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일정이 쓰인 탁상 달력을 보고 얼굴이 붉어졌다.
'이 일을 어쩌나! 아니 이런 일이 어떻게!'
어제 모임이 있는 날인데 지나치고 오늘이 되었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올해 총무를 맡아 잘해 보려고 일찌거니 달력에 체크해 두었다. 그것도 빨강색으로 동그라미를 쳐놓고서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어떻게 하나 몹시 당황해하고 있다.
그녀는 급히 단톡을 열었다. 세상에 아무도 들어온 사람이 없었다. '우리 모임 날 아닌가요?' 물어본 이가 없다. 다들 그녀처럼 지나쳤나? 아니면 그녀의 안내만 기다린 걸까?
둘째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학부모로서 만남이 이루어져 지금 그네들이 40하고도 4년이 지났으니 모임을 시작한 지가 20여 년이 지났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그런 사이인 것을, 아무 말 없이 모임 날을 지나쳤다는 것이 나이 탓으로만 치부하기엔 자신의 실수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아무도 톡을 보내지 않았음에 서운함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부끄러운, 당황한 이모티콘을 보내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른 새벽 시간이지만 그냥 보냈다.
그녀는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요즘 초집중은 짝지의 건강이다. 온통 그녀의 신경은 그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지난주 어버이날에 오지 못했다고 아들들이 왔다. 냉장고 정리부터 집 안 청소, 요리 등 이것저것 하느라 바빴고 손주들의 재롱에 빠졌다.
책을 본다고 몇 권의 책이 쌓여 있는 책상을 보면 시간에 허덕이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어제는 6월 공연을 위해 에어로폰을 연습했고, 저녁엔 저녁에는 미사 봉사하고 9시경 귀가해서 피곤하다고 그냥 잠자리에 든 그녀. 그때까지도 모임 날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배움과 성장을 위한 독서 모임 북팟을 하고 있는 그녀는 무엇을 더 배우고 어떤 성장을 더 한다는 말인지 요즘 갈등을 겪고 있다. 한편으론 그대로 덮어버리면 끝나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밑줄을 긋고 메모하고 그러면서 희열을 느끼는 그녀의 목표는 무엇일까?
지난 월요일 오랜만에 라운딩하면서 영성을 위한 독서 모임과 인문학 강의를 들으며 보내고 있다는 마리아 언니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자신의 생활을 반추하며 또 갈등을 일으켰다.
무엇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가? 오늘 누군가가 그녀에게 묻는다.‘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녀는 거침없이 '공부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답했다. 공부할 때,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가 행복한 그녀. 그녀는 ‘행복한 공부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