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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May 27. 2024

그냥 좀 해! 꿈만 꾸지 말고

[빠르게 실패하기], 존크럼 볼츠

미루는 사람인가요? 그냥 하는 사람인가요?


저는 MBTI가 ENFJ(선도자)입니다. 오지랖이 넓은 편이고, 어느 자리에서든 MC를 맡아 사람들의 발언권을 공정하게 배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일을 할 때 어느 정도 계획이나 틀이 잡히지 않으면 불안해합니다. 당연히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법이 없고, 미루고 미루다 데드라인이 당도하면 허겁지겁 일을 끝냅니다.


출처: https://www.16personalities.com/ko/


그래서 저는 제가 좀 별로입니다. 게을러 보이고 한심해 보입니다. 그냥 허둥지둥거리더라도 일을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와 저걸 해내다니, 대단하다.'라는 감탄만 하고 있죠.


젊었을 때는 꿈만 컸습니다. 큰 사람이 되어 나라를 바꿔보자는 망상도 곧잘 했죠. 망상이 망상인지를 모르면 병이라 했던가요? 저는 꿈과 관련해서는 중증 환자였습니다. 저에게는 꿈이 꿈이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인데, 왜 꿈인가요? 현실이죠? 예 그렇습니다. 저는 망상충이었습니다.


나이가 좀 들고 보니 망상이라는 증세가 좀 호전됩니다. 현실을 깨닫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니 저의 꿈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 저는 꿈만 꿨지 뭘 본격적으로 해보진 않았거든요. 님을 봐야 뽕도 딴다던데, 언제나 타고난 J(계획적)의 성격이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심리학자이자 상담학자인 스탠퍼드 대학교의 존 크럼볼츠 교수가 쓴 '빠르게 실패하기'는 제게 뼈를 때리는 말들로 가득한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미루는 사람들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미루는 사람들의 유형]


1. 원대한 야망: 거대하고 대단한 꿈을 가지고 있어 현실적이지 못하다.


2. 계획에 미친 사람들: 거창한 계획과 전략만 짜다 시간을 허비한다.


3. 안 하는 이유만 찾음: 시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자기 합리화만 한다.


이 3가지 유형에 모두 속해버린 저로서는 책을 읽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더군요. 마치 용한 점쟁이에게 제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았습니다.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하면 되는 이유를 잘 알려준다.


그럼 어떻게 이런 미루는 습관을 없애고 뭐든지 그냥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1. 자신이 즐거운 일을 하라.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습니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려면 자기가 즐거운 일을 해야 합니다. 생업에 밀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있지 않나요? 그럼 조금씩 조금씩 자신이 즐거운 일을 시도해 보세요. 사람은 내재동기에 의해 일하는 사람이 더 창의적이고 똑똑하다고 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한 연구에 따르면 72명의 작가들에게 짧은 시를 쓰도록 했는데, 평가결과 외재동기(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부자 되기)를 자극한 사람들 보다 내재동기(즐겁게 나를 표현하기)를 자극한 작가들이 훨씬 더 창의적인 시를 썼다고 합니다.


2. 작은 일부터 지금 당장 시작하라.

노래를 잘 부르고 싶나요? 지금 당장 보컬 연습영상을 시청하세요. 자격증 시험을 공부해보고 싶나요? 지금 당장 자격증과 관련된 유명한 카페에 가입하세요. 장사로 돈을 벌고 싶나요? 지금 당장 장사와 관련된 책을 1권을 사서 목차만 읽어보세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건 미래의 큰 성공을 불러옵니다. 스티브 잡스는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연설에서 인생의 작은 점들이 모여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고백합니다. 우리들이 인생에서 기적을 경험하려면 작은 기적부터 경험해야 합니다.

  

3. 작은 성취에 감사하라.

오늘 이룬 성취를 그냥 흘려보내지 마세요. 오늘 이룩한 것은 꼭 오늘 칭찬하고 보상하세요. 작은 보상이 다음 발걸음을 딛게 하고, 그다음 발걸음이 또 다음 발걸음을 이끕니다. 그렇게 이끌려 우리는 우리가 생각지도 않던 놀라운 곳 향해 나아 갈 수 있습니다.



영어 공부, 동기부여에 최적화된 채널, 출처: 필미필미 유튜브


저는 오늘 휴가였습니다. 그래서 그냥 미뤘던 일을 하려 등산화를 신습니다. 저는 참고로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고 싫어하는 일이 등산인 사람입니다. 등산은 제게 모진 고문과 같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삶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일상을 위해 등산이라는 취미는 어쩌면 가장 효과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하지 않던 등산을 가기 위해 제가 맨 처음 한 행동은 등산화신기였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인생 뭐 있나, 고생끝에 낙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익숙하지 않은 길을 따라 등산을 했습니다. 몇 번쯤 높디높은 고바위에 숨이 가빠 죽을 뻔했지만 인간이란 동물이 쉽게 죽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어느새 정상에 올라간 저는 벅찬 감동에 휩싸였습니다. 예 맞습니다. 등산은 제게 고문이라 말했던 놈이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냥 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생각 좀 해보고 하자.’가 아니라 ‘생각난 김에 하자.’를 실천하니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이제 그냥 살아야겠습니다. 꿈만 꾸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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