무언가 팽창하면 밀도가 줄어든다. 쌀로 밥을 짓다가, 물을 많이 넣어 부피를 늘리면 밀도가 낮은 죽이 된다. 그런데, 우주는 팽창하면서 물질처럼 밀도가 줄어들지 않고, 공간이 늘어나도 밀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마치 식장산의 솥처럼, 담아둔 것이 두 배로 불어나는 것과 닮았다.
현재 우주의 약 70%는 암흑에너지, 약 25%는 암흑물질, 그리고 5% 미만이 우리가 아는 일반 물질 (별, 가스 등)로 구성되어 있다. 농부는 욕심이 두려워 솥을 묻었지만, 지금 우리는 이 신비한 식장산의 솥을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어루만지고 있다. 무언가 새로운 인식의 세상을 열어 줄 것 같은 기대를 하고서. 식장산에서 내려다본 과학도시 대전의 야경은, 가속 팽창하는 우주의 은하들처럼 흩어져 빛나 보였다.
2026.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