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펭귄], 빌 비숍
당신의 고객은 지금 어디 있나요?
마케팅 전문가 빌 비숍의 핑크펭귄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고객이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일에 당신의 주된 목적을 두어야 한다. 그들의 성공을 당신의 성공의 원천으로 만들어라.
저는 아직도 마케팅은 좋은 제품, 서비스에서 시작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핑크펭귄의 저자 빌비숍은 이런 생각을 자기들도 똑같이 생겨서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펭귄 무리들의 생각이라 비판하죠.
세상에는 똑같은 제품들이 참 많습니다. 상표만 다 가려 놓는다면 어떤 제품이 어떤 기업의 제품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이죠. 그래서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에 목숨을 겁니다. 똑같이 생기고 똑같은 품질이면 이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시절이 되었습니다.
좋은 제품만 만들면 잘 팔리던 시절도 분명 있었습니다. 세상이 정보통신 산업의 발달을 통해 축소되기 이전에만 하더라도 질 좋은 제품들은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잘 팔렸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생각해 봐도 그렇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시절 문방구에서 맥주잔 모양의 사탕을 그렇게 잘 먹었는데, 친구가 맛있다고 그렇게 추천하길래 한번 먹어본 게 그 시작이었죠. 너무 맛있어서 한동안 맥주사탕을 입에 달고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맛만 있어서는 힘듭니다. 산리오캐릭터, 티니핑, 헬로카봇, 신비아파트, 뽀로로와 같은 캐릭터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그냥 사탕은 고르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의 차별성을 가지고 사탕을 고릅니다.
이제는 제품보다는 제품이 가진 이미지와 스토리가 소비되는 시대입니다.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건 금전적인 투자를 받을 때나 유용하지 실상 판매될 때는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이제는 그저 그런 펭귄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핑크펭귄이 되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차별성을 가지지 못하면 죽습니다. 독창적인 차별성이란 다른 말로 그 제품만의 빅아이디어(Big idea)를 의미합니다.
책에서 빅아이디어란 '경쟁자와 차별화를 시켜주고 사업에 대한 의욕과 신명을 다시 일깨워주는 '새롭고 더 나으며 전혀 다른 무엇''이라고 정의합니다. 뭔가 뜬구름 잡는 식의 정의 같죠? 저도 그랬습니다. '이게 무슨 돌림노래 같은 말이지'라고 생각했죠.
이 책은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정답을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책이죠. 이 책의 주장은 명확합니다.
차별화는 고객에게 헌신하는 것이다.
빅아이디어의 정의 중 '사업에 대한 의욕과 신명'이라는 부분은 고객에 대한 본인의 헌신적인 태도를 의미합니다. 가령 전쟁 통에 다리를 잃어버린 상이군인을 위해 의족을 만드는 기업이 있다고 생각해 볼까요?
이 기업의 사장님은 본인도 한쪽 다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상실을 겪고 있는 전우들을 위해 의족을 만들죠. 이런 사장님은 의족을 만들면서 신명이 나지 않을까요? 나는 정말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느끼면서요.
차별화는 고객에 대한 헌신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과연 누구를 위해 헌신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내가 고객에게 선택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헌신할 고객을 스스로 선택하는 겁니다.
헌신할 고객이 정해졌다면 고객에게 어떤 것을 해줄 수 있을까요? 저자는 3C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3C는 관심(Caring), 코칭(Coaching), 코디네이션(Coordination)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고객을 대할 때 가족인 것처럼 관심을 가지고, 선생님인 것처럼 고객을 코칭하고, 수제 양복점의 주인인 것처럼 고객의 모든 옷매무새를 코디네이션 해주는 방식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관심의 기본은 다른 경쟁자가 보지 못한 고객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고객의 불편한 점을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코칭은 고객의 진정한 성공을 위한 계단을 만드는 것입니다. 가령 무료강의로 시작해 초보자들을 위한 강의, 숙련자를 위한 강의, 실전에 필요한 강의를 차례로 제공하는 경우를 들 수 있죠.
코디네이션은 고객의 상태에 알맞게 돕는 것입니다. 다이어트를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정하면 전반적인 식단과 운동계획을 세워주는 것을 넘어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운동경력에 맞는 식단과 운동계획을 세워주는 것이죠.
마케팅은 무엇보다도 고객이 우선입니다. 내가 헌신할 고객을 선택하고 그 고객의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해 주고 각 단계별로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지, 그리고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맞춤 서비스는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죠.
이제 차별화의 비밀은 풀렸습니다. 빅아이디어를 확보하라는 거창한 구호 없이도 우리는 이제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압니다.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예야스를 아시나요?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천하이던 시절 초청된 연회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고 합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측근들이 서로가 진귀한 서화와 도자기 같은 보물들을 자랑하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도쿠가와 이예야스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이 무엇인지 물었다고 합니다.
그 질문에 도쿠가와 이예야스는 "시골 촌놈에 불과한 저에게는 진귀한 보물 같은 건 없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저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을 충성스럽고 용기 있는 500명의 무사가 있습니다. 이들이 저의 보물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도쿠가와 이예야스는 500명의 무사를 진심으로 위했고 그들은 이예야스에게 충성을 다했습니다.
과연 당신이 진심을 다할 500명의 무사는 누구인가요? 그들의 성격은 어떻고 그들의 삶은 어떤가요? 당신이 떠올릴 수 있는 그 사람들이 없다면 일단 그들부터 찾으세요. 그들이 당신의 보물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