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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n 26. 2024

2:8의 법칙이 맞다니까

[티핑 포인트], 말콤글래드웰

유행은 극소수의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말콤 글래드웰은 말합니다. 입소문, 유행과 같은 메시지의 전염은 특별한 극소수의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고 말입니다.


2:8의 법칙을 잘 아실 겁니다. 20%의 범죄자가 80%의 범죄를 저지르고, 20%의 사람들이 80%의 성과를 내며, 20%의 부자가 80%의 부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을 2:8의 법칙이라고 흔히 말하는데요. 말콤글래드웰은 전염되는 메시지에도 2:8의 법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유행이든 시작은 언제나 소수의 몇몇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를 부정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메시지는 활활 타올라 유행이 되고 또 어떤 메시지는 비 오는 날의 성냥불처럼 쉽게 꺼져버리는지에 의문이 생깁니다.


이에 대해 말콤글래드웰은 3가지 법칙이 유행의 판도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유행의 3가지 법칙


1. 소수의 법칙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이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인 경우 유행이 시작될 확률이 큼


2. 고착화 법칙

메시지의 내용이 이야기로서 이해하기 쉽거나 위급하고 중요한 문제라 기억하기 쉬울 때 유행될 확률이 큼


3. 상황의 힘 법칙

메시지가 전달되는 상황이 또래집단의 압력과 같이 강한 전파력을 가지거나,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환경일 경우 메시지가 잘 전파됨.


고착화 법칙과 상황의 힘 법칙은 쉽게 납득이 갑니다. 태국 같이 에이즈가 심각한 사회 문제인 국가에서 ‘에이즈 예방운동’을 한다면 고착화 법칙과 상황의 힘 법칙이 잘 작동할 수 있겠죠.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 소수의 법칙은 어떨까요? 말콤글래드웰이 말하는 소수는 그냥 동아리와 같은 소수의 집단이 아닙니다. 아주 특별한 0.2%의 소수를 말합니다. 그들의 특성은 각각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으로 분류되는데 하나하나가 아주 독특한 사람들입니다. 


커넥터의 예시, 오프라 윈프리


먼저 커넥터는 누구냐? '티핑 포인트'에 묘사된 사람을 기준으로 말해보자면 커넥터는 3가지의 특성을 가져야 커넥터로 인정됩니다. 


1. 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해

커넥터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사람들과 사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죠. 카페에 앉아서 어떤 사람을 봤을 때 그 사람이 특이한 옷을 입고 있다면 바로 다가가 그 옷을 사게 된 이유를 묻는 사람이 커넥터입니다. 그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지금 하고 있는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 일은 커넥터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입니다.

2. 나는 사람들 사이의 정거장

커넥터는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해 주는 것을 즐깁니다. 누가 어떤 문제가 생기면 "아~ 내가 그 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아는데 소개해줄까?"라고 바로 대답합니다. 오지랖이 넓다고요? 아닙니다. 커넥터에게는 그저 단조로운 일상생활일 뿐입니다.

3. 나는 너의 모든 걸 기억해

커넥터는 만나는 모든 사람의 이름과 이력을 기억합니다. 내가 오늘 만난 사람의 리스트를 만들어 달달 외우고 보관하죠. 그래서 커넥터에게 누군가의 이름을 물어보면 그 사람의 이름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만나게 된 배경과 시점, 그날의 분위기를 모두 기억합니다. 커넥터는 어찌 보면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으로 집착하는 사람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메이븐의 예시, 장동선 박사


두 번째로 메이븐은 누굴까요? 메이븐(maven)은 전문가, 지식인 정도로 번역되는데, 이 낯선 단어를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로 바꾸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메이븐은 한마디로 오타쿠입니다. 한 분야에 대해 대단히 깊고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 지식을 계속 더 탐구하는 것을 사랑하죠. 흔히 역덕, 역사덕후라고 하는 분들의 사례를 보면 그분들 앞에서 잘못된 역사지식을 함부로 언급했다가는 전 인류의 세계사 강의를 들어야 할 정도로 혼쭐이 납니다. 오타쿠는 한 분야의 지식을 사랑하고 그 지식에 대해서 만큼은 전문적이죠.


메이븐은 오타쿠 중에서 오지랖이 넓은 오타쿠를 의미합니다. 책에서는 동네 마트에 관련된 메이븐이 설명되는데, 이 분은 동네 마트에 오늘 어떤 물건이 들어왔고, 내일 어떤 물건이 세일을 할 것인지와 같은 세세한 것들을 모두 알고 있으며 이를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합니다. 왜냐? 그저 자기가 잘 알고 있는 게 남들에게 도움이 되면 즐겁거든요. 이처럼 메이븐은 남을 잘 도와주는 행복한 오타쿠를 말합니다.


세일즈맨의 예시, 김한용 기자


마지막으로 세일즈맨입니다. 영업사원이라는 흔한 말로 티핑포인트의 세일즈맨을 설명하면 큰일 납니다. 티핑포인트에서 말하는 세일즈맨은 설득의 귀재, 살아있는 영업의 화신, 미친듯한 매력덩어리로 설명해야 하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일단 세일즈맨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세일즈맨은 자신의 매력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항상 활기가 넘치고 긍정적입니다. 그렇다고 진지하지 못해 무게감이 떨어져 보이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타인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할 줄 알고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이 몸에 배어있죠. 


그리고 세일즈맨은 굉장히 설득력 있습니다. 설득력의 비결은 짱짱한 전문지식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에서 비롯됩니다. 이건 말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저 그 사람과 1:1로 대화를 해봐야 느낄 수 있죠. '이 사람한테 홀렸다.'라고 선선히 고백할 정도가 세일즈맨의 경지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말콤글래드웰은 단언합니다. 


입소문을 내고 유행을 전파하고 싶은 마케터, 경영자, 캠페인 책임자들이여,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에 집중하라.


그런데 괜히 이런 생각도 들긴 합니다. 정말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기는 할까요?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라면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사람들 본 적이 없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 같고요.


한 사람이 아니라 집단으로 범위를 좀 넓혀보면 또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책의 말미에는 미국에서 최초로 IRA 퇴직연금 계좌를 팔았던 금융인들의 사례가 나옵니다. 이 금융인들은 부자들의 전용 절세 상품으로 취급되던 IRA 계좌를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지 고심을 했는데, 이들이 처음 판매 고객으로 삼은 타깃 집단은 교사들이었다고 합니다. 


교사들은 어떤 분들입니까? 퇴직 이후의 삶이 걱정되는 분들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잘 가르치는' 분들이죠. 이런 교사들의 걱정을 해결해 주고 이분들이 가진 남에게 지식을 잘 전달한다는 능력이 결합해 IRA 계좌는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례에서 교사들은 티핑포인트의 메이븐으로 맹활약하게 됩니다. 


이처럼 집단으로 눈을 돌려보면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은 분명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말콤글래드웰이 예시로 들었던 아주 특별한 소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한 한계인 것 같습니다. 


결국 찾지 못한다면 되는 수밖에 없을까요?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이 된다는 건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길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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