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릴수록 사랑은 깊어진다

사랑이 불안할 때, 우리는 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

by 단여름

흔들리는 순간, 그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됐다.


갈등, 실망, 오해, 외로움과 같은 하강의 감정이 찾아올 때, 많은 사람들은 사랑이 멀어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순간일수록 더 깊이 사랑에 빠져들었다. 나에게 사랑의 흔들림은 끝이 아니라, 중심을 다시 붙잡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를 사랑하면서 나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껏 모은 사진들을 창 밖으로 던지며 이별을 말하는 일촉즉발의 상황, 감정이 실린 말을 잘못 해석해 오해가 불거진 상황, 화가 나서 침묵만 하는 상황, 서로 기분이 좋지 않아서 한 순간도 양보를 하지 않던 상황까지. 다양한 갈등의 일화들이 많았다. 화가 난 채 돌아선 뒤에도 나는 혼자 그를 걱정했다. 현관문을 닫고도 몇 초간 문고리를 잡은 채 서 있었다. 다시 돌아갈까, 마음만 열두 번쯤 왔다 갔다 했다. 말을 삼킨 채 속으로 수십 번 그를 이해하려 애썼다. 내 안에선 늘 사랑이 먼저 반응했다. 그래서 때론 억울했고, 때론 더 깊이 그를 끌어안았다. 나의 지난 연애는 다툼이 생길 때마다 마지막을 생각했다. 이것이 전 연애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우리는 다툼이 발생해도 '끝'이 아니라 '깊이'로 나아갔다. 다툼을 지나올 때마다,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흔들린다는 건 사랑이 여전히 그 사람을 향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관심한 관계에선, 감정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불안은 감정이 닿아 있는 자리에서만 자란다. 수잔 존슨은 불안할수록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욕망이 커진다고 했다. 다투고 돌아선 그날 밤, 나는 혼자 불을 끄고도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다. '혹시 먼저 연락 오진 않았을까?' 마음은 이미 그에게 백 번쯤 걸어가 있었다. 나의 불안이란, 그 사람을 잃기 싫은 마음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나에게 있어 흔들림은 곧, 내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결국 불안형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안달이 나고, 회피형은 마음이 흔들리는 걸 감추기 위해 더욱 멀어진다. 흔들림은 애착의 작동 방식이자, 우리가 여전히 서로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증거였다. 그 모든 반응은, 결국 사랑이라는 한 점을 중심으로 맴돈다.


다투면서 사랑을 한다는 건 사랑이 멈추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형태를 바꾸며 자라나는 것이다. 흔들린다는 것은, 내가 여전히 그곳에 있다는 증거이다. 무너지는 건 사랑이 아니라, 우리가 지녔던 사랑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흔들림 끝에 남는 건 상처가 아니라,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 사랑이었다. 사랑은 고요 속에서 자라지 않는다. 바람에 흔들릴 때, 그 뿌리는 스스로를 더 깊이 내린다. 흔들림은 곧, 우리 사랑이 여전히 숨을 쉬고 있다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라는 것을.


나는 그와의 관계에서 자주 흔들렸다. 그럼에도 우리는 손을 놓지 않았다. 떠날 이유보다 함께할 이유를 더 오래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와 나의 철학적 신념과도 맞닿아있다. 우리는 완벽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기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사랑은 선택에 대한 책임이다. 아무리 서툴러도 그와 나는 서로를 평생 책임지기로 했다. 내게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방향이었다. 단단한 감정만으로는 관계를 지탱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늘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여겼다. 흔들려도, 결국 그 사람을 향해 다시 발을 디디는 것. 그것이 내가 말하는 끝까지 사랑하는 방식이다. 그는 처음과 달리 변한 부분도 많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 그는 사랑을 배워나가는 과정 속에서 항상 '머무르기'를 택했다.


우리는 흔들렸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 흔들림은 사랑의 균열이 아니라, 더 깊이 서로를 새기는 통로였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사랑하고 싶다.


끝까지 사랑한다는 건, 마음이 흔들려도 결국 같은 사람을 향해 다시 걸어가는 일이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지켜내는 사랑을 배워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