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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n 12. 2024

마케팅에도 법칙이 있다고?

[마케팅 불변의 법칙], 알리스, 잭트라우트

뉴턴도 몰랐던 사람의 마음


뉴턴은 중력이라는 물리법칙을 발견하고 증명한 것으로 유명한 과학자입니다. 뉴턴은 당대의 최고의 과학자였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죠. 뉴턴은 모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수학자와 과학자들이 모르는 문제가 있거나 의심이 가는 문제가 있으면 뉴턴의 조언을 청하기도 했었죠.  


이런 최고의 천재였던 뉴턴은 많은 유명한 명언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중 유명한 몇 개만 살펴볼까요?


Truth is ever to be found in simplicity, and not in the multiplicity and confusion of things.
진리는 항상 단순함에서 발견되어야 하며, 다양성과 혼란에서 발견되어서는 안 된다.
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lders of Giants.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뉴턴은 세상의 진리를 추구하는 데 있어 늘 엄밀성을 요구했습니다. 엄격한 수학적 체계 안에서 증명될 수 있을 것, 그리고 정밀한 과학적 실험이 가능할 것을 진리의 기본값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그가 밝힌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 반작용의 법칙은 고전 물리학에 큰 뼈대를 이루었고, 빛의 입자성을 밝히고 미적분의 발견을 통해 광학과 수학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뉴턴 1702년 초상화


그런데 이처럼 세계의 진리를 파헤치던 과학자도 돈을 버는 데는 그렇게 재주가 없었나 봅니다. 1720년경에 발생한 대규모 투자사기 사건 '남해회사 사건'에 투자를 잘못했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당시 너무 큰 투자사기 사건이라 어느 정도 유명한 사람들은 대부분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보았다는 게 정설이라서 뉴턴만 딱히 운이 없었던 건 아니었죠.


뉴턴은 이 사건을 겪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I can calculate the motion of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people.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다.


1차 매수(오 수익이 났네?), 뉴턴 친구 떼부자됨, 2차 풀매수(가즈아~), 결과: 파괴적 떡락


그렇게 세상의 진리를 다 안다고 알려져 있던 유명한 위인이 결국 여느 평범한 사람들처럼 주식투자를 실패하니 참 씁쓸합니다. 이런 사실들을 보면 세상에 법칙을 안다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싶기도 하네요. 어차피 사람들의 광기를 계산하지 못한 건 저나 뉴턴이나 똑같았거든요.(아 돌아오라 투자원금이여~ㅜㅜ)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심리학을 파고들어 봐도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기란 불가능하죠. 내 마음도 모르는데 남의 마음은 어떻게 알겠으며, 항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게 마음인데 사람의 마음을 예측하는 한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마케팅은 사람의 마음과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전략과 전술을 사용한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죠.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잘 전달하여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을 마케팅에 본질이라 한다면, 사람의 마음을 잘 파악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이건 정말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가령 한 여자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한 남자가 있다고 생각해 볼까요? 이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할 겁니다. 꽃도 사서 선물하고 밤새 고민해 쓴 편지도 보낼 겁니다. 계속 여자의 주변을 맴돌면서 즐겁게 해 주려 노력할 것이고, 여자에게 좋은 남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자기를 계발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렇게 노력하지만 결국 이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는 따로 있습니다.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는 얼굴은 차은우인데,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죠. 모든 여자에게 친절하고 그 흔한 스캔들도 없습니다. 이런 이상적인 남자가 학교에 버티고 있는 한 다른 남자들에게 기회는 없죠. 세상은 이렇습니다. 노오력으로 안 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죠.


마케팅은 그래서 어렵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이 있기 때문에 화웨이의 스마트폰이 팔리기 어려운 것이고, 현대차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베트남의 빈패스트가 팔리기 어렵습니다. 차은우 같은 남자를 애플과 현대차라고 한다면 평범한 남자를 화웨이와 빈패스트라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럼 화웨이와 빈패스트는 그냥 망해야 할까요? 강력한 시장 지배자가 있는 곳에서는 수많은 마케팅 전략을 써먹어 본들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강력한 애플을 따라 해 성공한 샤오미의 사례도 있고, 인도의 타타 자동차는 그 강력한 자동차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살아남았지 않습니까?


뉴턴은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법칙이 마케팅에 존재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보게 된 책은 그 유명한 '포지셔닝'의 작가 알리스, 잭 트라우트가 쓴 '마케팅 불변의 법칙'입니다.



이 책의 서두는 아주 도발적으로 시작합니다.


불변(不變), 그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좋은 마케팅 전략이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원칙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한국어판 서문 中-


우리는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케팅에서 무엇이 유효한지, 또 무엇이 유효하지 않은지 연구해 왔다. 그 과정에서 유효한 마케팅 프로그램이란 거의 예외 없이, 시장 상황을 지배하는 어떤 근본적인 힘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중략>...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 부르는 22가지 법칙이다. 실패를 자초할 생각이라면 당신은 이 법칙들을 어겨도 좋다. -들어가는 말 中-


22가지 마케팅 불변의 법칙들은 저자들이 연구한 다양한 마케팅 사례를 통해 밝혀낸 중요한 핵심 개념들을 설명한 것입니다. '실패하고 싶으면 이 책을 보지 말라.'는 책의 도발적인 서두만큼이나 이 22가지 법칙들은 실제 마케팅 사례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주요 법칙 몇 가지만 살펴보고 가실까요.


