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이 사라진 자리에도, 사랑은 남는다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우린 사랑을 잊고 있진 않을까?
대부분의 연애는 설렘이 식으면 권태감을 느낀다. Helen Fisher의 2000년 연구에 따르면 '열정적 사랑'이 1~2년 후 감소할 때 일부 사람들은 '사랑이 끝났다.'는 감각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시기에는 이별률도 증가한다. 연구자는 열정이 사라진 것을 사랑의 소멸로 착각하는 경향이 많다고 분석했다. Robert Sternberg의 삼각형 이론에 따르면, 강력한 열정을 느끼는 설렘은 몇 달에서 2년 이내로 감소한다. 이론적으로도 열정적 사랑은 연애에서 가장 빨리 사라지는 요소다. 이 설렘이 사라지는 건 관계의 끝이 아니라,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안정적인 사랑을 시작했다는 신호가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열정이 식으면 사랑도 식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사랑도, 어느새 익숙함 속에 머물고 있었다. 최근 우리가 '권태기'를 겪고 있는 것인지 고민했다. 예전과 달리 자주 다투고, 별 거 아닌 일에도 성질을 내고, 행동 하나하나가 거슬렸다. 툭하면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재작년의 그와는 많이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내가 밤에 야식을 먹는 습관을 고친 것 하나만으로도 큰 감사함을 느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침에 일어나라고 깨운 것조차, 그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연애 초반, 나는 내 혼란스러운 상황을 핑계 삼아 많은 흔들림 속에 있었다. 그는 당시에도 나를 달래고 내 곁에 머무르길 택했다. 최근에는 초반과 달리 사소한 이유로도 나를 자주 떠나곤 했다. 생각해 보면 연애 초반의 내 실수들이 더 많았는데도 말이다. 설렘이 줄어든 우리는, 아주 작은 것에도 쉽게 무너졌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반복적 선택'이다. 결국 마음이 변해도 방향은 지킬 수 있다는 말이다. 처음의 시작은 순간의 감정으로 사랑이 피어난다. 함께한 시간이 늘어갈수록 서로의 약속은 중첩된다. '우리 계속 함께하자.', '평생 너만 사랑할게.', '절대 손을 놓지 않을 거야.' 등 순간의 감정이 모여 나의 선택과 책임이 된다. 열정적인 감정은 시간에 의해 감소해도, 함께한 시간과 다짐은 둘 사이에 오래도록 남는다. 감정은 파도처럼 오르내리고, 때로는 지치고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감정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그를 향해 마음을 내디뎠다.
사랑은 단순히 그 사람이 좋아서, 설레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흔들리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향해 다시 발을 디딜 수 있는지의 문제다.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그를 이해하려 애썼다. 그를 탓하기보다 내가 먼저 다가갔다. 반복해서 서운함을 말하고, 화해를 시도하고, 그를 안아주며 손을 잡는 그 모든 과정이 결국 사랑이었다. 첫 연애를 겪으며 모든 것이 서툰 그는, 그럼에도 자신의 부족한 면을 고쳐나갔다. 작은 것에 흔들리는 상황이 와도 숨지 않았다. 내 감정에 귀 기울이기 위해 더 자주 나를 보듬었다. 낯선 표현들도 조심스럽게 도전했다. 장난처럼 시작한 사소한 애정표현들이 점점 더 진심을 담고 반복되면서, 그만의 방식으로 나를 안아왔다.
사랑은 한 번의 감정이 아니라, 수백 번의 선택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그 선택을 계속해왔다. 진정한 사랑은 한순간의 고백이 아닌 매일의 ‘계속 함께하자’는 다짐이었다. 우리의 사랑은 감정의 깊이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함께하기로 한 사람을, 어떤 마음이 들든 다시 품는 반복’이며,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우리의 사랑철학이 담겼다.
우리는 손을 잡아도 더 이상 떨리지 않지만, 그 손을 놓지 않기로 선택했다. 우리는 이전과 달리 사소한 것에도 많이 다툰다. 그럴 때마다 먼저 손을 내밀기로 했다. 아주 작은 설렘 하나에도 웃음을 터뜨리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그 웃음을 함께 떠올릴 사람이 아직 곁에 있다는 것. 그건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우리의 사랑은 초반의 열정이 자주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았다. 격정은 잦아들었고, 선택은 더 단단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조용히, 하지만 분명히 서로를 택하고 있었다.
사랑은 뜨겁게 시작되었지만
결국엔 묵묵히 지켜내는 마음이 남는다.
익숙한 오늘을 반복하는 우리의 방식으로
나는 내일도 너를 사랑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