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올레길 도전

by 김미희랑여데레사

산티아고 100km를 완주하고 나서 '그래, 우리나라 제주 올레길을 완주하자.'는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관광으로 올레 7코스 가는 길, 해변가 카페에 써졌던 '놀멍, 쉬멍, 걸으멍' 글귀가 뇌리에 박혀 언젠가는 완주하려니 했다.

그러던 지난 1월 보스코(나의 짝지)가 친구들과 치양마이에 20일간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코비드-19 때문에 나하고는 아예 함께 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난 생각했다 '그동안 뭐 하지?' 그러다가 '그래, 가고 싶었던 올레길'이 떠올랐다. 20일 동안 올레길을 완주할 계획을 세웠다. 인터넷 서핑하고 메모하고 밤새 찾아보니 혼자서도 갈 수 있게 안내해 주는 곳이 있었다. 숙박도, 교통도, 안내도 '와! 이런 곳도 있구나! 야호!' 꿈은 거대했다. 꿈은 이루어 본 사람만이 꾼다고 했던가~~!!!

그러다 하룻밤을 자고 나니 은근히 걱정되었다. 혼자 가는 것보다는 함께 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요즘은 옛날 같지 않아서 많이 걷는 게 부담되네. 무릎이 시원치 않아!"

하였다. 그래서 걷기가 조금은 약하지만 매주 목요일 둘레길을 열심히, 재미있게 함께 걷고 있는 친구들에게 정보와 함께 톡을 보냈다. 의외로 아주 좋아했다.

순간 흥분되었다. 벌써 올레길에 발을 딛은 느낌이었다. 그때 조심스럽게 톡 하나가 ‘띵동’하고 왔다. 서방님이 올레길을 10회 이상 완주하였고 지금은 크린올레(쓰레기 주우며 걷는)를 하며 자원봉사(아카자봉)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을지 여쭤본단다.

"와우! 이건 완전 횡재다."

좋다고 손뼉 치며 연락을 기다렸다. 드디어 다음날 함께하시겠다는 답이 왔다. 대신 6박 7일을 제안했다. 우린 겁도 없이 7박 8일을 계획했다. 매일 20km 정도는 걸어야 하는데 괜찮을지? 우려했다. 우리의 나이를 걱정하시는 모양이다. 코스와 숙박 일체는 잘 아시는 양 교수님께 부탁드리고 사전미팅 약속까지 했다.

그런데 코로나 확산으로 보스코 치양마이행은 비행기 티켓팅까지 했는데 취소되었다. 아뿔사!어쩌나! 올레길은 내가 시작한 일인데 빠지긴 어려웠다. 할 수 없이 나는 계획대로 올레길로, 보스코는 집에 혼자 있는 걸로 결정했다. 홀로서기도 해볼 기회라고 걱정하지 마란다. 산티아고 출발 전 몸을 단련시키듯이 우리는 매일 만보 이상 걸으며 서로 체크하고 몸을 훈련시켰다. 드디어 티웨이항공 9921편으로 출발했다.

이번 일정은 성산포 주변으로 코스를 정해 이동하기로 했다. 21코스를 시작으로 1~4코스까지.

6박 7일을 한 곳에서 묵기로 했다. 성산포 쪽 숙소에 짐을 맡기고 바로 출발했다. 첫날은 21코스 해녀박물관에서 종달마당까지 가는 거꾸로 올레다. 주황색 리본과 화살표를 따라가야 한다. 1번 시작점에서 시작하면 파란 리본을 따라가는 바른 올레라 하는데 오늘은 끝점에서 시작점으로 거꾸로 간다.

시작점엔 올레길에 필요한 물품 파는 샵이 있다. 우린 그곳에서 패스포드와 스카프등 몇 가지를 샀다. 구입한 패스포드에 스템프를 찍고 사진을 찍으며 힘을 모아 우리의 구호 '어이 어이 어~이'를 외쳤다. 가는 도중 이쁜 간세도 만나고 바람에 멋스럽게 날리는 파랑색(제주바다색), 오렌지색(귤색)리본도 만났다. 예쁜 마을도 지나고, 특히 마지막 지점 종달마당은 마을 이름도 예쁘지만 마을 길이 온통 따뜻한 그림이어서 아주 다정스러웠다. 이렇게 나의 올레길 도전은 시작되었다.

매일 한 코스씩 다녔으니까 일곱 개 코스를 완주했다. 비바람 속에서 날아갈 뻔한 2코스를 완주해서 교수님도 놀랐고 본부에도 소문이 났다. 그날 올레길을 걸은 이들은 우리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음 기회엔 코스별 6박 7일의 일정을 쓰고 싶다. 아니 꼭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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