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의 달

2025.12.17.

by 이녹스

산봉우리마다 보름달이 머문다 하여 지어진 이름, 월류봉. 충북 영동 내륙의 작은 산 봉우리다. 아래로는 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절벽 위에는 정자가 하나 놓여 있다. 예순이 넘은 지역 택시기사님의 말에 따르면, 그 장면을 지금까지 딱 한 번 보셨단다. 대전에 반년을 머물던 나도 보고 싶었지만, 결국 보지 못했다.


보고 싶은 보름달이 또 있다. 경포대의 달. 예로부터 경포대에 오르면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고 했다. 하늘에 뜬 달과 바다에 비친 달, 호수에 잠긴 달, 술잔에 빠진 달, 그리고 님의 눈동자에 걸린 달.


내 마음의 보름달은 경부선의 달이다. 부모님 두 분 생신이 보름 무렵이고, 추석 또한 보름이라 경기도 본가에 들렀다 부산에 도착할 늦은 저녁이면 동쪽 하늘에서 보름달이 휘엉청 떠오른다. 산자락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면서, 나의 운전 길에 외롭지 않게 동행이 되어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경부선 보름달은 여전히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 내 주변의 세상이 변하더라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 하나. 나는 그 달에 마음의 닻을 내리고 있다.




김강훈


달을

멍하니 내려 본다


하늘 위 달은

밝게 보이지만

물에 비추인 달님은

몹시도 외롭다.

사랑하는

연인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모습을 바꾸지만

사람들은 떠들어댈 뿐

아무도

달을

찾아오지 않는다.

그의 뒷모습을

보고 싶다.


운명적으로

숨긴 상처들을....


나의 고독은

그 상처를 안아 주려

큰 나무를 키우고 있다.


내려다보니

오늘

당신은

유난히 작다


가련하고

청초하고

아름답다

.

.

.


한국천문연구원 새벽 그믐달, 202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