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처럼 2025. 12. 22.
일상은 변함이 없는데, 어제는 오늘이 아니고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맞이하는 이유다.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이유이다. 두 번 살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삶인데, 오늘 만나는 사람은 내일의 그가 아니기에 한결같은 마음으로 소통해야 한다. 이 순간을 함께 하는 사람이 나의 존재를 알기에 소중한 사람이고, 그만이 나의 삶을 진정으로 아는 유일한 존재이다.
시계는 오늘도 침을 돌리며 일을 한다. 한 순간도 멈춤이 없다. 흐르는 강물처럼 시계의 침은 돌고 또 돈다. 하지만 어제의 그 돌고 돌던 시계침의 바퀴가 아니다. 어제의 그 강물이 아니듯이 말이다. 흐르는 강물도 그렇고, 세월의 흐르는 시간도 돌아올 줄 모르고 흘러가기만 한다. 흐르는 강에 띄워놓은 배는 정박할 곳을 모르고, 결국 항해 끝에 물과 하나 되는 운명을 맞이하듯이 우리의 삶도 흐르는 세월과 시간 속에 일상을 살다가 결국 세월 속에 잊히고 만다. 세월 속에 장사 있나? 다 늙어가는 것을! 어찌 막으리.
사계절은 올해도 왔고 내년에도 다시 온다. 다음에 그 다음에도 봄은 어김없이 오고 또 온다. 꽃이 피는 봄은 오고 또 와도 여전히 아름답다. 젊어서 몰랐던 꽃의 아름다움을 나이 먹으니 절로 알게 된다. 삶이 유한해서 인가? 무한한 존재와 유한한 존재의 차이가 절대가치인 아름다움에도 작용하는 것 같다. 유한의 존재인 우리의 삶은 세월이 흐를수록 남은 시간이 짧아지니, 미련이 생기게 마련이다. 나이 들수록 꽃이 좋은 이유이다.
해마다 우리는 연초에 계획을 세우고, 연말이면 어김없이 송구영신을 외친다. 어른이 되고, 혼자 입신하며 삶을 살게 된 이후부터 매년 반복적으로 내년에는 이걸 하고, 또 저걸 하고 등등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듯이 하다가 흐지부지 시간만 흘러 결과 없이 세월을 보내기 일쑤다. 흐르는 세월이 강물이 되고, 다시 흐르는 강물이 세월이 되어 나이 속으로 사라진다. 삶은 나이만큼 쌓이고 쌓여 떠날 날, 죽음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세월! 그리고 시간은 떠나야 할 시간과 정확히 비례하는데도 불구하고 내년이 오면, 내년이 오면 하고 기다린다. 기다리지 않아도 세월은 오고야 마는데 말이다.
일상은 변함이 없다. 아니 늘 바뀐다. 세상살이에 변화가 없는 것은 없다. 같게 느껴지는 일의 반복 속에서 일상은 같다고 생각할 뿐이다. 반복되는 일상이 소소하여 변화를 느끼지 못할 뿐이기도 하다. 그것이 일상이다. 나날이 사건의 연속이고 이벤트가 있다면 그것은 일상이 아니다. 강물이 흐르지 않으면 강물이 아니고, 흐르지 않은 세월은 있을 수 없다.
일상의 반복된 살이가 삶이다. 무심코가 아니다. 일상을 사는 마음은 의도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나이에 매몰된 세월만큼 쌓인 연륜이 체화되어 은연중에 나오는 마음이다. 세상살이에 흐르는 강물처럼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하는 삶이 일상을 사는 모습이다, 일상은 반복되지만, 일상을 사는 마음은 한결같다. 흐르는 강물처럼 고여 있지 않기에 항상 맑고 순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