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함을 찾아서 18

반쪽 사과를 나누며 추억 속으로 2026. 01. 06.

by 산이

향긋한 단내가 폴폴 나는 사과 반쪽을 입에 문다. 아! 달다. 꿀 떨어지는 느낌이 이런 것이겠지? 아침 식사 후에 우리 부부는 늘 사과 반쪽을 나눈다. 건강에 좋기도 하고, 과일 중에 제일 좋아하기도 하기에 맛있게 나누어 먹는다. 반쪽이 사과처럼 우리 부부도 서로에게 반쪽이로 살아온 지도 벌써 수십 년이 훌쩍 넘었다. 요즘 말로 참 지겹게도 붙어 있었네 싶을 정도이지만, 공기의 존재를 모르고 살듯이 우리도 늘 함께 하는 삶이라 반쪽이란 생각조차 못하고 산다.

능금꽃 피고 지는 내 고향 땅은 이제 빌딩숲으로 바뀐 지 오래라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대구의 청라 언덕에서 능금나무를 본 적이 있다. 보는 순간 아! 여기가 사과의 고장, 대구 능금나무 시배지구나 하고 탄성을 질렀다. 어쩌면 이것이 대구가 사과의 고장이었다는 유일한 흔적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2세 능금나무가 그곳에 있다. 사과의 옛 이름 능금! 참 정겹다. 늦여름에 먹는 연노랑 매근한 유고, 새콤달콤한 홍옥, 노란 빛깔이 좋은 골든딜리셔스, 껍질이 두꺼워 저장이 잘 되는 국광, 달고 시원한 부사 등 추억 속에 묻힌 사과 이름이다. 세월은 날로 새롭고 맛있는 품종 개발로 자두 향이 나는 감홍사과와 같은 신품종이 등장해 입맛을 사로잡는다.

유년기에 과수원집 아이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능금은 제철인 가을에나 먹을 수 있었던 귀한 과일이었다. 하기야 그 시절 귀하지 않은 과일이 있었나? 모든 것이 다 제철에나 맛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을은 여러 과일이 생산되는 때이고, 능금은 과일 중의 과일이라 생각했기에 더 귀하게 여겨졌을 뿐이다. 사과나무 한 그루면 논 한 마지기와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으니 그 시절에 과수원집이 얼마나 부자였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반쪽 사과를 먹으면서 생각하니, 사과는 붉은 껍질 그대로 먹는 것이 맛있고 좋은데 싶다. 요즘은 껍질을 깎고 속살을 먹는 것이 다반사지만, 예전엔 그냥 껍질 채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조율이시 홍동백서! 제사에 그 이름 하나 남기지 못했어도 사과를 제사 상에 올리지 않은 경우가 드물었다. 위아래 껍질을 살짝 깎아 상에 올리면 남은 껍데기를 얻어먹으려 애썼던 기억도 있고, 또 그 맛은 있을 수 없는 추억이다. 하지만 능금이라는 이름이 잊히듯 귀한 사과를 먹으려 애썼던 기억도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일상은 그저 먹고 싶을 때 언제나 맛있는 사과를 먹는다.

젊은 시절에 타향에 와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외로움을 달래려고 연이 닿는 사람을 찾아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한때 능금의 고장이라 알려진 곳! 그곳에 머무른 인연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미 그 시절에도 그곳에서 과수원은 찾아볼 수 없는 도시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나마 공부하면서 머물렀던 인연을 매개 삼아 모여 대화하고 공부하는 삶을 이어갔던 추억이 있다. 지금 나의 반쪽과 함께한 추억도 여기서 시작된다. 사과 맛 달콤한 삶의 시작이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일상적으로 사과를 먹지는 않았다. 술과 다방커피를 더 찾았을 뿐이다. 젊었으니까.

매일 아침에 습관처럼 사과 반쪽을 마주한다. 내 삶의 반쪽이와 함께. 참 긴 세월을 함께 나누었다.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만큼 익숙하다. 붉게 익은 사과 한 알을 물에 씻고 과도로 반을 나누고 또 그 반을 나누어 껍질을 깎아낸다. 단내를 맡으며 아! 맛있는 사과라고 하면서 반쪽이에게 건넨다. 미소 가득 머금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그 눈빛! 만족, 행복이란 이런 것이라 일컫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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