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우무묵

by 김미희랑여데레사

오랫만에 송정리 장에 들렀다가 우무묵을 파시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그물망처럼 된 것에 우무묵을 누르니 아주 잘게 채썰어져서 아래로 나온다. 도마와 칼이 필요 없었다. 와 신가하다. 그냥 가져와 양념해서 먹게 되었다. 그걸 보니 시아버지 제삿날의 모습이 떠오른다.


제삿날이 되기 며칠 전부터 제찬 목록을 작성하고 어디서 얼마만큼 구입해야 할지 메모한다.

처음에는 상차림표도 만들어 보고

홍동백서니 하는 사자성어도 적어보고 했었다

그러나 어머님따라 진설하면 끝이다. 나의 의견은 필요없다.


아버님께서는 둘째며느리인 나를 참 예뻐하시고 두둔해주시었기에 항상 든든한 아군이셨다.며느리 미워하는 시아버지는 안계시겠지만 유독 저를 챙겨주셨다. 정을 깊이 느끼려는 순간, 찰나 아니 그런 즈음에 아버지께서는 아주 멀리 소풍을 떠나셨다

둘째 아들 임신8개월쯤 되었을 아주 더운 여름날

이었다

상을 치르는 동안 연년생인 큰아들은 내가 감당키어려워 친정에 맡겨 놓았었다


세월이 흘러 제삿날이 되면 온갖 과일들로 상이 풍성했다. 맨앞줄에 놓는 과일은 7 가지 가끔은 5가지로 상이 차려졌다.여름 제사의 장점이다.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로 다른 요리는 시간이 안되어 사가지고 갈 수있는 품목들을 챙기는 것이 나의 몫이었다.그러나 어머니께서는 나물을 만들 수 있도록 깨끗이 준비해 놓고 내가 하도록 하셨다. 아마 제사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묵언의 표현이셨던 것이다.

잘은 못하지만 준비된 재료로 3~5가지의 색색의 나물을 준비한다.


시골이라서 덥기도하고 모기도 극성이고 특히 시댁지역은 깔따구라는게 있어서 아주 작아 보이지 않으면서 물면 가렵고 짜증나고 그런 날이었다. 지극정성 상차리고 친척들과의 만남으로 화기애애하다가도 깔다구에 물려 가려울 때는 신랑한테만 속상함을 표한다.


내가 좋아했던 모닥불도 현실은 멋있지 않았다. 해변의 모닥불이 아닌 마당의 모기퇴치 모닥불을 피우고 제사를 지내고 나면 그날 밤은 왜그리 긴지 꼭 12시 자정 제사 시간을 지켜서 제를 지내고 그 밤에 음복하고 동네 집안 어르신들이 가시고나면 새벽녁이다. 그제야 모기장을 두르고 누워 허리를 편다.


제사를 한해 두해 지내고 세월이 지나면서

어머니께서 꼭 해주시는 음식이 있다

우무묵이다.

시댁 주방뒤쪽 시원한 곳에 한쪽이 찌그러진 노란색이 오래되어 벗겨진 알루미늄 다라이 안에는 탄탄한 탄력을 뽑내는 우무묵이 사각으로 잘려서 물과 함께 담겨 있다. 투명하면서 노르스름한 색깔이다.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다. 자르다보면 귀퉁이 세모난 것도 있다.


제찬 준비중 형님들이나 동네 손님들 오시면 우선 먼저 우무묵 요리 한사발씩을 드린다. 다들 맛있다고 시원하다고하신다

잘게 썰어야 맛이 더하다. 가로로 2~3등분하고 가지런히 놓고선 칼로 재빠르게 채를 썬다. 잘 모아지지 않고 달아나는 것들도 모두 모아 밭에서 따온 싱싱한 청고추와 홍고추를 얇게 썰고 진간장과 마늘간 것 조금 넣고 식초 설탕 깨소금 넣어서 숟가락으로 휘휘 젓는다. 조심스럽게 양념이 벤다. 얼음도 몇개 넣으면 시원해 더 맛있다 후루룩. 청고추 홍고추도 좋지만 아주 홍색이 덜 된 청에서 홍으로 물들어가는 그런 고추가 달착지근하면서 더 맛있다.

어머니께서는 넉넉히 하셔서 손님들에게도 우리들에게도 한덩어리씩 주신다. 가서 해 먹으라고.


느 때는 오이와 곁들이고 콩가루와 설탕을 넣어 한끼 식사도 가능한 요즘의 다이어트식.

아버지 제사때면 빠지지 않고 먹었던 우무묵이 생각나 송정리 장에서 사다 해먹었다. 물론 어머님이 해주셨던 우뭇가시리를 사다가 큰 솥에 고아서 만들어 놓으신거와는 식감이 달랐다. 탱글탱글함이 적었다. 장터 아줌마가 썰어주신 것보다는 고르지않더라도 내가 썰어서 해먹어야겠다.


추억의 음식으로 여름나기에 좋은 우뭇가사리.

올해에야 얘의 이름이 우무묵임을 알았다 여태 재료인 우뭇가사리라고만 했던 나를 반성했다. 마트에가서 우뭇가사리를 찾으니 네? 그게 뭘까요? 의아한 눈동자. 그리곤 아~'우무묵'이요 했다

도토리 묵처럼 포장되어 우무묵이라고 적혀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