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D-100, 새로운 계획]
D-100
이제는 숫자로 설레는 시기가 찾아왔다. 우리 대대 한 군번 후배가 중위로 진급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임관 3년차가 되며, D-100이라는 숫자와 함께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이제 말로만 듣던 ‘말년 중위’의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왠지 모를 뿌듯함에 잠겼다.
방심했던 찰나 때문이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일이 몰아쳤다. 상근예비역들이 연달아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이 발생해서 휴무일에 부대에 소집되지를 않나, 이리저리 연락을 받으며 조치를 하라고 압박하지 않나. 마음의 방심 때문인지, 작은 사건 사고가 굉장히 큰 부담으로 느껴지는 시기를 보냈다.
D-82
순탄할 것만 같은 D-100일의 여유는커녕 이런저런 사건사고 처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에피소드를 쓰는 시점이 전역까지 D-82일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처음 글을 올리며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이 지나간 것 같다. 처음 기획한 10개의 에피소드 이외에 더 많은 일들이 더 많은 에피소드로 표현될 수 있었지만, 최초의 계획대로 ROTC 장교의 삶과 관련된 연재는 마쳐보려고 한다.
처음 연재를 기획하며, 두 가지의 목적을 가졌었다. 부담 없이 일기를 쓰듯 추억을 남기는 것과, 첫 연재를 시작하는 작가의 현재의 삶을 공유함으로써 간략한 작가 소개가 되길 바랐다. 앞으로도 브런치 연재를 통해 그간 담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를 담을 기회가 있겠지만, 앞선 에피소드에서도 말했듯 내가 주로 쓰는 글의 주제와 형태는 아니지만 나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조금은 어색한 글을 연재했다.
[알짱알장, ROTC 장교의 삶]을 통해 보편적인 ROTC 장교로서의 생활과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작가 개인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였다. 또 언젠가는 미화될 군 생활 이야기와, 스물 넷, 다섯, 여섯의 나를 기록하는 차원에서 일기처럼 작성했다. 브런치 연재를 하며, 보다 군 생활을 풍성이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군 생활의 끝을 기다리며, 또 다른 사회인으로서의 나를 준비하는 시점으로 사회의 압박을 긍정적으로 순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나의 새로운 계획은 이렇다.
살면서 한 가지의 직업으로 살기에는 재미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어려서부터 했다. 그리고 아직 어린 나이인데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내 흥미와 적성을 온전히 알지 못한 채 직업을 선택해야한다는 압박에 조금 똘기(?) 섞인 발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살면서 일곱 가지의 직업을 가져보려고 한다. 어디서 멈출지 모르지만, 어떤 모습이든지 간에 내가 해보고 싶은 분야의 일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먼저 군인장교로부터 시작한 나의 직업여정은, 이제 그 끝으로 향해가고 있음과 동시에 새로운 직업으로 신분전환을 위한 1차 전직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은 언론/출판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 신문사 기자를 준비하고 있다. 대구에서 아직 학업이 남았기에, 학업을 마무리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신문매체에 입사해서 언론인으로서 글을 쓰는 직업을 가져보고 싶다.
이것이 나의 새로운 계획이다. [알짱알장, ROTC 장교의 삶]이 나의 첫 직업의 이야기였다면, 다음 직업의 이야기도 더 많은 독자에게 생생하게 알릴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더 치열하게 준비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다음단계 직업을 가져야 그 이후에 남은 나의 다섯 가지 직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소개할 수 있으니, 오늘의 글을 촉매제로 삼아 내일의 나를 채찍질해야겠다.
물론, 남은 80여일의 시간동안 나는 장교다. 여전히 군인이고, 내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생각이다. 끝까지 나의 자리를 지키며, 내 첫 직업을 소중한 마음으로 보내줄 수 있도록 후회 없이 생활하려고 한다. 또한, 여전히 학업을 병행하며 나의 미래를 준비하고자 한다. 공부의 즐거움을 잃지 않고, 치열하게 매진하기도 할 것이다. 남은 80일의 시간 동안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애증의 첫 직업이었던 육군 장교로서 명예로운 전역을 하는 그 날 까지 일상의 에피소드를 마음속으로 연재하며 소중하게 보내야겠다.
연재의 마지막은 에필로그가 될 것이다. 전역을 D-30일 정도 남겨두고 있을 때쯤 돌아올 계획이다. 전역을 맞이하며, 보다 후련한 마음으로 감상을 작성하고,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군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에필로그가 되도록, 지금부터의 나는 ‘새로운 계획’에 매진해볼까 한다.
(다음 화 예고) : 에필로그. 전역을 맞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