1. 리더십의 법칙

세상 사람들은 바쁩니다. 그래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오직 1등뿐이죠. 최고, 최초가 아니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기 어렵습니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선 아폴로 11호에는 3명의 우주인이 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중 우리가 기억하는 건 달에 첫 번째로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 뿐이죠. 두 번째로 달에 내린 버즈 올드린을 우리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초, 최고가 되어 1등이 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미 1등이 지배적인 시장구조라면 그 구조에 순응하여 2등을 추구하는 전략이 맞습니다. 아니면 새로운 시장으로 떠나 1등을 노려야죠. 미국의 렌터카 회사 에이비스(AVIS)가 1등인 허츠(Hartz)를 상대했던 전략은 철저하게 2등임을 어필하는 전략이었습니다. 이 전략은 통했고, 에이비스는 시장에서 굳건한 2등이 되었죠. 하지만 2등 전략을 어느 순간 포기하고 1등을 추구하자 기업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소비자들에게 1등은 허츠뿐이었던 거죠.


에이비스의 2등 전략(출처: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columnists/9524993)


2. 인식의 법칙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제품과 서비스를 인식시킬 것인가의 싸움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제품의 품질이 월등히 뛰어난 제품이 시장의 1등을 선점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틀렸습니다. 제품의 품질은 어느 정도 선까지 향상되면 거의 비슷비슷합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예를 들어 담배를 생각해 봅시다. 담배는 원료가 같습니다. 담뱃잎이죠. 그런데 어떤 담배는 잘 팔리고 어떤 담배는 잘 팔리지 않습니다. 이게 꼭 담배제조회사의 품질관리의 차이 때문일까요? 한때 미국에서 가장 잘 팔렸던 담배 브랜드인 말보로는 과거에는 그저 그런 담배였습니다. 그런데 말보로의 이미지를 '강한 남성'이라는 이미지로 인식시키게 하자 판매량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보로는 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가장 남성적인 '카우보이'를 모델로 썼습니다. 1980년 대에 카우보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겠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진짜 상남자는 말 타는 카우보이지~'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말보로의 이미지 마케팅은 통했고, 말보로 = 상남자 공식이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상남자는 카우보이고 카우보이는 말보로를 피우지

3. 희생의 법칙

사업은 집중해야 합니다. 하나의 제품, 하나의 서비스를 잘해야 고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삼천리 자전거가 오토바이 사업을 한다면 잘할 수 있을까요? 유니클로가 전기차를 만든다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사업은 고유한 제품과 브랜드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마케팅도 집중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마케팅을 하다 보면 이 고객도 잡고 싶고 저 고객도 잡고 싶어 중구난방의 매스마케팅을 하게 되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매스마케팅이란 좋게 말해 '한 가지 메시지를 많은 대중에게 어필하는 마케팅'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관심 없는 사람에게 떠들어대는 수다쟁이 마케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케팅은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코카콜라는 젊은 청춘의 이미지를 앞세운 펩시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뉴 코크라는 새로운 브랜드의 제품을 선보입니다. 모든 품질테스트에서 우수성을 입증했고, 소비자 만족도에서도 타사 제품보다 월등함이 입증되었죠. 그럼 상식대로 성공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뉴코크의 출시는 기존의 코카콜라 팬들의 어마어마한 원성을 샀죠. "이게 뭐냐, 내게 진짜 콜라를 돌려달라!"는 고객들의 원성에 코카콜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뉴코크의 판매를 중단합니다.


마케팅이나 사업이나 원리는 똑같습니다.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버려야 합니다. 이것저것 원하는 것만 많다 보면 바짓가랑이가 찢어집니다. 코카콜라의 뉴코크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무려 코카콜라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 역시 코카콜라는 비범한 기업이다. (출처:https://www.coca-cola.com, 뉴코크는 왜 실패했나)




'모든 마케팅에는 왕도가 있다.', '잘되는 마케팅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와 같은 선전문구라면 속는 셈 치고 믿어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에는 변하지 않는 법칙이 있다.'는 말을 순순히 믿기란 여전히 어렵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야 하는 게 마케팅이라 본다면 아직 인간이 그 정도로 지혜로운 존재가 된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알리스와 잭 트라우스는 마케팅 관련 학계와 업계에서 큰 존경을 받는 분들입니다. 평생을 바쳐 마케팅 한 우물만 파셨고, 세계의 유명한 대기업들의 마케팅 실무를 성공시키기도 하셨던 분들이죠. 그래서 소위 마케팅업계에서는 '1타 강사'이상의 입지를 구축하신 분들이라 봐도 무방하겠지요.


그런 분들이 서두에 '너 이 책에 나오는 방법대로 안 하면 망할걸?'이라고 위협하시는데 어찌 저 같은 범부가 토를 달 수 있을까요? 선선히 큰 어른들의 말씀을 경청하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는 어땠는가 하면, 이 책은 꼭 봐야 하는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자분들이 그냥 허풍으로 서두에 위협을 하신 게 아니었습니다. 마케팅 초보자부터 전문적인 마케터들까지 이 책에 나오는 불변의 법칙들을 읽고 외워야 합니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법칙들이 뉴턴이 말한 물리법칙들처럼 엄밀하고 확실한 결과를 예측하는 법칙들은 아닙니다. 그러나 뉴턴이 모르겠다고 말한 사람의 마음을 이 책에서는 조금이나마 알게 됩니다. 어떤 마케팅이 통하고 안 통하는지는 얼마나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면, 이 책의 작가들은 뉴턴보다는 소비자들, 즉 사람들에 진심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당당하게 '마케팅에도 법칙이 있다!'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마케팅에도 정말 통하는 법칙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강추드립니다. 정말 마케팅이라는 심오하고 복잡한 세계 속에도 법칙이라 불릴 것들이 숨겨져 있더라고요. 마치 뉴턴의 머리에 떨어진 사과들처럼요.


어쩌면 사람의 마음은 단순한가 봅니다. 따뜻한 한마디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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