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버스를 탔는데 예쁜 아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여기 앉으세요.”
한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보다 더 나이 든 사람은 없고 모두 젊은이였다. ‘어! 나보고 앉으라고?! 나에게 자리를 양보한 거야?’ 깜짝 놀랐다.
“괜찮아요.”
하면서도 자연스레
“고마워요.”
하고는 자리에 앉아 그녀의 쇼핑백을 들어주었다. ‘아! 내가 나이 들게 보이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서울에 가서 지하철을 타려면 500원짜리 동전과 신분증이 있나 확인한다. 기계 앞에 서서 신분증을 얹고 지시에 따라 신분증을 회수한다. 동전을 넣고 기다리면 ‘또르르’ 카드가 나온다. 참 재미있는 순간이다. 이시형 박사님은 80세 때도 내 돈 내고 다니지, 공짜는 안 탄다고 말씀하신 걸 들은 적이 있었는데, ‘세금을 다 내고 있는데….’ 하면서 난 기회만 되면 무료 찬스를 쓴다.
지하철을 타면 곧바로 노약자석으로 간다. 물론 중간에 자리가 있으나 지나친다. 언젠가 동생이 한 말 때문이다. 노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저쪽 노약자석으로 가시지 왜 여기 앉아서 앉을 자리를 축내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말에 대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마음에 걸려 노약자석을 찾게 된다. 그게 편하다. 내 자리인 것처럼.
젊음도 삶의 한 단계요 나이 듦도 삶의 한 단계일 뿐이다. 나이 들면서 새로운 가능성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여유로움에 감사하며 즐긴다.
고명환 작가는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에서' 독서는 낙타 단계, 사자 단계를 지나 어린아이 단계로 오면 성장과 나눔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아침에 글을 읽으며 ‘나는 어느 단계인가?’를 생각했다. 지금도 무엇이든 새로운 것이면 배우기 좋아하고 책 읽기를 즐겨한다. 특히 모닝 페이지에서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주위에서 내 삶에 공감하며 함께하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려 한다.
아주 젊었을 때 나이가 들면 화장하지 않고 머리에 염색하지 않아도 그냥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중후한 느낌의 내가 되고 싶었다. 지금도 그런 나를 꿈꾼다. 그러면서 웃는다. ‘너는 아직도 나이가 들지 않은 거야? 너 자신을 알라.’고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