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만난 수련을 보며
'아니 어떻게?'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수련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겨우 버티고 있다. 어제까지도 오손도손, 옹기종기 예쁘게 모여 있었는데 지난밤 비가 쏟아지더니 거센 비바람에 ‘밀렸구나! 어떡하니?’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용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그곳에 자리 잡고 있으니 다행이다.
요즘의 나를 보는 듯한 절절함이 느껴졌다. 나이 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어느새 세월에 밀려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본다. 애잔한 마음으로 수련을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었다.
순간 짙은 핑크빛 수련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들었다. 멋진 핑크빛 드레스를 입고 왈츠곡에 맞추어 무대 한가운데에서 춤을 추며 환하게 미소 짓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지, 흘러가다가 잠시 멈추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수련처럼 환경이나 상황을 압도하는 그런 아름다움을 지닌 銀(은) 소녀들.
아침에 읽었던 헷세의 인생 공부에서 ‘고착된 젊음과 늙음은 없다.’는 글이 오버랩된다. ‘고착된 젊음과 늙음은 없다. 나는 아직 어리다, 나는 이미 늙었다. 하는 생각은 어리석은 나날을 보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것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젊어지기도 하고 늙어가기도 한다. 마치 상황에 따라 기쁨이나 슬픔이 생기듯이.'
그래 고착된 젊음과 늙음은 없어 상황에 따라 젊어지기도 하고 늙어가기도 하는 그런 유연한 삶을 사는 銀(은) 소녀들이 되자꾸나! 54년 전의 동창생 (銀소녀들) 카톡에 꽃을 보여주고 글을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